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6 04:54:40 기준
  • 성분명
  • AI
  • #염
  • GC
  • 임상
  • #급여
  • 유통
  • 데일리팜
  • #한약
  • #임상

"제약은 만만하고, 의사는 버겁다?" 불편한 진실

  • 최은택
  • 2015-04-27 06:14:58
  • 건보법개정안이 말해주는 '두 얼굴의 복지부'

[이슈분석] 재조명된 '원외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법'

복지부가 이른바 '오리지널 약제비 환수법'(건강보험법)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부당하게 과다 지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려는 복지부의 이런 주장과 노력은 정당하다.

그런데 속살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도 없지 않다. 공교롭게도 허가-특허연계제도와 연계해 복지부가 들고나온 이 개정안이 '불편한 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법은 왜 없나=기억 속에 사라진 실타래를 풀어낸 건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었다.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남 의원이 꺼내놓은 이야기를 먼저 보자.

26일 남 의원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후 외래환자는 의사가 약제를 처방하면 약국에서 약사가 처방약을 조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약을 처방해도 약사는 조제할 수 밖에 없다.

요양급여 기준에 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약제비를 건강보험공단이 약국에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불가피하게 원인제공자인 의료기관을 상대로 '#과잉처방 약제비'를 환수하고 있다.

복지부가 남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원외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액은 2012년 411억원, 2013년 407억원, 2014년 상반기 111억원 규모다. 2년 반치 환수금만 929억원이나 된다.

문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환수대상이 공단부담금으로 제한된다는 데 있다. 2009년 7월이후 줄곧 그랬다.

남 의원은 "공단부담금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도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선 병의원은 이 환수액을 내지 않기 위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난해 6월말까지 '원외 과잉처방 약제비' 소송 건수는 총 107건에 달한다. 종결된 80건 중 67건(83.8%)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했다. 또 소취하 10건(12.5%), 조정 2건, 패소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종결된 대부분의 사건에서 의료기관이 패소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송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건보법에 환수근거가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근거가 부족해 병의원과 민사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법적 분쟁을 종식시키고, 건보공단이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근거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복지부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힘 쏟는 징수대상은 제약사=그럼 왜 '불편한 진실'인가. 복지부가 이번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보법개정안은 제약사나 도매업체가 위법·부당한 행위로 건보재정에 손실을 야기한 경우, 이 '손실상당액'을 징수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게 주요 골자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그린리스트' 등재 특허된 자사 제품과 동일한 제네릭의 판매를 금지하도록 신청한 경우도 특허분쟁에서 패하면 징수대상이 된다. 징수대상 금액에는 공단부담금 뿐 아니라 환자부담금까지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최근 통과해 오는 5월 1일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심의, 의결될 예정이다.

반면 '원외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법'을 보자. 복지부는 시종일관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개정안 입법에 미온적이었다. 이 법률안의 '히스토리'를 보면 누가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법안소위 통과되고도 실종된 '비운의 법안'=급여기준을 초과한 이른바 '과잉 약제비' 환수는 2001년 10월 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 당시 16대 국회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이후 줄곧 '원외 과잉처방약제비 환수법'으로 불리는 건보법개정안을 처음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회기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어 2006년 4월에는 복지부가 직접 입법예고해 정부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시절 이야기다. 그러나 이 정부입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못했다.

17대 국회 때인 2008년 2월에도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입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폐기됐다. 또 18대 국회 때인 2008년 8월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같은 내용의 건보법개정안을, 같은 당 박은수 의원이 의료급여법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18대 국회 때도 이 개정안들은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지만 상황이 달랐다. 진통을 거듭한 끝에 2009년 4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황당한 점은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 법률안이 특별한 이유없이 전체회의에 2년 이상 상정되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는 데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전체회의 상정을 거듭 촉구했지만 이 조차 수용되지 않았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보좌진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의료계의 반발이 워낙 거센 탓이었는데, 보건복지위도 문제였지만 복지부나 건보공단도 입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숙성될 필요가 있는 입법안도 분명 존재한다. 과거에는 수용되기 어려웠지만 사회적 '양식'이 변화해 한 참 뒤에는 받아들여질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남 의원은 복지부가 건보재정 '손실상당액' 환수 근거를 마련하려는 지금이야말로 '과잉약제비 환수법'을 도입해야 할 적기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30억 환수엔 공들이고 300억은 방치?=국회 관계자는 "제약사를 상대로 한 손실상당액 징수에 팔을 걷어 붙인 정부가 '과잉처방 약제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의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사는 만만하게 보고, 의사들은 상대하기 버거워서 같은 사안에 '이중적 태도(두 얼굴)'를 취한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복지부가 '오리지널 약제비 환수법'을 통해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한 건보재정 규모는 30억원이 조금 넘는데 반해, '원외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액'은 이 보다 10배 이상 더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강도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최근 전체회의에서 "필요성에 공감한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토할 사안이 많은만큼 시간을 달라"고 했다. 강 국장의 답변이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의 산물인 지, 아니면 회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은 19대 국회를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시간끌기'인 지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