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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문약료 거점약국 사례로 본 약배송 논란지난 2019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시작했던 거점약국을 통한 방문약료는 뇌전증 등의 치료제 에피디올렉스로부터 기안되었다.마약류로 분류되는 해외 의약품 에피디올렉스의 안전한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공급기간과 협소한 적용범위, 보험등재 여부 등 에페디올렉스에 대한 사회적인 주목도가 높은 터였고 대체로 중증환자분들이 그 적용대상인 데다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해외 대마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센터로서는 특히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마의약품 전주기 관리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였었다.이에 해당 의약품의 보험등재에 관한 기본업무에 돌입하는 한편 신속공급체계로 기존 시스템을 재개편하여 공급기간을 기존의 3개월에서 2주 안에 처리하도록 단축하였고, 각 단계마다 전문인력들을 배치하는 한편 마약류 취급에 적정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그 다음 단계의 핵심은 ‘센터에서 환자까지의 의약품 전달체계를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가’였다. 당시 센터의 의약품 공급은 환자들의 직접방문이 기본원칙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대상 환자분들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이거나 소아환자가 많았던 탓에 직접방문의 기본칙은 환자들로서는 무리수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유권해석을 거쳐 일정한 증명서를 제출하면 환자 가족들이나 간병인이 대리수령할 수 있도록 수령방식을 확대하였다.그럼에도 센터는 서울의 한 곳에만 자리하고 있었고 지리적인 접근성의 불편함은 특히 지방의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소요시간 등에 있어 큰 부담이었다. 그에 따라 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자 대안으로 제시하였던 것이 거점약국을 통한 의약품 전달이었다.대마의약품은 그 취급과 복약 형태에 있어 많은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이다. 그와 같은 특성상 해당약국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전국의 각 권역에서 해당조건에 충족되는 약국들을 선정하였고, 담당약사 분들에게 직간접적인 교육과 복약지도 시연 등 여러 단계의 파트너 교육을 거치도록 하였다. 센터의 담당약사들과 지역의 거점약국 약사들의 복약지도와 취급 행태를 표준화 함으로써 지역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설계된 표준화된 경로로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그렇게, 보건의료체계에서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심축의 하나인 약사들의 전문성이 공적기관과 연대하여 효율적으로 기능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공급기간은 더 단축되었고 동시에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거점약국을 통해 의약품이 전달된 이후에도 센터에서 환자들을 직접 모니터링 하며 복약순응도 또한 더욱 높혀 나갔다.그럼에도 거점약국에서조차 환자본인이나 가족들, 간병인의 수령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산과 인력이 현격히 부족한 상황 속에서 악전고투 하듯 방문약료를 시행했던 것은 그와 같은 상황을 지나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약품으로 생명을 살리고 보다 건강한 삶의 질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센터의 기본 이념을 지키고자 함이었다.약사와 관리직원을 2인1조로 배치하여 전국의 어느 곳이든 방문하도록 하였고 이해도가 떨어지기 쉬운 중증 환자분들이 적확하게 의약품 복용을 할 수 있도록 전담약사가 철저한 복약지도를 실시하였다. 언어조차 원할치 않은 환자분들이 약사의 손을 잡고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약사들도 직원들도 힘겨운 상황을 보람으로 소명으로 지켜냈다. 의약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약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현장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신참내기 약사들의 사후 보고는 그것이 방문약료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추후 진행된 평가 및 환자만족도 조사결과는 방문약료에 대한 만족도가 단연코 높았고 거점 약국이 그 다음의 순이었다.위의 사례를 본다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재택치료 환자의 코로나치료제 전달방식에 대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의 관점에서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환자투약단계에서 누가 의약품을 직접적으로 취급해야 하는가? 어떤 경로로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적정한가? 특히 코로나와 같은 재난적 사태에서. 그리고 각각의 경로에서 어떤 형태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것인가? 의 담론이 그것이다.의약품은 특히 환자투약단계에서 약사들을 통한 복약지도와 의약품을 취급함에 따른 정밀함이 필수적이다. 센터 직접방문이외에 거점약국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거점약국 약사들의 전문성과 소명의식에 기대어 적확한 의약품 공급과 복약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었다. 취급이 까다로운 대마의약품이었고 열악한 예산에 충분한 지원도 쉽지 않았으나 거점약국 약사들 전체가 직능의 전문성과 사회적인 기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주었다. 거점약국이 성공적인 대안으로 평가 받았던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이렇듯 직접적인 방문, 대리수령, 거점약국, 그리고 방문약료까지 수령방식의 선택지를 늘렸음에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경계가 강화됨과 동시에 환자들도 대면을 꺼리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센터의 약사들이나 직원들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거듭되어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관련부처의 해석을 거쳐 그에 대비하기로 하였다. 의약품 전용의 특수용기를 따로 준비하여 경로를 재설계하기로 하고 사전 준비를 세밀하게 진행하였다. 사후 모니터링 또한 더욱 정밀하게 실시하도록 하고 복약순응도가 저하되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하여 복약지도 및 확인작업을 시행하였다.이는 지역사회의 약국들과 전문인력들이 포진한 공공보건의료의 체계에서 감당되지 않는 말 그대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의약품 안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고도로 정밀한 설계를 거쳐 제한적으로 시행되었다. 의약품 안전성과 의약품의 사회적 기능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작금의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및 재난 시 환자들에게 어떻게 의약품을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는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적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넘는 경우 대안 없이 원칙만 주장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편의성에 기대어 단순하게 풀려고 해서도 안될 일이다. 