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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단체, 왜 수가인상총액 '벤딩' 협상 포기했나

  • 최은택
  • 2014-05-26 06:14:59
  • '낮은 단계' 총액계약…2단계 협상론 다시 꿈틀

의약단체 #수가협상단은 매년 이맘 때면 화가 난다.

유형별 특성을 감안한 협상을 하자고 해놓고 건강보험공단이 수가인상 총액, 이른바 '#벤딩(bending)'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단체는 '벤딩'을 알아야 보다 구체적 전략을 갖고 수가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건보공단 입장에서 '벤드'는 최후의 보루다.

용어정리부터 하자.

수가협상 당사자인 의약단체 보험담당자들과 건보공단은 언젠가부터 '벤딩'이라는 말을 써왔다. 풀이하면 보험자가 수가인상에 투입할 수 있는 최대 재정소요액 규모다.

퍼센티지로 표현하면 '수가 평균인상률'이 된다.

◆'벤딩'은 누가 정하나 =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산하 재정운영소위원회가 결정한다. 재정운영위는 올해 3월에도 소위원회에 '201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사항을 위임했다. 구체적으로는 계약추진방향과 '벤딩'을 정하는 내용이었다.

재정운영위는 이후 건보공단과 의약단체가 유형별 협상을 통해 합의한 수가협상 결과를 추인하고, 건보공단 이사장과 각 단체장이 계약을 체결하는 수순을 밟는다.

보험자 위원회인 재정소위가 다음년도 수가인상액 전체 덩어리인 '벤딩'을 정한다는 점에서 현 수가결정구조는 '낮은 단계의 총액계약제' 형식을 띄고 있다.

상대가치점수 단가인 환산지수를 감안한 전체 '파이'를 정하기는 해도 행위량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에 '낮은 단계'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역으로 의약단체는 전체 덩어리를 정할 권한이 없다. 건강보험법은 다음 연도 보험수가 인상분을 건보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이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는 데, 유형별 인상률만 협의하고 전체 '파이'는 재정소위가 정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법률에서도 재정운영위나 재정소위에 이런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는 데도 의약단체는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김종대 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 등이 지난 16일 간담회를 가졌다. 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들의 만남은 본격적인 수가협상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의약단체가 포기했다 = 과거에도 이랬을까? 아니다. 유형별 수가협상이 처음 도입된 2007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2006년 협상 때까지만 해도 수가 인상률은 건보공단 이사장과 6개 의약단체장들이 직접 테이블에서 만나 결정했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수가계약은 '단체계약'이라 불렸다.

다시 정리하면 건보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이 협상을 통해 결정했던 게 요즘말하는 '벤딩'이었던 것이다.

재정소위는 당시 건보공단(보험자) 측 '벤딩'을, 의약단체장들은 공급자협의회를 통해 의약단체가 원하는 '벤딩'을 각각 정하고 접점을 찾아갔다. 이 것이 수가협상이었다.

재정소위는 지금도 변함없이 보험자 측 '벤딩'을 정하는 데, 유형별 협상 전환이후 의약단체의 단일 '벤딩'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벤딩'은 재정소위가 정하고, 의약단체는 이 '벤딩' 내에서 '파이 나누기' 싸움에만 골몰한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한 것일까. 유형별 협상은 2004년 이후 줄곧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수가 1% 인상액 규모가 다른 데 병원, 의원, 약국, 치과, 한방이 같은 인상률을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급기야 2005년 이성재 이사장 재임시절 건보공단과 의약단체장은 수가협상을 체결하면서 2년 후부터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하기로 부속합의했다. 건보공단은 보상으로 이전에 넘지 않았던 '3'을 보여줬다. 직전 연도 3년 연속 2%대였던 수가인상률이 3.58%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그리고 2007년 협상해 2008년에 적용되는 수가협상 때부터 유형별 계약은 예정대로 시행됐다.

유형별 협상을 어느 단체가 주도적으로 동조했는 지는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의사협회가 이끌었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유형별 계약 전환이 재정소위가 '벤딩'을 정하면 이 범위 내에서 의약단체가 나눠갖는 방식을 의미한 게 아니었다는 데 있다.

의약계 한 관계자는 "유형별 협상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우왕좌왕하다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때는 벌써 수년이 흘러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형별 협상은 병원 몫을 쪼개서 나머지 단체들이 나눠 갖자는 의미"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고 지적했다.

