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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한적 성분명, 국민 불안 없앨 응급장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이 국회 발의되면서 앞으로 보건의약계는 불가피 또 한 차례, 어쩌면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입법에 찬성하는 약사와 극렬 반대 입장을 고수할 의사가 직능 패권을 놓고 대립할 미래가 벌써부터 눈에 선연하다.하지만 직능 간 유불리를 떠나 입법안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탄탄하고 촘촘하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품절약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깃들었음을 알 수 있다.다소 과해보이는 조항은 수급 불안정약 성분명 처방 의무를 위반한 의사에 대한 처벌 조항 정도다.실제 대한의사협회도 해당 벌칙 조항을 문제삼아 "형법상 과실치상죄가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는 것 보다도 높은 형벌"이라고 지적했다.처벌 규정은 추후 실질 입법심사 때 합리적인 선으로 수정하면 될 일이다.이를 제외한 나머지 약사법·의료법 개정안 세부 조항은 반드시 성분명 처방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이를 허용하도록 여러가지 조건과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생각이다.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환자와 의약계가 자칫 무차별적인 성분명 처방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입법이 설계됐다는 얘기다.구체적으로 수급 불안정 의약품 정의를 상세하게 법제화했고, 의약품 공급관리위원회 역할과 권한, 구성 성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직능 유불리가 반영되지 않도록 신경쓴 티가 역력하다.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의사에게 제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법률로 강제할 만큼 문제가 심각한 품절약만 수급 불안정약으로 지정하도록 법률을 구성하는 문장들을 섬세하게 썼다.보건복지부 차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을 포함한 30명의 공급관리위원들이 치밀한 논의 끝에 다면적이고 다층적으로 수급 불안정 문제 원인과 배경, 해결책을 샅샅히 살피고 나서야 비로소 수급 불안정약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의사 역시 공급관리위에서 전문성을 토대로 수급 불안정약 지정·지정해제 관련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상품명 처방에 익숙한 의사들이 무작정 제네릭 약효·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한적 성분명 처방 의무 법안에 반대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서는 이유다.의협은 해당 법안에 대해 "의약품 수급 문제는 제약사의 생산중단 또는 수입중단으로 발생한다. 이런 의약품 공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으로, 애꿎은 의사를 범죄화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취지 입장을 냈다.일부 타당한 주장이나, 품절약 생산·수입 제약사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 강화만으로 수급 불안정 사태를 전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점도 고민해 볼 부분이다.특히 법안은 정부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해 품절약 사태 예방력·대응력을 강화하고, 긴급한 경우 정부가 제약사에 생산·수입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담았다.즉 법안은 품절약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A부터 Z까지 모든 경우의 수에 민관 합의로 정부가 최대한 합리적이고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을 곳곳 설치한 셈이다.적어도 제한적 성분명 처방 법제화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소염진통제 재고가 충분했는데도, 특정 상품인 '타이레놀'에 대해서만 품귀 현상이 반복됐던 사례의 재발을 막는 미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품절약 사태 해결은 비단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의 공약이 아니라 국민의힘 공약이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의약품 수급 불안에 고통받아 왔다는 의미다.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막연히 의료계 금기어이자 직능 반대 정책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응급처치 수단으로 바라보는 의료인의 품격이 필요한 시기다.2025-09-04 18:35:28이정환 -
[기자의 눈] 허가부터 급여까지 6개월...GIFT 확대 필요성[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2년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를 운영하고 있다. GIFT는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또는 희귀질환 치료제로서 혁신성이 뛰어난 의약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하고 환자에게 빨리 공급하기 위한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에 대한 신속심사 활성화 지원체계'를 말한다.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55개 품목이 GIFT에 지정됐고, 이 중 39개 품목이 허가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GIFT 품목의 경우 심각한 중증질환·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난 2023년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에 부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식약처 품목허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평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병렬로 동시해 진행해 빠른 보험등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에는 식약처 허가 120일, 심평원 평가 150일, 건보공단 협상 60일 등 허가부터 급여까지 최장 300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이 기간을 절반 가량 단축시킨 결과가 나왔다.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기대여명이 6개월 등 1년 미만인 암·희귀질환 치료제로, 소수의 환자 및 대체약제 부재, 2년 이상 생존, 치료 효과 우월성 입증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선정되는데, 현재로서는 GIFT 대상 품목이 최적의 대상이다.