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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누에 직접키우는 이 남자

  • 조광연
  • 2012-03-20 06:44:58
  •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 "천연물로 미래경영"

2012년 봄. 대한민국 제약업계는 잔인하다. 다음달부터 단행되는 일괄약가인하 때문이다. 제약업계에게 약가인하 조치는 IMF 경제위기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보다 더 무겁게 제약업계를 짖누르고 있다.

FTA도 미래 위험요소다. 그러나 발등의 불은 약가인하다. 회사가 온전히 굴러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로서는 없다. 어쩌면 성장의 주역이자 '피붙이나 다름없는 임직원들'에게까지 손을 대야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밤낮없이 뛰고,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다. 제약업계는 너나없이 어둠의 터널에 갇혀 버렸다. 빛은 어디에?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49)도 빛을 갈구하는 제약산업계 일원. 어쩔 수 없이 다른 기업들처럼 시대적 어려운 환경을 공유하는 'N분의 1'이라는 말이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워낙 유쾌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들 우울하다고 말하는 시절의 밝은 표정이라 의외였다. 도봉산 자락을 배경으로 앉은 그의 얼굴은 오후 3시의 역광 때문인지 더 강인해 보였다. 정장 차림은 단정했고, 산뜻했다. 하이톤 음색엔 내면의 걱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이양구 사장은 천연물질을 통한 건강과 아름다움을 비전으로 회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성은 일괄 약가인하 영향이 없나.

"없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우리 처방의약품 매출은 연 300억원 규모인데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까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최소 기준으로 봐도 60억원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주주가 있고, 임직원이 있는 주식회사니까 어떻게든 매출 손실 부분을 만회해야 한다."

▷그렇다면 감춰둔 비책이라도 있나.

"비책은 없다. 다만, 주어진 여건에서 임직원들이 땀으로 승부를 낼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이 있는 포트폴리오를 100% 이상 활용하려고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어떻다는 이야기인가.

"회사 전체 매출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처방의약품이 30%, 일반의약품이 15%, 나머지가 염모제 및 화장품이다."

▷어느 부분에서 활로를 보고 있나.

"당연히 일반의약품과 염모제, 화장품이다. 이중에서도 화장품에 큰 기대를 걸고 매진하고 있다. 처방약 부문은 현재 업계환경에서 단기간내 성과를 거두기가 만만치 않다."

▷포트폴리오는 언제부터 구축했나.

"아버님(고 이선규회장)이 회사를 설립, 성장시키는 가운데 일반의약품과 염모제 중심으로 품목군이 편성됐고, 의약분업이 되면서 처방의약품이 신규로 강화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화장품은 어떻게 추가됐나.

"원래 화장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리리 화장품이나, 오마샤리프 같은 브랜드가 있었지만 원료를 수입해 제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원료가격에 영향을 받고 유행을 탔다. 화장품 대기업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의 화장품을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화장품이 뭔가.

"바로 우리만의 독자적인 원료를 확보해, 이의 쓰임새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봉독만해도 항균, 항소양효과 등 연구가 뒷받침되고 있다. 아토피제품으로 라인업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아토이사(ato 24)도 봉독에다, 실크프로테인 2가지 천연성분이 더해져 나온 신제품이다."

지난해 12월 봉독과 실크프로테인 성분을 상업화해 농촌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지금까지 찾아낸 독자 원료는 무엇인가.

"꿀벌의 벌침액(봉독), 실크프로테인, 태반, 클로로필, 커큐민(강황 성분)이다. 이중 봉독과 실크프로테인 태반은 이미 화장품 원료로 쓰이고 있다. 봉독을 핵심으로 하는 트러블 피부 전용화장품 브랜드인 에이씨케어,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 프로테인 주성분의 리투앤 등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독자 원료가 다 천연물이다.

"맞다.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았던 2007년 이후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향후 50년 회사의 튼튼한 먹거리를 찾아내야 했다. 약가인하가 현실화 되면서 결론에 도달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흐릿했던 빛도 더 선명해지는 법 아닌가. 10년전부터 농촌진흥청과 손잡고 연구해온 실크프로테인과 봉독이 큰 자산이었다. 이를 축으로 '자연에서 찾은 건강과 아름다움(Health From Nature)'이라는 큰 줄기를 잡았다. 이 길로 가는 것이 맞겠다 확신했고, 이에 따라 그림도 확실하게 그려졌다. 나고야 의정서 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원료로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왕소금 바닷가재 정신, 기업문화로

동성제약은 창업자인 고 이선규 회장을 빼놓고는 설명할 재간이 없다.

