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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저가구매 인센티브, 막판 뒤집기 가능할까

  • 최은택
  • 2010-04-12 06:50:35
  • 정부, 제도준비 박차…야당, "공청회서 최후일전"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제약업계는 불편한 한 주를 보냈다.

이틀에 걸쳐 일간지에 게재된 시장형 실거래가제 반대 의견광고 때문이다.

전재희 장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부가 그동안 제도도입 의지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가 뒤통수를 쳤다는 불쾌감의 발로였다는 후문이다.

제약협회 비대위는 결국 형식적이나마 유감을 표하면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보건복지위가 13일 진행할 공청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국회는 제약업계가 사실상 손발이 묶여버린 상황에서 자유롭게 이 제도의 허점을 공략할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유일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속도전=시장형 실거래가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기대는 이미 충분히 표현됐다.

복지부는 지난 9일을 끝으로 의약단체와 제약계 협회 등을 대상으로 5회에 걸쳐 설명회를 겸한 의견수렴을 마쳤다.

건강보험법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 20일 이상 남은 상황이지만, 이미 5부 능선을 거뜬히 넘었다. 복지부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규개위와 법제처 등과 실무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규제심사와 법제심사를 조기 종료, 국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해 최대한 빨리 제도시행을 공표하기 위해서다.

이런 속도라면 5월말이나 늦어도 6월초에는 10월 1일을 시행일로 한 대통령령이 세상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상희 보험약제과장.
김상희 보험약제과장은 더 나아가 시장형 실거래가제 아래서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급여비를 청구할 제반서식에 대한 개정고시안과 의약품 구매목록 관련 개정고시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특히 두 건의 개정고시가 시행령 공표시점에 발효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형 제도에 반대하는 여론을 묵살하고 제도 시행을 기정사실화 하는 사전정지 발언이기도 하다.

실제 제약업계 대상 설명회에서 그는 제도 찬반여부는 빼고 제도가 시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우려점에 대해 의견을 달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제도도입 필요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이런 속도전은 제약업계는 물론이고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모두의 쓴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일간지 의견광고를 보고 장관이 무척 화를 냈다고 들었다”면서 “반대의견이 묵살되는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자유롭게 소신의견을 피력할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공청회에 나설 전문가들=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던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이제 마지막 정거장에 정차한다. 야당 의원들이 벼루고 있는 국회 공청회가 그 것. 이날 공청회에서 찬반양론으로 한판싸움에 나설 전문가 진용도 이미 구축됐다.

정부안에 찬성하는 응원군에는 조남현 의사협회 정책이사, 최근 몇 년새 보건의료계에 이슈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윤희숙 KDI 연구원, 남기정 법무법인 우면 대표변호사 등이 포진했다.

반대편에는 김진현 서울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정 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라인업이 구축됐다.

굳이 대결구도를 짜자면 조남현-김진현, 윤희숙-조동근, 남기정-정 한 조합이 될 것이다.

이중 찬성토론자는 패널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적지 않은 붙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J교수와 L병원장의 이름이 올랐다가 일정 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됐고, C모 복지부 국장도 최종단계까지 남았다가 막판에 남 변호사로 교체됐다.

국회 관계자는 “토론자의 일정과 적절성 여부 등을 안배하다보니 붙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계 한 관계자는 “상대편 토론자의 면면을 보고 여당과 정부가 저울질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귀띔했다.

◇공청회 쟁점들=시장형 실거래가 찬반논란의 핵심은 역시 '유인책'이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데 주효한 수단이 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의약품 거래 및 투명화 방안 TFT'가 최종안을 내놓을 때까지도 적지 않게 이견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기관장조차 정부에 우려를 표명했었다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주장. 이는 물론 소문일뿐 실체가 파악된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핵심쟁점은 요양기관의 부당행위를 양성화하고, 이를 인센티브로 전환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실제 요양기관은 리베이트나 이면계약, 백마진 보상 등을 통해 보험약을 상한가보다 싸게 구매해놓고 그동안 건강보험공단과 환자들로부터 약값을 부당하게 더 챙겨왔다.

정부는 요양기관이 보험약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동기(유인)를 부여하면 국민과 요양기관, 더 나아가면 보험재정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이는 거꾸로 정확한 실거래가제를 파악할 수 없다는 포기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지 평가할 수 있는 실거래가격 파악조차 요양기관에 의지할 수 밖 없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2000년 제도도입 당시 약값 마진을 없애는 대신 이미 수가를 10% 이상 인상해 진찰료와 조제료를 보상해줬던 점을 고려하면 요양기관, 특히 ‘병원 퍼주기’라는 항간의 비판이 근거가 없지만은 않다.

이와 함께 신종 리베이트 파생 가능성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려점이다. 제약업계의 반대론도 약가인하보다는 오히려 이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리베이트를 일소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또다른 형태의 신종리베이트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거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계속된 주장이지만 의료기관의 우월적 지위기 지속되는 한 이런 부작용은 사라질 수 없다”면서 “현행 실거래가상환제를 손질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쌍벌죄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한계점과 과제=이번 공청회는 내용상 야당 의원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판’이다.

정부와 당정협의를 마친 여당 입장에서 굳이 쟁점에 발을 담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론화 수위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 시장형 실거래가 타당성 논란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이미 한 차례 열전을 치룬 바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우려와 지적이 ‘리바이벌’될 경우 반대토론의 기세가 상당히 꺾일 수 있다. 예측 가능한 논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반론과 근거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부는 이 제도가 리베이트를 없애는 데 결정적으로 일조할 것이라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신종리베이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그랬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동문서답이 나왔을 뿐이다.

결국 같은 논란의 '토톨로지'식 재반복은 명분과 근거가 부재한 논의테이블 위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제도를 이끌고 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가 막판 뒤집기(시장형 실거래가제 제동)의 단초를 제공할 지, 거꾸로 10월 시행 공고화로 굳어질 지는 반대토론자들의 새로운 논거와 야당 의원들의 밀도 있는 공략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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