향후 닥쳐올 수 있는 재난상황에 적용될 매뉴얼로서 지속적으로 기능하게 될 뿐 아니라 보건의료의 왜곡된 산업화를 조장하는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보도된 바처럼 처음부터 ‘일정한 비용으로 도매상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약 배송을 할 수 있다’라는 전제는 환자 투약단계에서 확보되어야 하는 의약품의 사회적 기능과 안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급속도로 발달하는 산업기술에 힘입어 드론으로 약을 전달하는 청사진까지 제시되곤 하는 시대이다.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은 각 직능의 전문성에 산업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되어 앞으로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약품 유통체계 및 전달방식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향성에 있어서도 핵심은, 단순한 의약품 전달의 편의성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문명에 기대어 더욱 안전하고 전문적인 의약품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권과 환자들의 생명권을 더욱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2021-12-02 23:43:12데일리팜 -
[칼럼] 약가인하 환수법, 소송권 침해 아닌가제약사는 관행적으로 정부의 약가인하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처분의 효력을 선고일까지 정지시켜 약가를 유지하는 소송 전략을 사용해 왔다.최근 보건복지부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러한 제약사의 소송 전략을 무력화시켜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막자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요지는 제약사 등이 신청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으나 본안에서 패소하면 그 기간 동안 지급된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할 수 있게 하고, 승소한 경우 제약사 등에게 발생한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일견 타당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제약사 등이 소송을 할 수 없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소송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특히 리베이트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일반 행정소송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인하되지 않은 약가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가 패소하면 그 금액을 일시 또는 분할로 징수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경영의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푼돈으로 받았다가 목돈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이라면 적은 금액의 약가인하처분은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조치에 분통을 터트리는 의사들이 그 금액이 적으면 귀찮아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과 유사하다.이는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건강보험의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절대가치는 아닌 것이다.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악법이 하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다. 수사기관이 조사를 통해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사무장병원이라고 확인한 경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물론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이자를 더하여 지급한다는 조항도 있다. 현실은 지루한 재판과정에서 요양급여비용을 받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자금문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병원이 망한 후에 돈을 줘봐야 뭐하나. 의료진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실직하게 되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개정안과 유사하지 않은가. 무죄추정의 원칙은 차치하더라도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사고다. 우리 헌법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식의 입법은 제약사 등의 소송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처분의 효력 또는 집행정지는 전적으로 법원이 결정하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는다. 집행정지의 인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제약사 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오히려 정부가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공공복리-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입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2021-11-26 06:13:48데일리팜 -
[칼럼] "진료는 의사, 약료는 약사"지난 칼럼에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코닥필름의 영광이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바닥으로 추락해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된 필름 산업 현주소를 공유하면서 이 케이스가 약사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없는 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2020년 12월 하버드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잡지 중 하나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된 ‘헬스케어 디지털전환 환경에 코비드 팬더믹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제목의 내용에 따르면, 기존 공급자 중심 양적서비스를 통한 소비자(환자) 케어가 환자 중심 맞춤형케어로 변화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즉, 기술과 인터넷 융합은 헬스케어 공급자로 하여금 환자가 원하는 형태와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소비자 가치중심케어’ 환경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 진단했다.여러분은 지난 수십년 간 보아온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독자 마다 해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약사의 업무가 의약품이라는 제품(물질)을 취급하고 전달하는 역할로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문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그런데 코닥필름의 사례, 4차산업혁명, 최근의 팬더믹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일관된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변화(change)’다. 