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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IA, 포지티브 반대명분 잃고 '침묵시위'

  • 정현용
  • 2006-07-04 06:46:18
  • 반발 여론 '딜레마'...비공개 정부채널에 집중

다국적 제약사들이 정부의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에 반대하기 위한 외부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내부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달 초 한차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포지티브 리스트를 위시한 약제비 절감 방안이 혁신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이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행사는 정부 제도에 대한 반대 명분을 쌓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오히려 반발 여론만 거세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외자기업의 모임이라는 이유 때문에 어떤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시민단체 등의 반발여론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 것.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KRPIA 내부에서는 외부로 입장을 발표하기 보다 정부측 채널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KRPIA 관계자는 “공식 발표행사 이후 우리 의도와 달리 위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며 “국내사와 외자사 등 양분법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와는 채널을 항상 열어놓고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외부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덧붙였다.

이같은 협회의 입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업계 내부에서는 길어지는 침묵에 대한 반발여론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고가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협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다만 구조적인 문제로 KRPIA가 직접 나서는데 한계가 많아 앞으로도 통일된 입장을 내세우는데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우선 KRPIA가 공식적인 입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회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여론을 이끌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사실.

회장과 이사회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각각의 임원이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처지라 여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질 경우 자칫 불이익을 혼자 떠맡게 될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KRPIA 내부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회장이 직접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활발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이미 포기했다”며 “어떤 문제에 대해 안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또 다른 안을 만들어내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KRPIA가 토종 제약업계처럼 산업적인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순히 환자 접근성이라는 감성적인 측면에 기대 반대 논리가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면에서 혁신 신약의 약가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를 대야 하는데 급박하게 공식입장을 발표하다 보니 근거가 여러모로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B사 임원은 “감성적인 측면에서 뜬구름 잡기식으로 사안에 대처하다보니 결국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선진국의 약제비를 국내 사정과 비교하는 것보다 향후 국내 제약산업 성장 측면에서 폭넓게 의견을 개진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래저래 침묵할 수 밖에 없는 KRPIA가 내부 반발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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