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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희와 김숙희, 유영진이 있는 '2016 풍경'

  • 최은택
  • 2016-03-25 06:14:59
  • 시나리오로 본 더민주 비례대표 공천 논란

S 0. 전적으로 기자 개인의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사출신 비례대표 공천논란은 전적으로 상식과 기본의 논리로 봐야 한다. 의료계 스스로 '정치적 한계' 운운하며 푸념할 필요없고, 그렇다고 더민주에 서운함을 표시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왜냐고?

S 1. 처음엔 강청희였다

강청희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달 초 더민주에 비례대표 공천신청서를 냈다. 의사협회와 더민주는 그동안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면서 공조해 온 전략적 동지였다.

굉장히 낯설거나 어색하고, 또는 믿지 못할 일이지만 최근 1~2년 새 그런 기조는 유지돼 왔다. 강청희 부회장이 국회 진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최근 국회 전문기자협의회가 더민주 보건분야 총선공약을 취재해 보도했을 때도 의사협회는 지지와 공감을 표했다.

강청희 부회장은 첫 면접자였다. 가장 먼저 신청서를 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가나다' 순으로 순서를 정하다보니 '강씨' 성인 그가 1번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동안 분위기 탓이었는 지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은 아주 좋았다. 아니 면접점수를 잘 받았다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여성후보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전략적 동지'로 의사직능을 대표하는 강청희 부회장은 더민주가 선택 가능한 '충분한' 카드였다. 그의 기대는 커졌다.

S 2. 강청희가 김숙희됐다

상황이 돌변했다. 강청희 부회장 면접결과가 좋았다는 소문 탓이었을까. 아니면 기왕 의사직능을 공천할거라면 여자로 하자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서였을까.

공천 신청서도 내지 않은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 급부상했다. 김종인 대표의 복심이었다는 얘기도 있고, 다른 보이지 않은 손이 움직였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면접평가가 좋았다는 강청희 부회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김숙희 회장의 이름이 기입됐다. 아니 더 높은, 그러니까 A그룹(~10번)으로 당당히 올라섰다. 뱃지는 '따놓은 당상'이 됐다. 의사협회는 강청희 부회장 뿐 아니라 김숙희 회장에게도 추천서를 써줬다는 후문이다.

김숙희 회장이 의사협회 현 부회장이니까 그럴수도 있지만 의사협회가 '원포인트' 행보에 나서지 않은 건 실책이었다는 평가는 나중에 나왔다.

S 3. 강청희도 김숙희도 안됐다

사고가 터졌다. 김숙희 회장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폄훼한 듯한 기고글에 과거 의료영리화 등에 찬성한 듯한 언행들이 문제가 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더민주와 맞지 않는' 후보라는 게 중앙위원들의 평가였다.

중앙위원들은 기초단체장 등 더민주에서 오랜기간 몸담아온 열성당원이자 '당심'이다. 그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사건은 '트라우마'이자 건드려서는 안되는 뇌관이다.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중앙위에서 김숙희 회장은 '전체적으로 의료분야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당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인물'로 비춰졌다. 최종결과는 비례순위 29번. 당선 안정권에서 한참 멀어진 사실상의 낙선이다.

S 4. 한의사는 그럴 수 있다

한의사와 치과의사와 간호사와 약사가 합창했다. 의료기사도 화음을 넣었다. '김숙희 회장은 의료영리화에 찬성하는 인물로 더민주와 맞지 않는다. 비례대표 공천을 철회하라.' 해당 직능 전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각 단체의 현 집행부의 생각이다. 황당할 수 있지만 4개 단체의 공동의견서만 놓고보면 이들은 열렬한 더민주 지지층으로 비춰진다.

한의사는 그럴 수 있다. 현대의료기기 사용범위 등을 두고 의료계와 힘겨루기 중이다. 의료기사도 법 제정안 등을 놓고 의사협회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서 이들 단체는 김숙희 회장이 아닌 강청희 부회장이 앞순번으로 배정됐어도 반대의견을 냈을 것이라는 말이 돈다.

김숙희 회장에게 덧붙인 건 명분과 논리일 뿐이고 속내는 현 의사단체 집행부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치과의사와 간호사와 약사는?

각자 주판알을 튕겼을 것이다. 의사직능의 지나친 독주를 우려한 반사행동일 수도 있다. 이번 일로 이들 4개 단체는 '반의사연대'를 확고히 한 셈인데,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는 지는 나중에 판가름 날 것이다.

분명한 건 의사단체가 상채기를 입었다는 점이다. 이 단체가 분노하며 복수를 다짐할 지, 아니면 그동안의 독주를 뉘우치고 '큰형님'으로서 아량을 베풀지는 알 수 없지만, 세속논리 상 전자의 '스탠스'를 취할 공산이 커보인다.

S 5. 유영진은 동지다

의사사회 일각에서는 의사 대신 약사를 꽂았다고 분개한다. 유영진 전 부산시약사회장은 비례순번 20위에 배정됐다. 정작 유영진 전 회장은 비례후보로 등록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다. 본인은 거절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일단 등록해두자고 설득하는 모양새다.

사실 유영진 전 회장은 약사면허는 있지만(약국도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엔) 약사는 아니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고, 부산지역 문재인 대선캠프를 이끌었던 더민주와 더민주 중앙위원들의 오랜 동지였다.

중앙위원들도 그를 약사가 아닌 '험지'에서 헌신해 온 일꾼으로 인식했다. 비례대표 순위투표 당일 그가 약사라는 사실을 처음 안 중앙위원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유영진 전 회장은 약사가 아니라 동지였다. 마땅한 후보자도 없었지만 더민주는 약사직능 비례대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따라서 유영진 전 회장 사례는 '험지' 동지에 대한 당내 배려가 인색했다는 측면에서 다뤄지는 게 맞다.

S 6. 상상은 자유/ 상식대로 보자

김숙희 회장은 억울해한다. 공감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폄훼논란은 본의가 왜곡된 것일 수 있고, 의사협회 현 집행부 일원으로서 의료영리화 지지자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딱지(라벨)'의 진위여부가 아니다. 본질은 '스스로 더민주라는 간판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그럴 수 있느냐'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추천돼서는 안됐다. 또 안타깝지만 29번이 된 지금의 상황은 상식적이다.

강청희 부회장은 더 안타깝다. '전략적 동지'라는 측면에서 그는 뱃지를 달 수 있는 여건이었다. 정치에 큰 관심없었고, 더민주에도 기여한 게 없는 그에게는 '천우신조'와 같은 상황이었다. 다행스러운 건 의사들 일각의 반응과 달리 강청회 부회장이 이번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강청희 부회장의 페북을 봤더니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표현이 있더라. 분명 서운한 게 맞고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당에 국회의원 후보 신청서를 내고 면접까지 본 사람이 '원래 신포도였다'는 식으로 돌변해서 당을 힐난하는 건 맞지 않다. 강청희 부회장의 태도는 분명 존중받고 높게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더민주 비례대표 논란은 상식대로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 지나친 상상력은 왜곡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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