그러면 약사(pharmacist, 藥師)업무인 약사(藥事)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우리나라의 경우 1900년 약제사규칙에 ‘약제사는 약국을 개설하고 약재의 진위를 판별하고 조제에 능숙한 자를 말한다’로 돼 있었다. 일본의 법이 준용되던 일제시대를 거쳐 1953년도에 약사(藥事)에 대한 정의가 법률로서 제정돼 현재 ‘약사(藥事)’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鑑定)·보관·수입·판매[수여(授與)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그 밖의 약학 기술에 관련된 사항으로 정의돼 있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른 약사의 업무는 초기 의약품 조제 및 투약에서 약물치료의 최적화를 위한 모든 행위(의약품 품질관리, 투약, 환자교육, 환자상담, 지역사회 서비스등)로 확대됐다. 미국플로리다 약학대학 교수인 Hepler and Strand 교수는 1990년도에 발표한 ‘약료에 있어서 기회와 책임 (Opportunities and responsibilities in pharmaceutical care)’이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약료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약사의 직접적이며 책임있는 약물관련 보살핌(케어)를 제공하는 것(Direct, responsible provision of medication-related care for the purpose of achieving definite outcomes that improve a patient’s quality of life)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은 그 후 수 십년 동안 약사사회뿐만 아니라 많은 건강관련종사자(Healthcare provider)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미국 병원 및 기타 의료환경에서 근무하는 약사를 대표하는 조직이고, 보통 한국에선 미국병원약사회로 칭하는 ‘ASHP(American Society of Health-System Pharmacists.)는 약료의 정의를 구분해 자세하게 설명한다.이에 따르면 약물관련(medication related)서비스란 단지 약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 맞춤 약물투여를 위해 적절한 약물선택, 용법, 용량, 투여경로, 약물모니터링, 관련약물정보, 환자상담을 포괄하는 개념이다.또한 보살핌(Care)이란 다른 건강관련종사자들이 제공하는 의료, 간호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약료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의약품의 적절한 투약 및 모니터링을 위한 전문가들과 소통 및 팀 활동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 well-being을 위한 맞춤형 상담등 포괄적 활동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약료서비스 정의에서 결과(Outcome)는 질병치료, 증상경감 또는 제거, 질병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정지, 질병이나 증상 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렇듯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어야 한다. 즉 증상이나 질환에 맞는 약물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효능 효과가 맞지않는 약물이 사용된 것은 없는지, 복약순응도에 문제는 없는지, 용법 용량에 맞게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물상호작용이나 부작용 문제는 없는지 등 약물관련문제점을 파악해야 약료서비스 정의에 부합하는 약사 업무를 할 수 있다. 또 환자, 보호자 및 다른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이러한 활동이 적절하게 논의되고 전달돼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정확한 약물선택이나 용법용량등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지식뿐만 아니라 약사의 업무환경 또한 최대한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는 의사, 약사, 간호사 등 건강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환자 및 일반소비자가 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부적절한 약물사용 또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예방이 가능한 사고인 '의약품사용과오(Medication Error)'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며 약료서비스에서 요구하는 필수 기능 중 하나다.참고로 2016년에 발행된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연간 12%의 환자가 의약품사용과오에 노출됐으며 75세 이상에선 38%, 5개 이상 약물을 투여 받는 환자의 경우 30%까지 그 수치가 증가했다. 또 처방전 중 5%에서 에러가 발생했다.또한 이러한 의약품 사용과오의 원인은 부실교육 및 훈련, 열악한 업무환경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 의약품 이름(Naming of Medicines), 의약품포장과 라벨(Labelling and packaging)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세계보건기구는 보고했다.이러한 점에서 국제표준명제도(INN)는 약국의 재고 문제나 환자의 알 권리 차원을 넘어 예방 가능한 의약품사용과오를 줄일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한 가지다. 이는 사회경제적 이득이나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할 환자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영역이라 생각된다.이렇듯 내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약료서비스 제공은 팬더믹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환자)의 요구에 응답해야만 하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약사의 업무라 할 것이다.2020년 1월 경기도에서 제정된 조례에 따르면 ‘사회약료서비스’란 ‘경기도민의 건강한 삶의 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사회적으로 의약품 돌봄이 필요한 건강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약사가 약물사용실태조사와 평가, 포괄적 약물정보 제공 및 의약품 사용관리, 약력관리, 약물요법 지원, 복약지도, 올바른 약물사용 및 건강증진 교육, 의료전달체계 및 복지전달체계와 연계 및 협력, 지역 약료봉사, 재난구호 등 사회적 약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한국의 약사사회가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적합하며 국제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명문화하며 이를 공유하고 실천해 공급자중심이 아닌 환자(소비자) 맞춤형으로 약사가 보살핌(care)을 제공한다면 언젠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료는 약사에게’ 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2021-11-21 19:39:15데일리팜 -
