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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옵션 가뭄 4차 대장암…프루자클라 생존 연장 기대

  • 더크 아놀드 독일 아스클레피오스 종양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VEGFR 1·2·3 선택적 억제…항-VEGF 실패 환자에도 효과
  • 보험 접근성·급여 등재 과제…경구제 편의성 강점

[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더 이상 쓸 약이 없던 전이성 대장암 4차 치료에 새로운 옵션이 생기면서 임상현장의 기대도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대장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암 발병률 1위에 오를 만큼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프루자클라(프루퀸티닙)의 생존 연장 효과가 미충족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다.

데일리팜과 만난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더크 아놀드 독일 함부르크 아스클레피오스 종양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프루자클라가 4차 치료에서 표준 치료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젊은 대장암 환자 급증…4기 진단 여전히 20%

대장암은 진단 시 약 20% 환자가 4기 전이 단계에서 처음 발견되고, 초기 국소 질환으로 진단받아도 절반가량은 치료 중 원격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이가 진행되면 5년 생존율이 20%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정작 3차 이후로는 선택할 치료 옵션이 거의 없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높았다.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현재 전이성 대장암의 표준 치료제들은 주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제 조합으로 1차·2차에 집중돼 있다. 이후 3차 이상 후기 치료로 가면 효과적인 약제가 드물고,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아놀드 교수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1차와 2차 치료에서는 플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을 기반으로 한 항암화학요법에 항VEGF 또는 항EGFR 단클론항체를 병용한다"며 "이후 차수에서는 삶의 질 유지가 주요한 치료 목표로 3차 이상 치료에서는 두 가지 목표, 즉 생존 기간 연장이라는 예후 개선과 삶의 질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4기 대장암은 주로 항암치료가 중심이 된다. 이 중 간에만 전이되는 등 국소 부위에 병변이 집중되면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도하거나, 상황에 따라 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는 "대장암 분야 신약 개발 속도가 다른 암종에 비해 매우 느리며, 10년 전 사용하던 치료제가 여전히 주요 위치를 차지하는 등 옵션이 제한적"이라며 "대장암 환자들은 기본 치료만으로도 2년 남짓 생존해 기존 치료 대비 '확실한 개선'을 입증하기 어려워 임상시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양한 제약사들이 당장 수익이 불투명한 대장암 4차 치료제 개발을 꺼렸고, 그 결과 신약 출시가 다른 암종에 비해 느려 10년 넘게 쓰던 약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초기 1·2차 치료까지는 국내에서 보험 적용이 잘 되지만, 3차부터는 보험이 제한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며 "이로 인해 치료 선택지는 줄어들고, 치료 라인이 높아질수록 약효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VEGFR 표적 '프루자클라', 항VEGF 치료 후에도 효과 확인

이런 가운데 한국다케다제약이 내놓은 경구 표적항암제 프루자클라가 국내 전이성 대장암 4차 치료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루자클라는 종양 혈관신생에 필수적인 혈관내피성장인자 수용체(VEGFR) 1·2·3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로, 기존 항-VEGF 치료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더크 아놀드 독일 아스클레피오스 종양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아놀드 교수는 "베바시주맙(기존 항VEGF 항체 치료제)이 다소 비특이적으로 VEGF에 결합하는 반면, 프루자클라는 알려진 모든 VEGF 수용체에 매우 높은 특이성과 결합 친화도를 지녀 이전 항VEGF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불필요한 타깃은 공격하지 않고 VEGF 경로만 정밀 타격하기 때문에 약물 노출을 극대화하면서도 독성은 최소화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는 것. 실제 임상현장에서 다양한 항VEGF 약물을 이미 거친 환자군에서도 프루자클라 투여 시 생존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는 게 아놀드 교수의 설명이다.

프루자클라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대규모 글로벌 3상 연구 FRESCO-2를 통해 입증됐다. 이 무작위 대조 임상에는 표준치료 실패 후 트리플루리딘/티피라실(TAS-102)이나 레고라페닙 등을 투여받았던 691명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포함됐다.

아놀드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일부는 TAS-102와 레고라페닙 두 가지 치료를 모두 받은 이력이 있었음에도 프루자클라 효과가 기존 연구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프루자클라가 환자들에게 일관되고 견고한 치료 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 역시 "4차 치료는 기존 치료제를 모두 사용한 이후에 시행하는 치료를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프루자클라는 대안이 없는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언급했다.

비급여 한계·급여 등재 과제…경구제 강점은 주목

한편 프루자클라가 경구용 제제라는 점은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큰 이점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대장암 환자는 대부분 경구 복용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경구제는 위암이나 다른 암종에 비해 대장암 환자에서 효과적이고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식약처 허가를 거쳐 6월 프루자클라가 정식 출시됐지만, 아직 보험 급여는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현재까지 대장암에서 3차 이후 단계의 약제들은 효과 대비 약가 비용효과성 등의 문제로 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

김 교수는 “대장암에서도 3차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몇 가지 있지만, 모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약이 나오고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보험 적용이 필요하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급여 등재를 위해 거쳐야 할 경제성 평가의 문턱이 높아, 프루자클라 역시 기존 비급여 약제들과 함께 급여 권내 편입을 위한 후속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전이성 대장암에서는 치료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대장암은 한 번에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고, 치료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약제를 빠짐없이 사용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을 연장하는 핵심"이라며 "치료 과정에서 힘든 시기가 와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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