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해체는 한심한 발상
- 데일리팜
- 2006-03-06 06: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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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8년 2월 개청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8년여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은 정부가 조직을 짜고 개편하고 부수고 하는데 는 능수능란하지만 장기적 안목이 부재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가 식약청 해체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은 근시안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코미디 같다는 인상까지 풍긴다. 식약청 해체는 도로에 보도블록을 깔고 뜯고 하는 식으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사안임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정부가 이달 초 열린 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로드맵을 보면 ‘ 식품안전처’의 설립은 7월이다. 4월중 식품안전기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일정도 잡혀 있는 것으로 안다. 식약청 업무 중 식품은 그렇게 총리 산하 부처로 떨어져 나가고 의약품은 복지부로 다시 편입된다. 식약청은 오는 6월까지 시한부 기구가 되게 됐고 지난 1월 말 취임한 제7대 문창진 청장도 식약청을 존속시키려던 강력한 의지를 발휘하기 힘든 애처로운 상황이 됐다.
그런데 설립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식약청을 해체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드러난 이유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품안전 업무를 총리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복지부, 식약청, 농림부 등으로 분산된 식품안전 업무를 통합·관리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사분란하게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2년간 터진 만두소, 김치파동 등의 굵직한 대형사건들을 감안하면 업무를 한 곳으로 몰아 총리가 직접 챙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우리는 식품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존중하지만 방법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식약청이 맡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식약청은 지난해 연말 식품안전관리를 위해 무려 358명의 인력충원 방침을 정하고 470억원에 달하는 ‘식품안전관리 기능강화 소요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요청했다. 청 단위에서는 매머드급 충원계획이다. 이는 지금까지 식약청에 식품 관련 인력과 예산이 거의 없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고서도 식품안전 관리가 잘 되기를 바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식약청이 분리·해체되지 않아야 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식품도 그렇지만 솔직히 의약품 때문에 안 된다. 의약품은 식품 이상으로 국민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분야다. 이는 행정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약무행정이 과거의 약정국과 같은 본부직제로 통합될 경우 의약품 업무는 단순 행정이나 정책중심의 업무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의사, 약사 등이 대거 투입된 미국의 FDA는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의 전문적 연구 및 조사기능 등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지게 된다. 전문행정을 무력화시키는 거꾸로 가는 행정에 다름 아니다.
식품과 의약품은 때로 구분도 애매하기 때문에 떼어서 놓을 개념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래서 의·약사 등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연구와 조사가 늘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단순 행정업무로 처리하고자 하면 더 큰 대형사건이 터질 수 있는 환경을 키우고 잠복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약품은 특히 제약산업과 관련을 맺고 있어 기술적인 전문행정을 요한다. 제약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은 하면서도 늘 홀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국가의 미래와 비전을 경원시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식약청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채찍질도 하고 밀어도 주는 두 가지 기능을 하기 위해서 존속돼야 한다. 지금의 식약청은 그렇게 기술파트와 행정파트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식약청은 팀제로 전면 개편하면서 기술과 행정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하루아침에 뭉게는 총리실의 태도는 오만불손하기까지 하다. 식품이 중요한 것은 인식하면서 의약품은 안중에 두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
총리가 정부 업무를 직접 챙기는 것은 한계가 있음과 더불어 반드시 직속기관이어야 관리가 된다는 것도 아전인수다. 전문적이면서도 자질구레한 일이 끊이지 않는 식품업무는 특히 그렇다. 총리는 굵직한 현안을 챙기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현재의 식약청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정부조직 조정안에 최종 결재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는지 묻고 싶다. 혹시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면 중대한 판단착오다. 총리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거나 대통령의 인식이 전환되도록 해야 하고 식약청 해체수순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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