[칼럼] 필름사진의 추억과 약국강민구 우석대 약학대학 교수.'리더십(Leadership)과 약사(藥師, Pharmacist)' 라는 주제로 지난 컬럼에서는 리더십(Leadership)이란 "긍정적이며 비점진적 혁신(non-incremental change)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사람들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끌며, 구성원의 협력을 만들어내고, 변화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정의한 낸시 코헨 교수의 주장을 공유했다.여기에서 비점진적 혁신이란 기존의 것과 연속적인 관계에 있는 형태가 아닌 기존에 사용되지 않았던 자원이나 속성들을 사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써 하버드대학 크리스텐센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과 어느 정도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예를 들면 우버(Uber)나 넷플릭스(Netflix) 등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사고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소비자와 함께 윈윈(Win-Win)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많은 독자 분들은 아마도 코닥(Kodak)필름을 구매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필름사진기를 이용한 사진이 우리의 삶 속에서 유일한 것이라 여겼으며 이러한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던 필름사진 산업 중심에는 코닥(Kodak)이라는 회사가 있었다.1988년 뉴욕소재 은행 서기였던 조지 이스트만(George Eastman)에 의해 창립된 코닥은 “당신은 찍기만하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라는 광고와 함께 필름카메라 사진 산업에 뛰어들었고 그후 필름을 코닥이라 부를 정도로 사진산업에서 세계 1위 회사로 성장했다.그러나 1975년 코닥회사 엔지니어인 스티브 새슨(Steve Sasson)이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을 때, 경영진은 필름 없는 사진이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으며 수십 년간 기존 필름 사진이 가져다 주는 성과에 만족하며 변화를 주저했다.코닥 경영진은 기존의 사고 틀 안에서 머물러 있으면서 필름이 없는 새로운 사진 영역, 즉 파괴적 혁신이 보여주는 가치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했지만 디지털사진 시대를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다.과거로부터 단단하게 만들어진 필름사진 산업 영역에서 나오는 필름 매출이 코닥 회사에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는 오히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매출 구조가 됐다.코닥은 뒤늦게 필름 사진을 대체할 디지털 사진 기술에 집중했으나, 사진을 통한 추억과 정보의 공유 같은 변화된 소비자의 서비스 욕구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결국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고로 접근한 경영 방법은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됐고, 마침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는 사진 기능이 확장된 스마트 폰과 같은 파괴적 혁신 제품의 등장으로 회사는 결국 2012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됐다.지금 대부분 약국의 역할과 기능이 조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은 약국들의 매출이 대부분 처방조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제 기능은 약사와 약국의 중요한 역할이며 약사법에 따라 보호 받고 있다.하지만 100여년간 필름 사진 시장을 장악해 온 코닥이 바로 그 필름 매출에만 의존하고 환경변화에 따른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인식과 이에 필요한 변화된 행동을 하지 않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특히 금번 코로나 사태는 한국의 약사와 약국의 역할과 기능이 어떻게 이 사회에서 자리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약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한다.이러한 점에서 코닥필름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있었던 후지(Fuji)필름의 파괴적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필름 매출로 인한 이익이 코닥처럼 압도적이며 안정적이었지만 후지필름은 2000년도 초반부터 정밀화학제품인 필름 개발의 노하우를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는 변화를 시도했다.사진 필름의 주요성분인 콜라겐 가공 기술을 재생의료분야에 적용하여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사진 필름의 변색을 방지하는 기술을 화장품에 응용하거나, 나노입자 생산기술을 약물전달물질 개발에 활용하면서 바이오 헬스케어산업으로 회사를 확장하고 있고 현재까지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상품에는 수명이 있지만 기술에는 수명이 없다" 라는 말이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조제, 복약상담, 처방검토, 약물모니터링, 의약정보제공, 만성질환관리, 기능성화장품, 일반의약품상담, 경증질환상담등 약사와 약국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확장성은 엄청나다. 결국 약사의 역할과 기능이 상품의 영역에서 머물지, 기술(서비스)영역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지는 약사 사회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필름 사진이 주는 느낌, 추억 등을 디지털사진이 대신하기는 어렵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한다. 손 편지가 주는 감동을 이메일이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필자 역시 이 부분은 동의한다. 세월이 흘러도 필름사진이나 손 편지는 없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름 사진의 추억은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고 이것이 주는 기쁨은 그대로 그 자리에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하지만 필름 사진이 아닌 디지털 사진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를 소비자가 원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들이 의약품 관련 건강전문가에 요구하는 많은 것들에 약사 사회가 빠르게 답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대체 가능한 다른 상품과 기술(서비스)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100년 넘은 코닥 회사도 필름 사진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필름 사진은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2021-10-04 18:52:56데일리팜 -