이에 그동안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5개 모두 GIFT 품목으로, 레코르다티코리아의 '콰지바(디누툭시맙베타)'와 입센코리아의 '빌베이(오데비시바트)', 큐로셀의 '림카토(안발캅타젠오토류셀)', UCB의 '핀테플라(펜플루라민)', MSD의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등이 주인공이다.현재 콰지바, 빌베이, 윈레브에어 등 3개 품목이 신속심사로 허가됐으며, 이 중 콰지바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되면서 허가부터 약가까지 6개월만에 완료됐다. 성과만 놓고 보면 GIFT와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모두 업계 뿐 아니라 환자의 접근성 향상면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제도가 운영된지 2,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범위는 제한적이라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GIFT의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 평가 우대 규정이 마련됐지만, 실제 GIFT 대상으로 신속심사를 받아 허가가 이뤄진 품목은 5개로 2.6%에 그치고 있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또한 GIFT 대상에서도 약제 선정기준이 까다로워 더 많이 선정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정부 또한 제도의 성과만 놓고 보면 확대 운영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인력이나 부처 간 소통 부분에 있어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도의 필요성이 성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신속심사와 허가-평가-협상 병행 확대 운영을 위한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2025-09-03 18:08:09이혜경 -
[기자의 눈] 트럼프 약가정책, 인지와 대비는 필수[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설레발이라 하더라도,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혜국 대우 약가정책(MFN, Most-Favored-Nation)' 행정명령 이후 주요 다국적제약사 CEO들에게 제시한 약가인하안 제출 기한인 9월29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MFN 약가정책은 선진국의 가장 낮은 가격으로 미국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은 미국의 메디케이드, 즉, 저소득층 의료보험에 속한 환자들에게 공급되는 의약품부터 MFN 가격을 적용한다는 것이고, 순차적으로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복안이다.한마디로, 기준이 되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국가의 약가에 맞춰 미국의 약가를 조정하겠다는 얘긴데, 우리나라가 그 기준점이 될 확률이 적잖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가뜩이나 '코리아 패싱' 우려가 높은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급여 목록에 의약품을 아예 등재하지 않으려는 기조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미국의 의약품 시장은 전 세계 1위 시장으로 절반에 가까운 글로벌 점유율을 갖고 있는 독보적인 국가이며, 우리와 비교 시 20배 이상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다국적사에게 우리나라는 얼마든지 포기해야 하는 시장이 된다.조짐은 이미 보인다. 트럼프 약가 정책 발표 후 등재를 위해 제출된 다국적사의 신약이 평가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고, 신약 등재 신청을 위한 본사 승인이 잠정 중단된 회사도 존재한다. 또한 기등재된 품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제약사에서 허가를 철회하면서 급여 품목을 삭제하기도 했다.표시가 보전, 지출구조 개선 등 그동안 '건의'로 남아 있었던 해결책을 이젠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할 때가 왔다. 기등재 의약품의 경우 사후 약가 인하 기전으로 인한 지속적인 약가 인하를 대체할 수 있는 정책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물론 이중약가는 이기적인 정책이며, 투명성을 저해한다. 나라와 나라 간 실제 가격을 숨김으로써 불투명한 약가 영역을 넓히는 행위다. 하지만 한 국가의 자국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지 이기도 하다. 딜레마 안에서 우리도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트럼프가 던진 폭탄의 범위가 처음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물론 있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인 것도 분명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받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한 인지와 대비, 필요하다.2025-09-03 06:19:19어윤호 -
[기자의 눈] 반기보고서 친절함이 필요하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들은 최근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같은 반기보고서인데 정보를 알리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양식은 동일하지만 일부는 친절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임원의 현황을 보자. A사는 주석에 들어오고 나간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놨다. 한 눈에 봐도 누가 빠지고 그 자리를 대체했는지 아니면 공석으로 남아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다만 최근 임원 대거 교체된 B사는 주석이 없다. 이에 하나하나 기존의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비교해 임원의 변동을 찾아냈다. C사의 경우 6월말 기준 1분기에 퇴사한 이가 임원의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C사는 단순 실수라며 3분기 보고서에는 슬며시 빼놓겠다고 말했다.비상장사 D사는 지난해 3월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올 4월 나온 감사보고서에는 여전히 기존과 동일한 주주 현황만 기재돼 있었다. 주석을 통해 지배구조 상단이 변경된 사실을 기재했다면 더욱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쉬웠을 것이다.E사는 올 반기말 기준 핵심 물질 국내 3상 임상시험 개시 준비중이라고 기재했다. 2024년 3월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 변경 승인 완료를 받았지만 본격화되지 않은 셈이다. 투자자는 3상이 언제 시작할 지 궁금하다. 반면 F사는 개량신약 3상을 3분기에 개시하겠다고 명확한 시점을 언급했다.제약사별 반기보고서 양식은 동일하다. ▲회사의 개요 ▲사업의 내용 ▲재무에 관한 사항 ▲주주에 관한 사항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 등이다. 제약사들은 이에 맞춰 내용을 기입한다.다만 기입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친절하고 누구는 아니다.여기서 전자공시의 의미를 살펴보자.국어사전에 따르면 전자공시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기업과 관련한 서류를 이용자들이 조회할 수 있도록 공시하는 체계다. 기업은 금융 감독 위원회 등의 관계 기관에 제출하는 신고서나 보고서 따위를 인터넷을 이용해 전자 문서로 제출하고 관계 기관은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일반인에게 알려 공시의 신속성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종합적인 알림 체계다.투자자 입장에서 공시는 친절해서 나쁠 것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친절함이 필요하다. 이는 ESG 경영과도 연결된다. 이제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시대가 아니다. 얼렁뚱땅 넘어가서도 안된다. 변화가 있으면 변화를 있는 그대로 알려야한다. 여기에 친절함이 가미되면 금상첨화다.2025-09-02 06:01:12이석준 -
