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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사무실 와 보곤, 너 사장 맞냐"

  • 조광연
  • 2011-03-02 06:49:41
  •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 "올해 미션은 카나브 키우기"

김광호 사장은 국산 신약 카나브는 보령제약의 것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산과 인왕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보령제약 15층, 김광호 대표이사 사장의 사무실은 단출하다. 사무실 중앙에 여덟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회의용 테이블과 데스크탑 컴퓨터 한대, 그리고 벽에 걸린 화이트 보드(일명 칠판)가 전부다. 평범한 의자 하나로 돌아 앉으면 테이블, 또 몸을 돌리면 컴퓨터와 마주 앉게 되는 식이다.

"고향 친구들이 사장이 됐다고 하니 여럿이 올라 왔어요. 한마디로 얼마나 출세했는지 보러 온거죠. '그런데 어째 사장실에 응접실도 없고, 책상도 하나 없고 뭐 좀 이상하다. 너 정말 사장이 맞기는 맞냐'고 아주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김 사장은 대화 상대가 누구든 이런 유형의 말들을 대수롭지 않게 그리고 스스럼없이 내뱉고도 어색하게 만들지 않는 묘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처음 만나 어색해 하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몇 년지기처럼 다가서도록 만드는 흡인력은 단연 업계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어떤이는 진공청소기라고도 말한다.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동안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봤지만 대개 거기서 거기, 모두 비슷하다는 겁니다. 아마 사람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어려서 엄마와 같이 했던 시간이 남달랐기 때문일 거에요. 엄마는 뭘 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이 아니었죠. 오후 수업시간이 다 됐는데도 장터에서 국수를 다 먹고 가도록 하신분이니까요. 새우 잡으러 갈때도 데려가셨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그냥 두셨죠."

미국 독일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30년을 두루 경험하다가 현 김승호 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영입된 후 만 6년을 넘게 최고경영자(CEO)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철저히 실사구시형 인물이다.

국내 제약회사 중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있던 보령은 그가 영입된 이후 출근시간은 한시간 가량 늦춰졌고, 300명 이상 사업장 주 5일제도 가장 먼저 실시하는 등 다국적 기업의 컬러가 채색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보령제약이 여러 면에서 세련돼 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적 정서가 충만하면서도 다국적사의 장점이 접목된 느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에는 이골이 났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가 스트레스를 가볍게 대할 수 있게된 깨달음을 얻은 것도 도서관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쓰레기 버리는 곳이었다. 뭔가를 얻는 것도 실사구시인 셈이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누가 읽고 버린 책이있어 한번 살펴봤죠. 영화 이야기를 추려놓은 책인데 막 넘겨보다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발버둥쳐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받아들이라는게 골자였어요. 그 귀절이 마음을 움직이더군요. 사실 영향력이 큰 사람과 이야기할 때, 이 이상은 안된다고 생각될 때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법을 찾을 수 있거든요. 고집만 부리고 있으면 내적 갈등과 함께 현실도 더 엉키게 되니까요."

그의 사무실 문은 늘 열려있다. 밖의 이야기가 들여오고, 거꾸로 안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흘러나간다. 대체 응접실과 붉은 카펫 등 사장의 권위를 구성하는 장치라고는 없는 사무실 안에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갈까.

"대체 문을 닫을 이유가 없어요. 비밀로 감출 이야기도 없고요. 한사람이라도 더 들어오고, 이야기를 들으면 간접경험이 되잖아요."

김 사장은 "모든 것은 사람이 한다"며 사람은 늘 분모라고 설명한다.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칠판에는 유려한 한자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대체 저 칠판에 적힌 한자들은 뭔가요.

"한 달에 한번, 일년동안 임원들이 외부 석학을 초빙해 공부하는 내용입니다. 대학이죠. 경영과 관련한 현대판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취약한 부문 다시말해 사람중심의 경영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공부하는 거예요."

-만 6년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로 단단히 인정 받고 있다는 의미 아닌가요.

"하하하. 그건 회장님께 여쭤보셔야 할 문제 아닌가요?"

-대표이사, 아니 최고경영자(CEO) 6년을 스스로 돌아보신다면.

"내 생각한대로 판짜고 왔다고 봅니다. 다국적 30년 경험에서 좋았던 것, 나름대로 해보고 싶었던 것을 전통의 보령제약에 대입해 본 것이죠. 한마디로 한국의 정서가 살아있으면서 다국적기업의 스타일을 갖춘 회사를 위해 노력해 왔어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떻게 변화하기를 바라는지 우리는 고민했고 그 방향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겁니다. 오늘의 목표가 10년 후의 모습으로 가기위한 수단으로서 합목적적으로 부합하도록 전략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까요."

-최고경영자 의견이라고 윗선에서 모두 다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닐텐데요.

"보편 타당성을 갖고 이야기하면 의견이 달라도 같은 길을 가게됩니다. 제가 다국적사 이야기만 계속할 때, 다시말해 옛날 이야기만 할때 설득력을 가질 수 없어요. 과거 경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이 생활화가 될 때야 산업을 둘러싼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회사로 봤을 때 분모는 사람이거든요. 문제가 유발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사장님은 분모/분자론으로 설명하기 좋아하시는데요.

"복잡한 상황을 혼란스럽지 않게 정리하고 집중하기 위한 것이죠. 자 보세요. 보령제약을 둘러싼 각종 제도와 시대적 과제가 있어요. 여기서 분모는 보령이고 나머지는 분자가 되겠죠.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헷갈리면 최적의 대안을 낼 수 없어요. 다시 보령제약으로 좁혀보면 분모는 사람으로 놓을 수 있고, 나머지 매출 확대를 위한 각각의 정책들은 분자로 놓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해야 분모를 어떻게 확고히 할 것인지 답이 나온다고 봅니다. 어쨌든 사람이라는 요소에 제품, 프로모션, 시장, 가격 등은 묶여져야 합니다. 분모가 빠지면 분자들끼지 상충이 오게돼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사장님에게 맡겨진 2011년의 사명은 카나브라고 생각됩니다.

"카나브는 보령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어요. 세계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큰 시장에 도전하는 신약이에요."

-다국적사에서 ARB계까지 포함해 다양한 고혈압치료제를 손수 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라는 뜻인데 그렇더라도 카나브가 도전할 시장이 너무 무르익은 것 아닌가요.

"이 시장 제품의 특허는 금명간 모두 만료되고 당장 새로운 고혈압 신약은 없는 상황이 됩니다. 카나브만 남게 되는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카나브는 적응증 확대 등 학문적으로 연구할 과제가 많아지고 마케팅 기회도 좋아진다고 관측합니다. 시장 환경이 나쁘지 않은 만큼 1000억원 이상 판매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카나브는 보령제약의 것으로만 볼일이 아니고요, 대한민국의 사건으로 봐야 합니다. 처방의들이 관점을 달리해주시면 신약내고 몇조씩 판매하는 스위스의 부러움이 더 이상 남의 나라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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