◆병원 밥으로 차린 잔치상? =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은 정형화된 패턴이 없다. 1979년 1월 첫 시행당시 인상률은 20.75%였다. 이후 1985년 3월1일과 1986년 6월1일 인상률은 각각 3%까지 낮아졌고 1995년 1월10일에는 11.82%로 또 치솟았다. 이렇게 들쑥날쑥했다.

의약분업 실시 첫해였던 7월1일 인상률도 9.2%나 됐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면서 2002년 4월1일에는 처음으로 2.9% 인하시켰다. 이후에는 유형별로 전환될 때까지 2006년 1월을 빼고는 모두 2%대를 유지했다.

재정파탄 이후부터 유형별 전환 부속합의로 수가를 더 올린 2005년을 제외한 4년간 평균 인상률은 2.72%였다.

그렇다면 유형별 계약 이후는 어떻까? 2008년 1.94%로 시작해 2009년 2.22%, 2010년 2.05%, 2011년 1.64%, 2012년 2.2%, 2013년과 2014년 각각 2.36% 등으로 평균 2.1%를 기록했다.

2010년과 2011년 당기수지 적자로 재정위기가 급부상하면서 수가인상률이 두 해 연속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단체계약 시기 4년과 비교하면 평균 0.62%가 낮다.

지난 7년간 '벤딩'이 단체계약 시절을 밑돌았다는 얘긴 데, 보험자 입장에서는 총액을 잘 관리해 온 것이고, 의약단체 입장에서는 속절없이 끌려온 셈이 된다.

그러나 유형별로 접근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조산원과 보건기관을 제외한 5개 유형을 보면, 치과가 7년 평균 3%로 인상률이 가장 높다. 이어 한방 2.8%, 의원 2.5%, 약국 2.3% 순인 데, 이들 4개 유형은 모두 평균을 상회했다.

반면 병원은 1.7%에 그쳤다. 병원에 돌아갈 덩어리 중 일부를 떼어내 나머지 유형들이 잔치를 벌여온 셈이다.

의약계 한 보험담당 임원은 "병원에 수가 1% 인상률은 의원 2%, 약국 약 7%와 맞먹는다"면서 "유형별 수가협상 자체는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형별 인상률 수치에만 매몰되다보면 더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 우리가 유형별로 전환하면서 '벤딩'을 넋놓고 포기해버린 게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의사협회 첫 본협상을 시작으로 의약단체의 수가협상은 본격 시작됐다.
◆2단계 협상 전환 필요성 제기 = 유형별 수가협상 8년 차, 의약단체 협상단은 올해도 '벤딩'을 공개하라고 건보공단과 재정소위에 요구하고 있지만 빈 메아리 뿐이다.

어느새 무기가 돼 버린 이 숫자를 건보공단이나 재정소위가 쉽게 내놓을 리 만무하다.

유형별 협상 전환과정에서 의약단체가 '벤딩' 협상권을 빼앗긴 것은 협상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의약계는 의원, 병원, 치과, 한방, 약국이 각기 치열하게 건보공단과 협상해 인상률에 합의하면 각각의 인상률(금액)의 합이 '벤딩'이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건보공단과 재정소위는 달랐다. 협상을 통해 쪼개 줄 전체 '벤딩'을 먼저 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는 협상 당사자인 보험자는 하나이지만, 의약단체는 협상 당사자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건보공단이 '벤딩' 공개를 매년 거부하자 의약계 내부에서도 '벤딩' 협상권 회복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건보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이 협상을 통해 '벤딩'을 결정(1단계)하고 뒤이어 유형별 협상으로 넘어가는 2단계 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건보공단에 '벤딩'을 공개해 달라고 '읍소'할 이유도 없어지고, 추가재정을 더 확보할 여지도 생길 수 있다. 의약계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2단계 협상론은 유형별 협상 초기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건보공단과 재정소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의약단체 보험담당 임원이나 실무자들은 결국 의약단체장들이 결단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단체 보험담당 부회장은 "만나서 이야기하면 (의약단체 관계자들) 모두 공감한다. 그런데 각 단체로 돌아가면 협회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약단체장들이 인상률 순위에 목매면서도 정작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약단체장 전체가 결단하거나 일부 단체라도 주도적으로 나서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2단계 협상으로 전환하면 수가협상과 연계해 다른 정책적 이슈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건보공단이나 정부도 잘만 활용하면 나쁠 게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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