[칼럼] 정낭염의 조기치료 중요성[데일리팜=노병철 기자] 58세의 L씨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병원을 찾아왔다. 자신의 생식기관에서 정액과 함께 피가 섞여 나왔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런 증세가 나타났습니까? 혹시 과도한 성행위를 했거나 회음부를 다친 적이 있나요?”“없습니다. 이런 증세는 처음입니다.”“과거에 요도염이나 전립선염을 앓은 적이 있으신가요?”“젊어서 한두 번 있었는데요.”“정액에 피가 나올 때는 정낭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낭, 전립선, 방광 등을 정밀 검사해야 합니다.” 우선 혈액 화학 검사 및 전립선, 정낭 초음파 검사를 했다. 전립선 PSA 수치는 정상, 초음파 검사에서는 전립선이 50g으로 비대해져 있었다.정낭은 정상보다 조금 커지고 부어 있었다.정액 검사에서는 혈정액과 염증세포가 관찰됐다. 간혹 방광으로부터 혈뇨가 묻어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방광 내시경 검사도 시행했으나 방광에는 이상이 없었다. “암은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정낭에 염증이 생기고 충혈돼 나타난 현상입니다. 만성 전립선염과 비대증 등이 생겨 정낭염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과 휴식을 취하시고 약물 치료를 하면 좋아지십니다.”“휴! 암만 아니면 다행입니다.”“전립선과 방광 쪽에는 암이 잘 생기지만 정낭에는 암이 잘 안 생기니 염려 마세요.” 정낭은 전립선 뒤쪽에 위치한다. 정낭은 수많은 방으로 나뉘어 있다. 길이는 약 5㎝로, 작은 손가락 정도의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 4㏄ 정도의 용적을 가지는 방추형 모양으로 무게는 약 2g이다. 정관의 팽대부와 합쳐져 사정관을 형성한다. 사정관은 전립선을 통과한 뒤 요도 둔덕에서 열린다. 정낭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분비물을 만든다. 정액의 60%를 정낭액이 차지하며 과당이 풍부해 정자운동의 1차 에너지가 된다. 사정 직후에는 유백색의 묽은 청포묵 모양을 하고 있다가 20∼30분 뒤에 액화돼 맑아지며 정자운동을 좋게 한다.정액의 과당이 부족하면 정자운동에 영향을 미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낭염은 대부분 만성 전립선염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와 소염제 및 남성 호르몬 억제 약물을 처방했다. L 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가 궁금해하는 것은 부부생활과 정낭염과의 관계였다.“부부생활을 금해야 하나요?”“아니요, 오히려 정액과 전립선액을 오래 배출하니까 성생활을 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금욕 생활을 하게 되면 전립선과 정낭이 울혈이 돼 피가 나오는 증상이 다시 나타납니다. 더운 물에 하루 30분 이상 회음부좌욕을 하세요. 처방약을 4주 정도 드시고 충분한 휴식 후 오세요.”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정액에 피가 묻어 나오는 혈정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전립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므로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10-03 12:32:42노병철 -
[칼럼]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의 준비 조건선진국들은 '위드 코로나 (With Corona)'를 선언하고 나섰다.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이 불가능하니 공존하자는 뜻이다. 이미 영국(63% 접종완료)은 지난 7월 코로나19 관련 제한을 모두 해제했고, 독일(60% 접종완료)의 경우 백신 접종을 마친 국민에게는 여행을 자유화했다.76%가 접종 완료한 싱가포르는 점진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채택했고, 덴마크 (71% 접종완료)는 모든 제한을 해제했으며, 스웨덴(53% 접종완료)은 코로나19 시작 당시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채택하면서 제한을 두지 않았다.우리는 타국에 비해 보수적이다. 질병관리청은 노령층 90% 접종 완료, 일반 국민 80% 접종 완료 시점을 위드 코로나 시작 시점으로 잡고 있다. 백신 수급이 불확실하고 30%가 접종을 완료하기까지 5개월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명년이나 되어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 것 같다.서민경제를 위해 백신 접종을 마친 국민들에게라도 위드 코로나를 신속하게 적용해야 할 것 같다. 영국에서 4만여명의 코로나19 감염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돌파감염은 1.8%에 불과하다.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74%, 한번 접종한 경우 24.2%였다.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 가운데 2.3%만 병원 입원이 요구됐다. 이 영국 데이터는 금년 3월 29일부터 5월 23일 사이에 수집됐는데, 당시 영국의 접종률이 현재의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하루 2000명이 확진되는 경우 36명이 돌파감염이고, 그 가운데 2.3%인 1명 미만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접종완료자에게 돌파감염은 우려할 것이 못 된다. 접종 완료한 30% 국민에게만 이라도 코로나 관련 제한을 풀어준다면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계절성 독감에 타미플루(Tamiflu)가 있듯이, 위드 코로나에도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 의약품이 필수적이다. 항체치료제가 초기단계 코로나19에 효과적이나, 대유행 상황에서 경구용 의약품이 긴급하게 요구되면서 제약회사들이 적응증 추가 임상시험에 몰두하고 있다.코로나19 의약품의 필요성은 3단계로 나눠 보아야 한다. 첫째는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는 경우다. 동거하는 가족이 감염될 확률은 1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델타 변이의 경우 더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 경우 가족들은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14일간 자가격리되며 감염예방 치료제가 있다면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둘째는 무증상 내지 경미한 확진자로, 이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28일간 격리된다. 이들을 위한 치료제가 필요하다.셋째는 병원에 입원한 경우다. WHO는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솔리더리티 플러스(Solidarity Plus)'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첫번째 임상시험에서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비롯해 이미 다른 질환에 승인된 의약품 4개를 30개국에서 모집한 1만2000명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통상치료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임상시험 방법은 무작위배정, 오픈라벨(open label), 적응적 설계(adaptive design)였다. 네가지 의약품 가운데 통상치료보다 좋은 효과를 보인 의약품은 없었다.Solidarity Plus 임상시험에는 52개국 600개 병원이 참여한다. 동 임상시험에서 전문가들이 선택한 항말라리아 의약품 아르테수네이트(artesunate)는 7일간 혈관주사 투여, 항암제 이매티닙(imatinib)은 14일간 경구 투여, 자가면역 치료제 인플릭시맙(infliximab)은 단회 주사 투여했고 통상치료를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무작위배정, 오픈라벨(open label), 적응적 설계(adaptive design)가 기본 임상시험 설계이며, 임상시험 데이터는 클라우드 데이터 베이스(cloud database)에 제출되고 환자 동의(Informed Consent Form, ICF)는 온라인으로 서명된다.임상시험 모니터링은 원격으로 진행되고 임상시험 현장(site)에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현장 모니터링(site-monitoring)은 요구되지 않는다. 목표는 사망률을 줄이는 데 있다. 사망률을 줄이는 의약품은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적응적(Adaptive) 임상시험이란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효과가 없는 의약품은 임상시험 중에 탈락(drop)되고 새로운 의약품을 추가할 수 있으며, 샘플 사이즈(sample size)는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데이터 및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ata and Safety Monitoring Board, DSMB)가 중간분석을 통해 결정한다.