[기자의 눈] K-바이오, 중국 급부상은 새로운 기회[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서 중국 제약사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기술 추격자’로 불리던 중국은 거대한 자본과 신속한 임상 진행으로 단숨에 글로벌 시장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중국 제약사들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 진입, 후기 임상 진행, 허가, 대규모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인 신약개발 체계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판도를 흔들고 있다.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허가 사례를 늘려가는 동시에 주요 글로벌 제약사에 굵직한 기술이전을 이뤄내고 있다. 중국 제약사들이 자국 내수시장만으로도 임상·판매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규모를 확보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이다.수천 명의 환자 집단을 기반으로 한 임상 속도 그리고 규제당국의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식 ‘물량 공세’는 거대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반면 국내 ADC 기업들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20개가 넘는 다수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기술이전 사례를 만들었고, 오름테라퓨틱은 독창적인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앞세워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ADC 분야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인투셀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무기로 신규 타깃 ADC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중국이 ‘규모와 속도’라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플랫폼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이같은 차별화된 신약개발 전략은 단순한 경쟁 구도뿐만 아니라 협력의 여지도 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생산 인프라와 임상 네트워크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협력의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실제로 일부 국내 기업들은 중국 임상기관(CRO)과 손잡고 임상을 가속화하거나 중국 내 투자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기술이전 역시 중국 제약사로의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일례로 리가켐바이오는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을 이전했고, 해당 HER2 타깃 ADC는 현재 중국에서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이 기회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식 물량 공세는 특정 모달리티의 가격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 더 많은 항체, 더 새로운 페이로드, 더 다양한 플랫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시장의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글로벌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놓고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때 한국 기업들의 플랫폼 차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기술적 소모품으로 소비될 위험이 크다.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임상 단계별 차별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글로벌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쟁’과 ‘협력’ 관계를 모두 이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어떻게 굳히느냐가 한국 ADC 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중국 제약의 급성장은 한국 입장에서 위협이자 동시에 기회다. 경쟁자로만 치부하기에는 협력 여지가 많고 무조건 협력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잠식 위험이 크다.결국 K-ADC의 글로벌 도전은 이 미묘한 줄타기 속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중국 대비 물량과 속도전에서는 밀리더라도, 플랫폼 차별화와 전략적 파트너십에서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지금이야말로 분명히 새겨야 할 시점이다.2025-09-01 06:17:57손형민 -
[기자의 눈] 헬스케어 AI, 혁신의 속도와 신뢰의 속도[데일리팜=황병우 기자]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적용을 넘어 안착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필립스코리아는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 보고서'를 통해 '신뢰'라는 화두를 던졌다.보고서를 보면 의료진의 86%가 헬스케어 AI가 의료를 개선할 것이라 답했지만, 환자는 60%만 긍정적이라고 했다. 현장의 'AI는 업무 효율화에 도움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환자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다'라는 반응이 교차하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이날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장이 발표한 병원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했다.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AI 기반 디지털 병원을 표방했다. 흉부 X-ray 판독 보조, 감염자 동선 추적, 디지털 병리, 음성인식 의무기록 등 여러 사례를 도입하며 성과를 보여왔다.