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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법 위반 약국, 실명공개 문제있다"

  • 박철민
  • 2009-06-02 12:17:42
  • 법률전문가 "경중 가리지 않아 비례의 원칙 위배"

식약청이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행위 특별단속 결과를 경미한 사안까지 공개한 것에 대해 변호사들은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한마디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일 변호사들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명단공표는 한번 이뤄지면 취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카운터를 고용한 약국 외에도 ▲향정관리 미비 ▲유통기한 초과 재고 보유 ▲판매가격 미기재 등의 사례도 모두 실명공개가 이뤄져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번 공표되면 취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정부가 명단공표를 전가의 보도처럼 빼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현재 행정상 공표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일반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경미한 사안 공개한 것은 과도한 공표"

로앤팜 박정일 변호사는 현행 약사법에서 위반사실의 공표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탈크나 생동 파문에서와 같이 약사법 72조에서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문제로 회수폐기 명령을 하는 경우에 의약품 제조업자 등에게 회수 계획을 공표하게 하거나 회수폐기 등의 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게 할 수 있을 뿐이다"며 "일반적인 약사감시 결과를 공표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와 판매가격 미기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명단 공표라는 일률적 잣대를 들이밀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위반사실의 공표는 상대방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므로, 공표로 얻을 수 있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을 진열했거나 판매가격을 기재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까지 구체적 상호와 위반내용을 모두 공개한 것은 과도한 공표로 평가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명단 공표로 부당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식약청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면, 국가기관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법원의 태도에 비춰 볼 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공표를 통해 얻을 공익적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미한 사안 공표, 약국에 대한 국민불신 초래"

가산종합법률사무소 정순철 변호사는 실명공개가 위법하지는 않지만, 경미한 사안을 공개하는 것은 약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순철 변호사는 "행정상 공표로 인해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공표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공표는 가능하면 약사법 위반의 중대성 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경미한 사안까지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약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다만 객관적으로 봐서 명단 공개가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없이 하는 것은 위법성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며 "과실 또는 경미한 위반의 경우에는 가급적 공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약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지나치게 초래하는 것은 국민건강 보호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표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와 약사회 차원의 대응의 2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정 변호사는 "사실과 다른 공표라면 피해자가 민사상 정정공고를 구할 수도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며 "실제 법원이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개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손해배상 등은 어렵고, 약사회 차원에서 청원 등을 통해 공표의 대상 및 범위에 대한 제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중 가리지 않아 비례의 원칙 위배"

법무법인 지엘티 김상순 변호사는 식약청의 명단 공표가 행정의 수단이 최소 한도로 작용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행정법의 원리 중에는 행정작용은 그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을 사용해야 하고, 목적달성을 위한 행정작용은 최소 한도로 침해해야 하며, 특히 침해의 정도와 추구하는 목적 사이에는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명단 공개가 사안에 경중에 따른 합리적 비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번 식약청이 공개한 적발내역은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 판매', '향정 재고수량-대장 불일치',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 등이 중한 위반사례라는 것이다.

반면 ▲사용기한 지난 의약품 진열 ▲개봉 의약품 혼합 진열 ▲개봉 판매 ▲용기나 포장을 훼손 또는 변조 ▲조제된 약제에 조제자 성명 미기재 ▲복약지도 미실시 ▲판매의약품 가격 미기재 등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반사례라는 것.

하지만 소송으로 갈 경우 반드시 승소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위법한 공표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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