이 회장은 생전 "사람들은 나를 왕소금으로 부르는데 이 별명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겐 극도로 인색했지만 연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송음 이선규 의약학상' 등 필요한 곳에는 아끼지 않는 큰손이었다. 기운이 점점 쇠약해지는 상황에서도 의약학상 시상식에 늘 참석해 당뇨약 등 신약개발에 대한 꿈과 소망을 이야기했다. 아들 이양구 사장에게하는 공개석상의 유언처럼 들렸다.

이 회장은 바닷가재라는 별명도 스스로 좋아했다. "내 핏속에는 바닷가재 기질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 쓰러져가던 고려은단을 맡아 전차 안에서 마포종점을 부르며 판매했고, 경비행기를 타고 서울 창경원 상공에서 고려은단 광고 전단 300만장을 뿌리기도 했다.동성제약 설립후에는 해수욕장 공중변소를 다 뒤져본 후 설사에 대해 연구한 끝에 정로환을 스테디셀러 일반약으로 키워냈다.

그래서 동성제약 임직원들은 웬만한 난관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절박함으로 포기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면 길이 열린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대략 난감한 제약환경' 속에서도 이양구 사장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긍정적 마인드를 가질수 있는 것도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아버지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임직원들은 올해 시무식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어려워진 제약환경을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봉독이나 실크프로테인 같은 경우 고 이선규 회장님이라면 직접 연구했을 것같다.

"글쎄…. 당시 연구환경에서 아버님이 하실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셨을 거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버님처럼 하는게 적지 않다."

▷무슨 말씀이죠.

"봉독은 무척 비싸다. 1그램이 23만원 가량한다. 2만마리가 생산해 내는 봉독이 겨우 3~4그램이다. 항균, 항소양 효과 등 연구할 분야가 늘어나는데 봉독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겨울엔 벌이 없다. 농진청과 연구하면서 국산 벌만 쓰기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달부터 아버님 묘지가 있는 선영 인근에서 꿀벌을 키운다. 올해 누에도 키워볼 생각이다. 실크 프로테인은 누에가 5령 칠일째 얻을 수 있는 원료다. 아버지도 늘 그러셨다. 뭐든 직접 해보시기를 좋아하셨다. 나도 매일 아침 회사에서 만든 화장품이나 일반약을 바르고 먹어본다.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있지만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다 양봉, 양잠 농업인이 되는 것 아닌가.

"연구 좀 하자는 것 뿐이다."

▷봉독 화장품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뉴질랜드까지 진출했으니 말이다.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대만 태국 베트남 영국 뉴질랜드에 브랜드를 런칭했다. 일본에서는 입소문 화장품 인터넷 싸이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엔 어떻게 진출했나.

"우연하게 기회가 찾아왔다. 영국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이 결혼전 뉴질랜드에서 봉독으로 만든 얼굴 마스크 팩으로 피부 관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영국과 뉴질랜드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봉독화장품이 알려지게 됐고, 뉴질랜드 관계자가 연락해 왔다. 곧바로 달려가 계약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까지 브랜드를 런칭하게됐다."

▷성과는 어떤가.

"당장 성과도 괜찮은 편이다. 해외수출 500만불에 화장품 기여도가 적지 않다. 봉독 화장품은 미래 가치를 더 크게 내다보고 있다. 회사의 큰 자산이다."

▷양귀비 1호로부터 시작된 염모제는 역사가 깊다.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 특허등록을 하며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신제품인 '세븐에이트 버블비&포밍헤어칼라'는 혼자서도 쉽게 염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 나은 제품을 낼 것이다."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이 사장은 법학박사다. 아버지 이선규 회장이 고려은단 시절 꿈을 키우기 위해 삼성 이병철 회장의 집을 살펴보러 갔다가 9개 문패가 모두 박사였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결과물이다.

그런 이 사장에게 아버지는 누구일까. "문득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따르되,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각성한다"고 말했다.

권중무 부사장과 함께 '치매 알아야 산다' '암 알아야 산다' '당뇨 알아야 산다' 등 일명 '알아야 산다' 건강서적 시리즈를 함께 저술했지만 요즘엔 '읽는데' 주력한다. 왜? "CEO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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