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채용
정보
    외국보다 복잡하고 긴 특허연장기간...특허청 손댄다
    기사입력 : 22.09.14 06:00:55
    0
    플친추가

    [DP스페셜] 특허 연장제도 개편 방향 ① 품목당 연장 가능한 특허 수 조정

    미국·유럽, 품목당 특허 하나만 연장 vs 한국, 특허마다 연장 가능

    현 제도는 다국적사에 유리...제네릭 많은 국내사는 개편 환영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이하 특허 연장제도)의 개편이 예상된다. 특허청은 관련 TF를 꾸리고 개선안을 마련,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의견을 조회했다.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 제도의 개선 방향은 크게 미국·유럽 등과 국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정리된다.

    ◆젤잔즈 특허기간, 한국은 27년 미국·유럽은 25년…제도 차이서 비롯

    특허청은 총 4개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그 중 하나로 미국·유럽처럼 한 의약품에 등록된 여러 특허 중 하나만 골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의 미국 내 특허 존속기간은 25년이다.

    통상적인 특허 기간 20년에 임상시험 또는 규제기관의 허가·심사로 지연된 5년이 연장된 결과다. 유럽의 경우도 20+5년의 특허 기간이 보장된다.

    반면 한국에서 젤잔즈의 특허 존속기간은 27년이다. 기본 특허 기간은 20년으로 같지만, 여기에 붙은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약물, 같은 특허임에도 미국·유럽과 한국의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이 다른 이유는 국가 간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오리지널사는 의약품 하나를 개발할 때 되도록 많은 특허를 등록한다. 물질특허, 용도특허, 용법·용량특허, 제법특허, 제형특허, 결정형특허 등 약물 하나에 10여개 특허가 붙기도 한다. 특허가 많을수록 제네릭사의 도전을 방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에선 의약품 한 품목에 등록된 여러 특허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젤잔즈 사례를 예로 들면, 화이자는 미국에서 여러 특허 가운데 물질특허를 선택해 특허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그 결과로 젤잔즈 특허기간은 20+5년이 됐다.

    반면 한국의 제도는 한 의약품에 여러 특허가 등록돼 있을 경우 각 특허마다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현행 특허청 고시에선 '하나의 허가 또는 등록사항에 대해 복수의 특허가 있는 경우에는 어느 특허권도 그 존속기간의 연장 등록을 개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실제 화이자는 한국에서 물질특허 2건과 제법특허 1건에 각각 존속기간 연장(최대 5년)을 신청했다. 세 특허의 존속기간 연장이 인정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기간끼리 중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의 젤잔즈 특허 기간은 미국·유럽보다 약 2년(732일) 더 길게 잡혔다.



    화이자가 한국에서 젤잔즈 특허 기간을 2년 더 오래 유지함으로 얻는 이득은 상당하다.

    우선 젤잔즈 제네릭 발매에 따른 약가 인하를 피할 수 있다. 제네릭이 발매되면 첫 해 70%, 이듬해부터는 53.55%로 약가가 인하되지만, 이를 2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제네릭 발매 시점을 늦춰 시장 독과점을 2년 더 유지할 수 있다.

    젤잔즈 연 매출 규모가 150억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이자는 2년간 '128억원+α'의 손실을 피하는 셈이다.

    ◆여러 특허 각각 연장 가능한 구조…오리지널사 특허기간 1~2년 길어져

    특허 기간이 길수록 오리지널사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한국에서의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에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 허가 받은 신약은 총 24개 품목인데, 이들의 특허 연장등록 신청·출원은 총 63건에 달했다.

    젤잔즈 사례와 마찬가지로 품목 하나당 2~3개 특허를 복수로 등록하고, 각 특허마다 존속기간 연장을 신청해 전체 특허기간을 늘린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다케다제약의 덱실란트디알(성분명 덱스란소프라졸)의 경우 총 8개의 특허가 각각 연장됐다. 로슈의 엔스프링(성분명 사트랄리주맙)은 10건의 특허가 모두 연장됐다.



    문제는 의약품 특허 존속기간의 경우 오리지널사의 등록은 수월한 반면, 제네릭사의 극복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연장제도가 시행된 1999년부터 작년까지 오리지널사들의 특허기간 연장 신청·출원 건수는 총 75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총 612건이 등록됐고, 65건은 거절됐으며 22건은 반려·취하됐다. 나머지 48건은 작년 말 기준 심사 중인 상태다.

    오리지널사가 특허기간 연장등록을 출원하면 10건 중 9건은 성공한다는 의미다.

    반면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에 대한 제네릭사의 도전 결과는 비관적이다. 2015년 이후 작년까지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에 대한 도전이 500번 넘게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로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노바티스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에 대한 한미약품·안국약품의 도전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현재 특허심판원에서 재심의 중인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그간 제약업계에선 현행 특허 연장제도가 오리지널사에 다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들어 국내 특허 연장제도와 미국·유럽의 제도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내제약사 '찬성' vs 다국적제약사 '반대'…특허청에 의견 전달


    특허청의 구상은 한국도 미국·유럽처럼 의약품 품목 하나당 하나의 특허 연장만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면 오리지널사의 특허기간이 최대 25년으로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특허청 초안대로 제도가 개편될 경우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간 유·불리가 확연하기 때문에 입장에 따라 찬반 의견이 첨예하다.

    현행 제도가 오리지널사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특허청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사들은 제도 개편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제네릭 비중이 높은 국내사 입장에선 특허 기간이 짧아질수록 제네릭 발매 시점을 앞으로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특허청의 제도 개편 방향은 환영할 만하다"며 "제네릭 발매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행 특허 연장제도는 일본의 제도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환경이 바뀐 만큼 미국·유럽 방식으로 한국의 제도를 개편하는 데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허청은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한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언제까지 법을 개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며 "양 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
    글자크기 설정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0/300
     
    메일보내기
    기사제목 : 외국보다 복잡하고 긴 특허연장기간...특허청 손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