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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공장없는 제약업체 난립 안된다

  • 데일리팜
  • 2005-12-26 06:27:35

의약품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제약회사 간판을 달고 의약품을 제조·공급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의약품 제조업과 품목허가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오는 30일 의원입법으로 발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식약청이 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법안이 의약계 초미의 관심사로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제약산업과 의약품 유통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라는데 있다. 위탁제조를 통해 심지어 개인도 품목허가를 받아 제약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수많은 제약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의약품 유통시장도 제네릭과 카피들이 쏟아져 지금 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정부가 제조업과 품목허가를 분리하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취지도 공감하기는 한다. 의약품 제조와 연구·개발의 전문화를 유도한다는 대승적 차원의 취지를 기대하지 않는바 아니다. 아울러 바이오의약품 개발여건을 보다 확대하고 의약품 제조 및 유통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의도 또한 있는 것으로 안다. KGMP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품목허가는 분리될 필요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감안하면 국내 의약품 제조업의 경쟁력을 되레 약화시키고 나아가 제약산업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시장을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게 할 여지가 있다. 제조시설이 없는 제약사들이 무수히 생겨나면 기존의 제조시설을 갖고 있는 업체와 무한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특성은 제조, 유통, 연구·개발을 별도의 업으로 분리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설업체들이 제조나 연구·개발에 몰두해 전문화 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에 있는 400여개의 제약회사는 두 배 내지 세배 이상으로 급증할 개연성이 커 많게는 1천개 이상의 제약사들이 난립할 수 있다. 제조시설이 있는 제약사들에게는 위탁제조가 늘어나겠지만 경영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오산이다. 위탁생산의 마진구조가 약해 제조와 유통을 연계해 함께 하는데서 오는 마진을 기존 제약사들은 포기할 턱이 없다. 따라서 품목허가 분리는 제약사들이 수없이 늘어난데 따른 무한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만 나타나게 된다.

시설을 갖춘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경쟁력만으로도 생존하기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연구·개발도 제조와 유통을 함께 연계시켜야 경쟁력을 갖는 구조가 국내 제약산업의 현주소다. 무시설 제약사들이 늘어나면 시설업체들이 연구·개발에 더 전념하고 전문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기존 제약사들이 망한 다음에 기대하는 것 같은 뜬구름 잡기 식이라는 점이다.

의약품 유통시장에서는 지금도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동일 성분의 제네릭이 적지 않다. 이런 마당에 품목허가가 분리되면 제네릭 시장은 카피들의 천국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카피들이 많아지면 저질 카피들이 시장에 나와 활개 치게 되어 건전한 제네릭 시장은 위축되고 나아가 붕괴 위험까지 있다. 유통시장의 교란과 이에 따른 저질 의약품의 출현을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전체의 파국으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산약들이 신뢰를 잃게 되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는 쪽은 외자 제약사들이다. 외자사들은 우수한 품질력을 담보하고 있는 탓에 고가의 가격으로도 시장에서 마켓쉐어를 끌어갈 잠재력을 갖췄다. 의료계 또한 신뢰가 떨어진 국산약을 멀리하고 오리지널 처방에 의존하게 될 수 있음을 지난 의약분업 직후 몇 년간 경험했던 사실을 되돌아 보면 공감이 갈 줄 안다. 외자 제약사들이 이번 법안에 대해 환영하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 한다.

우리는 지난해 식약청이 현행 약사법을 의약품관리법과 약사법(藥師法)으로 분리하는데 대해 반대해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좋은 취지가 많았었지만 품목도매를 일반판매업으로 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반대했었다. 이번 법안도 공식·비공식적으로 무려 천여 개가 넘게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품목도매들에게는 대단한 호기를 준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수천 개가 된다고 하면 모두가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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