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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포지티브' 곳곳 지뢰밭...FTA 3차협상 변수

  • 홍대업
  • 2006-07-26 06:10:48
  • 국내외 제약사 반발...제네릭시장 붕괴 부를 수도

[뉴스분석]포지티브 리스트 입법예고와 향후 전망

복지부가 대내외 압력을 뚫고 포지티브 리스트란 화살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 화살이 최종 약제비 절감과 비용효과적인 약의 선택이란 종착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곳곳에 깔린 지뢰밭을 무사히 건너가야 하는 탓이다.

미국 압력은 없다?...입법예고 두 차례 연기

복지부는 26일 포지티브 도입을 위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3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천명한지 꼬박 83일만이다.

그동안 복지부는 현행 네거티브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포지티브를 일관되게 역설해왔고, 이제 겨우 제1관문을 지난 셈이다.

버시바우 미국 대사와 웬디 커틀러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발표 과정에서도 입법예고일자가 몇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사실. 지난 21일자로 입법예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에 앞서 19일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가 복지부를 방문한 이후 24일로 연기된 바 있다.

여기에 22일 라빈 미 상무부 차관이 방한한 뒤 포지티브가 국내외 제약사의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입법예고 일자가 다시 26일로 늦춰졌다.

사실 24일 복지부가 서둘러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이유도 이같은 미국의 압력과 한국 정부내 ‘보이지 않는 손’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압력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그런 부분은 기자들이 알아서 해석해 달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한 것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한미FTA 3차 협상, 포지티브 ‘발목’ 우려

복지부는 지난 24일 브리핑 과정에서 “미국측이 약가제도와 관련 아무 것도 요구한 것이 없어 압력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민감한 대목이 많다”고 말해, 향후 미국과의 FTA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입법예고 기간을 당초 계획대로 30일로 했을 경우 포지티브의 9월 도입이 가능했지만, 기간을 60일로 연장한 것 역시 9월3일로 예정된 한미 FTA 제3차 협상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복지부가 이 기간 동안 미국의 합리적인 의견개진이 있을 경우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표한 것도 전혀 이를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사진=노컷뉴스 오대일 기자/데일리팜 제휴사]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의약품 선별등재방식을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당초 계획대로 9월부터 전면 실시하라”고 강력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이달 말까지 미국측이 한국 정부에 의약품 분야와 관련된 요구 사항을 전달키로 한 것도 복지부로서는 내용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국내외 제약사, 불만 팽배...복지부, 의견개진 당부

이번 개정안에는 보험등재 신청 의약품에 대한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 절차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이는 기존의 시스템과는 달리 국내외 제약사가 생산한 의약품이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보험에 등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탓에 국내 제약사의 경우 포지티브가 위헌적 요소를 지니고 있고, 제네릭 시장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이 사안이 한미FTA 협상과 맞물려 있어 최근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칫 국내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경우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다국적제약사 역시 포지티브 방식이 외국 제약사와의 약가협상을 거치고 의약품을 선별등재하는 과정에서 차별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복지부가 주최하는 ‘약제비 절감대책 실무작업반’ 회의에도 한동안 불참했었다.

국내외 제약사가 포지티브 방식에 대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은 앞서 언급한 두 개 관문을 거치면서 종국엔 약가인하와 직결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혁신적 신약과 일반 신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약가협상이 진행되지만, 결국 이들 모두 향후 재평가 등을 통한 약가인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이를 의식한 듯 “5.3대책 발표 이후 국내외 제약사가 별다른 의견개진이 없었지만,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적극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끝장 본다...“포지티브, 어차피 가야할 길”

지난 5월3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유시민 장관.
복지부는 2011년까지 적게는 8,000품목, 많게는 1만 품목 내외로 급여목록을 정리한다는 입장이다. 25일 총 745품목의 복합제일반약을 올 11월부터 비급여로 전환키로 한 것도 포지티브 도입의 첫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미생산품목 4,700품목과 소액청구품목 3,000여품목(1,000만원 기준시), 일반약 등을 정리할 경우 향후 5년내 최종 1만 품목 내외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과정에서 국내외 제약사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복지부는 미국의 압력과 국내외 제약사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간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가 몇 차례 지연된 것이나 예고기간이 60일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시간이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가는 방향은 같다"고 거듭 역설하고 있다.

특히 포지티브 도입 지연이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의 건강권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고, 건강보험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도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조치라는데 정부내 이견은 없다”면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했다.

이는 5.3대책 발표 당시부터 유시민 장관이 “포지티브 이외에는 약제비 절감의 대안이 없다”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복지부의 이같은 의지가 미국과 제약업계의 압력을 뚫고 일종의 약가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끝까지 사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해답은 9월3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FTA 제3차 협상결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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