특히 감염 관리에서 반나절 걸리던 접촉자 파악이 10분 만에 끝난다는 이야기는 AI의 가치를 실감하게 한다.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을 위한 디지털이어야 하는데, 디지털을 위해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아이러니"라는 말이다.실제로 AI를 EMR 등에 연동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든다. 환자 동의서를 매번 받는 행정부담도 존재한다. 혁신 의료기술 지정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절차와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문제는 제도다. 의료진은 AI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지만, 막상 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AI가 오진을 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보고서에서도 한국 의료진의 74%가 이 부분을 우려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AI를 둘러싼 화두는 결국 '신뢰'다. 기술적 성능 못지않게, 제도와 규제가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지가 관건으로 이러한 신뢰에는 정부가 보장하는 재정적 지원이라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환자로서는 투명성 있는 설명과 안전장치, 의료진으로서는 책임 규정과 비용 보전,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기술의 속도는 이미 충분히 빠르다. 이제는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혁신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결국 규제가 속도를 맞춰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AI가 효율과 이를 통한 인력 재투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2025-08-29 06:00:21황병우 -
[기자의 눈] 잘 나가는 바이오기업 '탈 코스닥'의 명암[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에 코스피 이전상장 열기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이 최근 이전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HLB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전상장 안건을 통과시키며 관련 절차를 추진한 바 있다. HLB는 한때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했던 바이오 섹터 대표 업체다.이들 기업의 행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고 외국인 접근성도 우위에 있다. 일부 기관은 운용 규정상 코스피 종목에만 투자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이 곧 '기업가치 재평가'로 직결되는 셈이다.브랜드 신뢰도도 무시할 수 없다. '코스피 상장사'라는 타이틀은 해외 투자자나 글로벌 파트너사에게도 강력한 신호가 된다. 바이오 기업에 있어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은 사업의 핵심 기반인데, 글로벌 제약사는 계약 체결 시 상장 시장을 기업 신뢰도의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기도 한다.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존재한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은 2018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했다. 27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 시가총액 39조4444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상장사 중 12위에 올라 있다.다만 코스피 이전상장이 무조건 정답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코스닥은 일정 시점이 되면 무조건 떠나야 하는 시장 혹은 임시 정거장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이전상장이 자율적 선택이 아닌 구조적 강제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코스닥은 원래 벤처와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 플랫폼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코스피 대비 진입 요건이 낮고 신산업 중심의 평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아직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혁신 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초기 기술기업이 이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시장 신뢰를 얻으며 성장해왔다.기업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확보라는 명분이 충분하더라도 규모가 커진 유망 기업이 모두 코스피로 빠져나간다면 자칫 자본시장의 건강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코스닥이 단기 체류지처럼 여겨지게 되면 코스닥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고 자본시장의 다양성과 균형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국내와 달리 해외 자본시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이 반드시 이전을 택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등 세계적 기술기업 상당수가 여전히 나스닥에 상장해 있다. 각 상장 시장이 고유한 역할과 위상을 갖고 공존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고 기업은 시장의 특성과 자사의 전략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한다.기업의 성장과 투자 확대를 막을 이유는 없다. 더 나은 시장 환경을 찾아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건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자 성장 전략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정해진 수순처럼 코스피로 향하는 흐름이 고착화되면 자본시장 생태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에 상장돼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2025-08-28 06:17:35차지현 -
