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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서류반품? 자동보상? "이러나 저러나 손해는 약국 몫"

  • 강혜경
  • 2023-09-04 16:38:02
  • [뉴스&뷰] 5일부로 재평가 따른 7675품목 약가인하
  • 약사회-대형 도매 사태수습 나섰지만 현장에선 '진땀'
  • "약사님이 선택" 수십, 수백만원 마이너스에서 시작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516장이었다. 오늘(5일)자로 약가가 인하되는 품목 리스트를 지난 달 23일 출력해 보니 A4용지로 무려 500장이 넘었다.

7000품목이 넘는, 역대급이라는 얘기는 사전에 들었지만 A4로 516장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데 재주 좋은 약사님들이 리스트 가운데 약국에 있는 약을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공유해 주신 덕분에 200여개 품목을 추렸다.

시작이 반이라는 기대와 달리 품목 추리기는 서막에 불과했다. 도매마다 자동정산과 실물반품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고, 신청분과 도착분도 저마다 달랐다. 리스트 곳곳에 있는 품절약 이름이 가슴에 꽂혔다.

'2개월 주문 수량에 30% 자동 보상 처리됩니다. 자동 보상 외에 수량이 있는 경우 31일까지 품목과 수량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9월 2일자 MSD 인하 건 실물반품은 30일까지만 받습니다. 이후 반품 불가. 자동보상은 2개월 매출분 30% 입니다. 실물 반품 있으시면 문자부터 주세요.' 도매 담당자들로부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자주 사용하는 품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품목은 이참에 실물반품을 하는 게 맞겠다 싶어 2개월 이전에 산 품목은 모두 골라냈다. 크고 작은 상자 8개가 나왔다. 물론 처방에 대비해 약가가 인하되는 품목 가운데 일부 품목은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실물반품이 된다, 안된다, 2개월이네, 6개월이네 누구 하나 정확한 정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1일, 대한약사회와 백제약품, 지오영, 동원약품이 ▲9.4 약국 실재고 기준에 따른 서류반품 및 차액정산 ▲유통업체에서 약국에 제시한 차액정산(2개월 30%) ▲약국 실물 반품을 통한 차액정산 중 1가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

지오영은 '서류처리'와 '2개월 30% 자동보상'이라는 1안과 2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지금껏 며칠 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데다, 유통기한과 로트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1안을 택하기에는 바쁜 월요일이다 보니 미뤄뒀던 품목들에 대해 도망치듯 2안을 택했다.

그러던 중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런 약가인하는 처음이라서 그런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도매에서는 2개월 30%가 더 나을 것 같다고 하는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선택은 저한테 하라네요. 선배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나조차도 1안이 유리한지, 2안이 유리한지 알 수 없다. 며칠 간 자리에 틀어 앉아 일일이 서류 반품을 한 게 이득인지, 2개월 30%로 정산하는 것이 이득인지도 모른 채 약가인하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해 서류 반품한 차액이 60만원이고, 2개월에 30%로 계산한 차액이 58만원이라고 할 때 나는 이득일까? 손해일까?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거래 도매가 늘면서 각각의 손익을 계산기 두드리며 따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오늘까지도 커뮤니티에는 '약가인하 반품 직전 2개월이 7월5일~9월4일이냐, 7·8월이냐'에 대한 약사들 간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개봉약은 반품이 안 될 뿐더러 품절이 걱정돼 손해를 감수한 채 끌어안은 품목까지 하면 금액이 크든, 적든 손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 약국만 60~70만원, 10곳이면 600~700만원, 100곳이면 6000~7000만원... 기하급수로 금액이 커지는 형국이다.

우리 약국에서도 세파클러 한 성분만 세파모아캡슐, 엘클러캡슐, 클리프캡슐, 에스클러캡슐, 바이클러캡슐, 메디카세파클러캡슐 등이 쏟아져 나왔다. 2018년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의 불순물 검출 사태가 계기가 돼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에 정부가 칼을 빼 든 것 까지는 환영할 일이다.

복지부의 기대대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제고하고, 절감된 재정은 필수 약제 적정 보상 등에 활용, 약제비 지출 효율화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왜 그 책임과 손해를 약국이 온전히 져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어제의 상한금액과 오늘의 상한금액이 다르다 보니 아마 오늘 대부분의 약사님들 머리 위에는 나처럼 마이너스 표시가 하나씩 떠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고 하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왜 눈물을 흘리는 건 약사인지.

7675품목은 평가 대상 2만3630개 중 1만6723개를 추린 데 대한 부분이라고 한다. 곧 6248품목에 대한 2차 약가인하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1차에서 뭣 모르고 당했다면 2차는 또 어떻게 해야 할 지 쉬이 용기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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