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13개가 임상승인을 받았지만 후기 임상으로의 진행은 쉽지가 않다. 규제를 완화하고 약사들과 의사들이 원격의료에 합의한다면 국내 치료제 13개를 대상으로 WHO의 Solidarity 임상시험 방법을 채택해 고위험군 예방치료 임상시험과 무증상 경증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적응적(Adaptive), 오픈 라벨(open label), 무작위배정, 전자등록과 전자동의, 클라우드 데이터 베이스 (cloud database), 중앙 모니터링 (central monitoring), 환자 중심 (patient centric)의 방법을 채택한다면 현재 1500~2000명이 매일 신규 확진되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비교적 간단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위의 13개 의약품 가운데 좋은 결과를 내는 의약품들은 긴급사용허가를 내어주고 추가 임상시험을 통한 재검증 후 승인을 해주는 정책을 채택한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이영작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2021-09-13 15:56:06데일리팜 -
[칼럼] 성욕 감퇴가 뇌하수체 종양이라니회사원 H씨(47)는 1년 전부터 신체에 이상을 느꼈다.온몸이 무기력해지면서 낮에는 일에 신명이 나지 않고, 밤이 되면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는 거였다.그 후 두세 달쯤 지나 심한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격무 등 과중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생각하고, 과음과 과로를 피하면서 충분한 휴식도 취해봤으나 증세는 점차 악화될 뿐이었다.대책없이 허약해져 가는 남편을 보다 못한 부인이 원기 회복에 좋다는 약이란 한방약은 다 지어다 먹였으나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그냥 포기하고 지내려다가 마침 일간지에 실린 ‘성 기능 장애, 숨길 병이 아니다’라는 기사를 읽고는 남성 클리닉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여느 환자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H씨의 외부 생식기에서 별 다른 이상을 발견 할 수 없었다.혈액화학검사도 모두 정상이었고, 당뇨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 요인에서도 정상치를 나타냈다.그러나 호르몬 검사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약간 저하돼 있는 데다가,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100ng/ml로 상당히 증가돼 있는 등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상인에 비해 다섯 배나 높은 수치가 아닌가.혹시 검사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고 재검을 해보았으나 역시 처음과 비슷한 115ng/ml라는 수치가 나타났다.이쯤 되면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니다.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이토록 과다 분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큰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내분비 전문의와 협의하여 전산화 단층촬영을 하기로 하였다.촬영 결과 직경 1cm 정도의 종양이 뇌하수체에 꽉 차 있는게 틀림없는 뇌하수체종양이었다.성기능 장애를 이유로 병원을 찾았는데 진단은 엉뚱하게도 뇌하수체종양으로 나온 것이다.전산 단층촬영결과를 들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았다.“뇌하수체 선종이 틀림없지요?”“아니! 하수도과에서 어떻게 우리 환자를 진단했습니까?”“아하! 아래 대감님이 윗대감님과 일맥상 통하는 데가 있지요. 형과 아우지간아닙니까?”내분비내과/신경외과와 상의해본 결과 1차 단계로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다.우선 화급한 일이 자라나는 종양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수술보다는 우선 암세포 억제제인 브로모크립핀을 투여하면서 관찰하기로 하였다.약물 치료하면서 다행히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치가50-60ng/ml 상태로 잘 유지되고 있어 브로모크립핀 치료를 계속하기로 했다.3개월 지나자 마침내 성욕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발기력도 조금씩 나아져 갔다. 정확한 진단으로 잘 치료가 되고 있었다.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성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프로락틴이 과다 분비되면 남성 호르몬이 억제되면서 심한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 증상을 일으킨다.지나친 스트레스, 과음, 과로, 약물 상습복용 시에도 프로락틴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성욕 감퇴가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3-6개월 이상 지속될 때다.일단 증세가 심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심리적인 것인지, 내분비 계통의 질병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남성의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은 남성 전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예민한 지표이다.*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09-01 08:45:09데일리팜 -
[칼럼] 의약품 배송,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약품 배송은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의약분업 이전에도 일부 약국들이 일반의약품 등을 배달하는 문제가 종종 불거지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약계에서는 자율지도, 약사감시, 고발 등의 수단으로 이를 제어하곤 했다. 약사들을 통한 전문적인 의약품 관리체계가 아니면 의약품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지는 분명했다.그러던 것이 의약분업 이후 약국 업무가 처방전 관련 업무에 종속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전문의약품 배송문제가 간간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사회 전반에 IT에 기반한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보건의료계에도 원격의료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플랫폼 형태의 의약품 유통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와 같은 현상은 암묵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코로나 이후를 겨냥한 배달앱 내지는 처방전 전송시스템을 장착한 플랫폼들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하겠다. 보건의료계를 둘러싼 저변의 도도한 변화의 흐름 가운데 한 테마가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이에 대해 현재 약계에서는 경계하며 약사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 말고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의 화두는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떨고 있는 현재도 우리 사회 전체가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테제이다. 