[기자의 눈] 대체조제 반대하는 의사, 품절약 해법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국회에서 대체조제 통보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의사협회가 기다렸다는 듯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이번 개정안은 약국 대체조제 사후통보 대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정보시스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내년 2월 2일 시행을 앞둔 대체조제 통보 간소화 관련 약사법 시행규칙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자 의협은 역시나 이번 법안이 대체조제를 쉽게 하는 악법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임의적인 대체조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관련 제도가 시행되면 의사 처방권이 무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의사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 단체들에서는 성분명처방을 넘어 대체조제 간소화 관련 제도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의사들이 줄곧 주장해 온 대체조제 활성화 반대 이유는 약사의 처방 변경에 따른 환자 안전 위협, 의사 처방권 무력화, 그에 따른 의약분업 붕괴 등이다.의사 처방권 무력화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대체조제 활성화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의약분업 근간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코로나19 확산 이후 5년이 넘게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기보다 정도는 순화됐다 하더라도 예측 불가한 약 품절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지속되면서 제약,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약국가는 업무에 적지 않은 부분을 의약품 재고 확보와 수급 관리에 할애하고 있는 형편이다.약 수급 불안이 극심했던 코로나 기간 일선 약사들의 의약품 재고 확보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대체조제 시도, 환자의 이해가 없었다면 일시적 이슈로 부각되다 잠잠해진 ‘약국 뺑뺑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을 가능성이 컸다.의약품 품귀, 품절은 뾰족한 대책 없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관련 법은 국회에서 기한 없이 계류 돼 있는 상태다.이 과정에서 처방권 유지를 강조하는 의사들은 환자 안전을 위해 어떤 목소리를 냈고, 또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묻고 싶다.권리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의약품 처방 권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처방한 약이 환자에게 탈 없이 전달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일조할 의무와 책임도 따를 것이다. 책임 없는 권리 주장은 권한 남용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정부도 이제는 특정 직역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인센티브 제도까지 도입해 활성화를 꾀하는 대체조제가 이제는 말 그대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2025-08-26 16:54:12김지은 -
[기자의 눈] 병원부지 내 약국개설 논란 언제까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동아대병원, 덕산병원, 일산차병원... 병원부지 내 약국개설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곳들이다. 잠잠하던 병원부지 내 약국개설 시도가 최근 연거푸 이어지면서 약사사회 관심도 커지고 있다.사례별로 살펴보면, 동아대병원 약국개설 취소소송은 내달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일산차병원 1층 약국개설 시도 역시 진행중이다. 고양시약사회는 약국의 주출입구 방향이 건물 외벽으로 나 있다 해도 약국이 명백히 의료기관 시설 안에 해당된다며, 개설 시도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오는 12월 완공을 앞둔 수원덕산병원 역시 병원부지 내 약국개설을 놓고 약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10월 준공을 앞둔 상황에서 분양·임대가 마무리되고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어야 할 상황이지만, '어디가 A급 문전약국이 될 것인가'를 놓고 저울질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병원과 인접해 있는 A급 약국자리 상가가 당초 병원부지였기 때문인데 보건소 판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사실상 병원과 나란히 위치한 이편한세상시티고색에 1곳, 병원과 150m 가량 떨어진 수원고색금호리첸시아퍼스티지에 2곳이 분양 완료된 상황이며 각각의 분양가는 30억원에서 122억원까지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이다.평당 1억원을 들여 약국을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보건소로부터 반려 처분을 받으면 약국을 할 수 없다 보니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채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약국은 약국이라는 특성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어느 업종보다도 자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횡단보도 하나에, 신호등 하나에 약국 매출은 천지차이가 나다 보니 보건소나 지자체 판단 하나에 수십억원, 수백억원이 오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약사법 제20조(약국 개설등록) 제5항은 ▲제76조에 따라 개설등록이 취소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자인 경우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복도·계단·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설등록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복지부 역시 2020년 약국개설등록 업무지침을 전국 보건소 등에 배포했지만 담당자 재량에 따라 판단 기준과 역량이 각기 다르다 보니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앞서 천안 단국대병원, 창원 경상대병원,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등 사례에서는 이미 허가된 약국의 개설이 취소되는 사례도 최근에는 비일비재하다.개설된 약국을 취소하는 것 보다 앞서 할 일은 의와 약이 분업이 이르게 된 취지와 약사법 조문마다의 함과 의를 찾는 일이다. 약국과 의료기관의 공간적·기능적 독립이 이뤄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의료기관 부지 혹은 건물 내 약국개설이 용인된다면 이는 공간적·기능적 독립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병원의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될 수도 있는 종속을 낳을 수밖에 없다.'그래도 들어가려는 약사'가 있는 것도 맞지만, 모호한 행정청의 태도와 판단으로 약국은 물론 약사사회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의약종속을 초래하는 꼼수개설은 반드시 불허돼야 한다.2025-08-25 14:09:18강혜경 -
