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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정 재정누수 조정·중재, 전문성 발휘"

  • 허현아
  • 2010-01-23 10:52:50
  • 건보공단 송상호 과장, 유럽 사례서 보험자 역할모델 찾아

‘보험자 역할 재정립’에 주력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건강보험 정책의 진화 발전 과정에서 우리와 유사한 쟁점을 안고 있는 주요국의 경험을 통해 좁게는 내부적 자극을, 넓게는 대외적 시사점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다.

그 일환으로 연초부터 조직 단위로 해외제도 시찰을 추진하고 자료로 축적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다녀온 국가만도 일본, 대만, 인도, 유럽 등 다양하다. 의약품 등재 과정에서 약가협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공단은 조만간 약가 참조국 일부를 돌아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최대 화두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불제도와 약가정책 운용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의료 시장화 논란이 부상한 최근에는 ‘공공성’과 ‘영리성’의 양면을 조망해 공보험과 민영보험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논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일까. 건보공단이 신년부터 유럽제도 기획조사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번 탐방에는 기획, 급여관리, 홍보 등 일선 실무자가 참여했다.

실무 책임자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3국을 시찰하고 돌아온 건보공단 송상호 과장에게 시사점을 물었다.

-최근 들어 공단이 각국 해외제도 연구에 적극적이다. 유럽제도 기획조사의 목적은 뭔가.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노인 인구의 10%가 전체 진료비의 30%를 차지한다. 보험재정 지출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또 어떤가.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약제비 지출은 전체 보험급여비용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에서 보듯이 의료비 지출요인은 날로 팽창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이미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대책을 추진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제도개선은 그 긴박성에 비해 속도나 내용적인 면에서 미진한 편이다.

건강보험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보험자로서, 보험자 역할 모델과 실행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선행작업이 필수적이다.

-특별히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3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의료지출 증가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억제수단을 강구해 온 나라들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정책들과도 상당부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참조국이다.

우리 정부는 2006년 약제비 적장화 방안을 내놓았다. 보험약 선별등재시스템,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 사용량 약가연동제, 실거래가 사후관리 등 다양한 통제방안이 도입됐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한계 극복을 위한 지불제 개편 논의가 장기화됐지만, 포괄수가제와 총액예산제 등 장기 과제 이행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간을 활용한 경쟁체제를 일부 활용하면서도 의료의 공공적 가치에 대해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양보하지 않는 가치관에서 보험자 역할 정립의 중요한 시사점을 얻기를 바랐다.

-보험자 관점에서 국가 정책별 시사점을 요약해 달라.

유럽 각국의 보건의료 제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효과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비용증가를 억제하는 수단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일관적이다.

먼저 프랑스는 보험자가 정부와 함께 약제비 관리정책의 주요한 기능을 수행, 불법이 발 붙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프랑스 건강보험공단의 카운슬러 요원들은 의사들의비용효과적 의약품 처방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정보를 제공하고 조정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규모가 2000명이나 된다. 의료비 지출 전반에서 ‘지갑을 여는 주체’로 보험재정 보호를 위한 약가거품이나 의료 남용 을 제거하는 데 보험자가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프랑스 공급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국민을 중심에두고 공동의 이익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대체조제 의무를 법제화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의약사간 이해 싸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 배경에 우리와 다른 조건과 환경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의료비 지출관리를 비단 보건의료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국가경쟁력과 직결시키는 점은 배울만하다.

독일은 복잡 다단한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포괄수가제(DRG)를 자국 현실에 맞게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DRG가 의료비 증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탄력적인 운용이 뒷받침되면 다양한 순기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사례다.

우리나라는 질병군별 포괄수가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했지만,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태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빅4’로 통칭되는 거대병원이 전국의 환자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지방 중소병원들의 몰락 등 의료왜곡이 심화되면서 병원간 진료수준이 벌어지는 폐해를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겪고 있다.

반면 독일의 보험자, 정부, 병원은 보험재정 위험부담에 공동책임을 갖고 협력관계를 공고히 했다. 충격완화를 위해 철저한장기추진계획을 세운 것도 참조할 점이다.

네덜란드 보험제도는 국가가 관리하는 제한경쟁 체제로 국가 의무를 확대했다. 2006년 신건강보험 도입을 기점으로 저소득 취약계층과 18세 미만 국민의 보험료는 국가가 전액 대납하는 시스템이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서 차상위 계층 건보 전환 등으로 재정부담을 오히려 전가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차이점이 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인식은 이들 국가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한다. 재정 관리를 목표한 정부 정책의 요소마다 제약계나 의약계의 저항이 돌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와 공공기관의 실행지침을 신뢰하고, 리베이트 등 불법 부당행위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평가도 한편으로 부럽고 놀라운 부분이었다.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보험자 역할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보험자 역할은 시찰국에 비하면 단순 행정기능 위주로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신약 등 약가협상을 수행함으로써 약가관리 업무의 첫발을 내딛었다. 2007년 이후 약가협상을 통해 200억여원을 절감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보험재정 악화는 정부 뿐 아니라 공단 종사자들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절박한 문제다. 민원 설득의 지난한 과정을 불사하고 어렵사리 징수한 보험료가 부당하게 새어나가는데도 정작 실효적인 관리수단 없이 단순 기능만을 수행하는 공단의 현주소를 볼 때면 실무자로서 좌절감을 느낀다.

보험자가 의료비 지출관리 정책의 요소에서 실질적 전문성과 권한을 발휘하는 외국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의 기능중복 문제가 여러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바람직한 공보험의 역할을 정립하는 차원에서 관계기관과의 조율과 협력이 필요하다. 참조국 사례들은 향후 보험자 역할 정립의 유용한 모델이 될 것이다. 보험재정 보호와 공보험 내실화를 위해 자료 축적과 전문성 강화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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