보건의료계로서는 특히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나 재난상황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백신주권, 신약 등의 의약품 개발, 첨단화되고 개별화된 보건의료 현장의 정책방향 제시와 같은 숙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의약품 개발에 따른 기획과 생산, 유통, 투약, 모니터링 등의 의약품 전 주기에 걸친 정책방향성의 제시도 이와 같은 흐름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따라서 현재 부각되고 있는 약 배달, 처방전 전송 플랫폼, 특히 최근에 문제시되었던 조제약 배달 등의 사안은 이와 같은 저변의 흐름에 비추어 고려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기실 문제는 무엇인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첫째, 직설적으로 의약품 배달이나 처방전 전송 등은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가? 과연 의약품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와 안전성 유효성의 이슈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현재 약업계가 담보하고 있는 의약품의 사회적 효용성이 어느 정도인 지에 대한 평가가 자리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된다면 현재의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보건의료계의 변화여부나 그 정도에 상관없이 기저를 단단히 받쳐야 하는 대전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안정성 그리고 공공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의약품 배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그와 같은 대전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둘째,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는 현재 보건의료계의 흐름에 맞춰 어떻게 약사직능의 위상을 확립할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약사사회와 일부 의료계에 불과할 뿐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IT의 발전을 기반으로 생명기술 정보기술 산업공학 등이 융합되고 있는 사회적인 추세를 보건의료계에서 받아들이는 형태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의약품 배송의 예에서 보듯이 보건의료의 특수성을 전제한 필수불가결한 사항에 대한 고려 없이 산업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단면들을 보게 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타 분야에서의 전면적인 확산에 힘입어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약사들의 사회적인 위상과 역할의 정도에 따라 그 효과적인 대처가 차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약사들이 생각하는 약사들의 사회적인 위상과 의약품의 가치가 일반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그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전문직의 특성상 국민들의 신뢰도가 직능의 사회적 위상을 결정지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에 약사사회의 대표단체는 작금의 제반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코로나 이후 약사의 미래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에 기반하여 큰 틀에서 의약품 배송을 비롯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인 선구안과 실천적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셋째,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약계가 취해야 할 우선적인 태도는 무엇인가?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어떠한가에 따라 세 번째 질문의 답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의 다양성에 따라 세 번째 질문의 답은 그 매트릭스가 더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지면이 필요할 것 같아 그 각각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차치하도록 하겠다.다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로 작금 더욱 충실하게 의약품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고 약계 본연의 직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에 관련한 정책방향성, 전문직인 보건의료인의 역할과 위상은 사회적 여론을 따르기 마련이고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추어 갈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역할과 노력이 다음 단계로의 이행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지극히 원론적인 관점에서 보건의료인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약계의 대표단체에서 이에 대한 선구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엽적인 사안에만 매몰되어 임시방편의 미봉책만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보다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정책방향성을 정립하고 세부적인 항목들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의약품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일은, 사회적인 변화의 도도한 흐름에 맞서고 때로 발 맞추며 전문직능인의 위상을 확립하고 국민건강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일은, 그와 같은 정책방향성의 제시와 실천 그리고 현장을 지키는 굳건한 현장 지킴이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룰 수 있는 일이다.2021-08-10 09:16:18데일리팜 -
[칼럼] 젊은 나이에 벌써 대사증후군33세의 젊은 P군은 100kg이 넘는 거구이다.“어디가 불편한가요?”“페니스에 부스럼같이 자꾸 뾰루지 같은 게 생겨요.”“언제부터 그런가요?”“최근 몇 개월 전부터 계속 그런 게 재발 됩니다.”“결혼은 하셨나요?”“예. 신혼입니다.”“건강에 다른 이상은 없나요?”“아직 특별히 나쁜 곳은 없습니다. 제 체중이 원래 100kg정도인데 최근 갑자기 15kg정도 늘었어요. 최근 요식사업을 새로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술을 자주 먹게 됩니다.”우선 재발되는 피부염이 이상해서 기본적인 요검사와 혈액 화학 검사를 해보았다. 소변에서 요당이 2000ml/dl이 나오고 케톤이 50mg/dl로 많이 나왔다.혈액 화학 검사에서는 간 효소 수치가 153/59U/L로 높게 나왔다. GGT는 125U/L로 매우 높게 나왔다. 술을 많이 먹었을 때 이러한 수치가 나타난다.콜레스테롤이 247mg/dl로 높고 공복혈당이 302mg/dl이고 중성지방이 500mg/dl을 넘어갔다.이미 비만과 고지혈증이 심하고 술을 많이 먹어 당뇨병이 나타났다. 이미 합병증이 나타나고 있는 매우 중한 상태이다.P군은 새로운 사업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있는 모양이다.혈당이 높아 피부에 농가진이 자꾸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혈압은 어떠세요?”“조금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체중 나가는 사람들은 대개 조금씩 높다고 하던데요?” 