[데스크 시선] 스티렌 급여 재평가와 환지본처[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국산 천연물신약(현 천연물의약품) 1호격으로 800억대 초블록버스터 위용을 자랑했던 동아ST 스티렌정 급여 재평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탄생 배경·역량·역할론은 배제되고, 국제 SCI급 학술지·교과서 등재·게재 여부에 치중된 이른바 해외 학회 사대주의 색채가 농후한 심평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가이드라인 설정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2002년 시판허가를 획득한 스티렌은 애엽에서 유효성분을 추출·분리해 개발된 위염치료제로 임상3상에 성공하며 다국적제약사의 경쟁품들과 당당히 겨뤄 대한민국 대표 위장약으로 성장해 왔다. 당시 동아제약은 스티렌 개발을 위해 1994년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제품 연구·개발에 착수해 약 150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했다. 스티렌은 국내 5개 병원(아주대병원·서울아산병원·강남성모병원·부산백병원·전남대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 완치·유효율 면에서 대조약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위염·위궤양 치료제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20조원을 상회 정도로 큰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오메프라졸·라니티딘 등 산분비 억제제가 주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산분비 억제제는 만성위염이나 알코올·소염진통제 등에 의한 위장 장애에는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할 때 스티렌의 탄생은 그야말로 국산 R&D의 쾌거이자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공로를 세운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자원이 풍부한 국산 생약으로부터 유효성분을 추출·분리해 개발된 스티렌은 자원 활용·부가가치가 그 어떤 약물보다 크다.스티렌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4번의 약가인하 과정을(231원→168원→112원→111원)을 겪었다. 현재의 약가만 놓고 본다면 대체약제들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워낙에 비중있는 오리지널 약물이다보니 딸린 제네릭과 개량신약만도 40여개를 훌쩍 넘는다. 만약 심평원의 앞뒤없는 약가 삭제가 강행된다면 비록 어느정도 건보재정 절감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정부 정책 기조만 믿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제품을 키워온 많은 제약사들의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헬스케어산업 전체는 물론 복지부 전현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급여 재평가 기준(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에 대한 심도 있는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임상적 유용성 항목은 의학적 권고 교과서·임상진료지침·HTA보고서, 심평원 근거문헌활용지침 및 학회 추천교과서, SCI·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RCT 문헌 등이다. 비용효과성은 말그대로 대체 가능성 및 투약 비용 비교·대체 약제 존재 여부·평가 약제와 대체 약제 간 투약비용 비교 등이 검토된다. 이중 사회적 요구도는 의료·사회·재정적 요소가 검토된다.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 선정기준도 사실상 국내 개발 천연물의약품(허가 당시 천연물신약)에 불리하면서도 불합리하게 작용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A8 국가 중 2개국 미만 등재이면서 청구액 200억원 이상인 약제가 대상인데, 스티렌이 바로 이 기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방의 표준·과학화를 통한 한국형 신약인 천연물신약 개발이라는 20여년 전 당시의 국가정책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 심평원의 정면도전 또는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제도에 대한 배신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케미칼 또는 바이오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해외 진출이 어려운 천연물의약품에는 불리한 기준 논리로 해석된다.실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과거 A제품의 경우, 단 몇쪽 남짓 분량으로 유럽 학회지에 소개됐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재평가에서 살아남은 실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스티렌의 경우 해외 유수학회지와 교과서에 편재된 적은 없지만 다수의 국내 학회지 등에 실리며 그 효능·효과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문자 그대로 놓고 보면 국내 의료연구·교수진은 미국·유럽의 그들보다 비교열등하다는 논리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모든 논문 게재·임상은 국내는 철저히 배제한 채 글로벌에서만 진행해야 할까.스티렌의 기사회생에 대한 당위성은 위의 근거논리 외에도 차고 넘친다. 일본계 다국적제약사 오츠카의 간판제품 뮤코스타와 셀트리온제약 고덱스가 좋은 실례다. 뮤코스타 역시 심평원이 그토록 중요한 평가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국제 SCI급 논문과 교과서 수록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눈에 띨 정도는 아니었다. 아울러 위염치료제 분야에서 뮤코스타·레바미피드·스티렌 등과 같은 방어인자증강제는 주로 동북아권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점도 당시 뮤코스타에 대한 급여 적정성 인정에 상당한 고려사항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몇해 전, 고덱스 역시 급여 적성성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의신청을 통한 소통과정에서 17% 수준에서의 자진약가 인하를 취하면서 급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오는 10월 초, 스티렌 급여 적정성 불인정과 관련한 심평원 약평위의 심의결과가 예정돼 있다. 남은 한달여 동안 심평원과 당해 기업 간 긴밀한 소통도 예상된다. 한간에 들리는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임상적 유용성 유무를 따지는 지루하고 긴 소송전 보다는 양측의 교집합인 대체약제가중평균가(92~97원)를 제시·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보건당국의 정책·제도·기조는 오직 국민·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방향을 선회해야만 한다. 이에 반하는 논리는 폭정과 진배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심평원은 제약주권 확립의 염원과 갈망 그리고 국민적 간절함이 녹아져 있는 스티렌에 대한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되돌림)를 몸소 실천해야 함이 옳다.2025-08-25 06:00:25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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