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혈압을 재보니 160/90으로 이미 고혈압이다.그런데 본인은 자기 건강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현재 아주 중한 상태입니다. 비만과 술, 과음 및 당뇨로 이미 소변에 요당과 케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조절이 안되는 고혈당 증세입니다. 당장 술을 끊고 하루 한 시간씩 뛰는 운동하며 체중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병이 진행된 상태인데도 전혀 모르고 술만 먹고 있었다는게 놀랍습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당뇨전문의에게 꼭 진찰을 받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복부비만과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이 한 뿌리에서 시작되는 전형적인 대사증후군 증세들이다.성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대사증후군이 이제는 벌써 젊은 환자들에서 나타난다.남성클리닉을 찾아오는 이러한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대사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처음들은 P군은 잘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최근 기력이 떨어지고 몸이 좀 이상하게 피로를 느끼는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줄 몰랐다는 것이다.“성생활은 별 이상이 없나요?”“요즈음 계속 피곤하고 의욕이 안 생겨서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저는 사업상 술을 안 먹을 수 없는데 어떻하죠?”“사업도 중요하지만 본인 건강이 더 중요하지요. 현재 아주 중한 상태입니다. 바로 입원해서 치료 받아야 할 응급상태입니다. 총체적 부실로 내장비만에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이 동반된 대사증후군 환자입니다.”대한당뇨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환자가 계속 증가하며 30세 이상에서 10명중 1명이 당뇨병이며 공복혈당장애를 가진 성인까지 포함하면 10명중 3명이 잠재적 당뇨병 환자라고 보고한다.당뇨환자의 50.4%가 복부비만이며 62.5%가 고혈압 약물치료를 받는다고 보고한다.그러므로 당뇨환자는 혈당과 더불어 체중, 혈압, 고지혈증의 철저한 관리로 심혈관계의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비만, 운동부족, 과음 등이 모든 병의 시작임을 알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08-09 11:06:44데일리팜 -
[칼럼] 권리남용 관점에서 본 집행정지와 부당이득최근 보건복지부는 제약사가 진행한 행정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할 경우 집행정지 기간 동안의 건보재정 손해분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집행정지 결정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다소 공격적인(?) 발표이다.하지만 이를 ‘권리남용’의 관점에서 살핀다면 달리 보인다. 그 동안 약가 인하가 발표되면 몇몇 제약사들이 집행정지 신청을 소위 ‘미루기’ 전략의 일환으로 당연하게 해 왔던 것을 ‘권리남용’으로 보아 이를 방어적 측면에서 제재하려는 것이다.이렇듯 제약사의 권리 행사 기간 동안 입었던 간접적인 손해를 추후 어떻게 전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과거 허가‧특허 연계제도 신설 당시에도 첨예하게 이뤄졌다.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라 특허권자의 신청이 있으면 제네릭의 출시 자체가 사실상 금지되는데, 이후 그 특허가 무효라고 판명되면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기간 동안 더 비싼 의약품을 구입해야 했던 건보공단과 소비자들의 손해를 과연 특허권자가 보상해야 할지 문제되었던 것이다.이는 법리적으로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일반 민사채권의 경우 권리자가 제3자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등 단행적 가처분을 얻은 후 자신의 피보전권리가 무효로 판명되면 권리자는 제3자가 가처분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과실이 추정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경우 그 피보전권리가 일반 민사채권이 아닌 ‘특허권’으로서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한 권리라는 점에서, 이를 일반 민사채권의 경우와 무조건 동일하게 보아 이를 부당이득으로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제약사의 권리 행사에 한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그 손해와 피해를 모두 건보공단,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입게 된다는 것 또한 명확한 사실이기에 이를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비록 해치왁스만 법에는 부당이득 반환 규정이 없지만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를 ‘권리남용’으로 보아 소비자들이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례가 있고, 캐나다 및 호주의 경우 특허권자가 특허 분쟁에서 패소하면 제네릭사가 입은 손해와 국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포함시켰다(실제로 정부가 나서서 특허권자에게 소를 제기한 사례도 발견된다).이러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제약사의 권리 행사를 ‘권리남용’의 관점으로 보아 제재하려는 건보공단의 입장도 일응 자연스러우며, 궁극적으로 이는 권리행사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제도권 내에서 가능한 권리 행사를 하였을 뿐인데 소송 승패에 따라 소급하여 ‘부당’한 이익이 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따라서 제약사가 권리 행사 과정에서 특정 정보를 숨기거나, 위법한 행위를 하거나, 재정 누수가 발생할 것을 인식하고도 시간을 끌기 위해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권리 행사가 ‘권리남용’이라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일응 합리적이겠으나, 그 기준은 제약사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해야 할 것이다. 즉, 제약사들의 권리 행사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건보공단 재정에 악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고 그로 인해 소비자가 비싼 의약품 값을 지불해야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제약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정부가 제약사의 권리행사에 ‘한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복지부의 발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예외 설정은 납득 가능할 만큼 구체적이어야 하고, 제약사의 권리 행사를 위축시키지 않을 정도여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 남은 과제도 많아 보인다. 모쪼록 모든 주체가 납득 가능할 정교한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건보재정의 누수 또는 비효율적 운영은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2021-07-27 06:10:4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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