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가 의-약 갈등 부채질한다
- 데일리팜
- 2005-11-07 06: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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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가 또 다시 시끌벅적하다. 의사협회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약대 6년제 반대를 위한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결정해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수가협상을 놓고 가입자단체와 의약단체간의 대립각마저 갈수록 날카로움만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해묵은 불법 임의조제 논쟁이 여전히 핫이슈가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의약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도대체 그칠 줄을 모른 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일부 전·현직 교수들이 불에 기름을 끼얹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하고 나섰다. 학술대회에서 발언이나 주장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신선하지도 않은 내용일 뿐만 아니라 특정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 한 발언 등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들 발언으로 인해 의-약간의 싸움을 부채질 하는 결과만 낳았다.
우선 의약분업 시행당시 병원내 약국설치 금지를 두고 ‘동네 의·약사가 짝짝꿍한 것’이라는 발언이다. 동네의사와 동네약국이 서로의 이권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네 의·약사들이 원내약국 개설 금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인데, 당시 상황을 아는 식견 있는 학자라면 도무지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원내약국 개설금지는 의약분업의 시행취지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분업은 가급적 많은 약사들의 참여가 중요했다. 그것은 처방분산에 있었기에 일견 동네 의·약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보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동네 의·약사들이 이권을 나눠 갖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특히 동네약국의 경우는 대부분 분업이후 지금까지 처방에서 소외돼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일부 의·약사들이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체 동네 의·약사에게 이권이 돌아간 것 인양 단언하는 것은 심하다. 특히 동네약국들은 처방전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일반의약품의 장기불황에 따른 ‘절대적 상실감’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이를 간과한 발언은 의사와 약사 간에는 물론 약사 상호간에도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는 발언이 있다. 약사의 임의조제나 불법 대체조제에 대해서 의사의 의료사고와 같은 수준의 처벌을 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이 발제를 한 교수는 임의조제를 한 약사에게 의료법의 무면허의료죄를 적용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냈다. 우리는 약사의 임의조제나 불법조제를 금지하고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임의조제를 의료행위이라고 동일시하고 단정짖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의료행위를 하려면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임상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약사들은 의대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의사가 되기 위한 임상경험도 거치치 않았다. 고도의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추고 진단과 진찰 그리고 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의료행위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임의조제 하나만으로 그런 행위들을 했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은 환자의 요구에 의한 불법조제나 임의조제시 환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환자는 ‘무면허의료 교사범’ 행태로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는 현실적으로 약자다. 환자들은 때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그런 환자들에게 교사죄를 적용하자는 것은 너무하다. 의약분업이 궁극적으로는 환자를 위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환자가 설사 임의조제를 요구했다고 해도 처벌 보다는 선도나 계몽을 하는 것이 먼저다.
의약분업 시행 5년을 넘기는 시점에서도 의와 약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고 때로는 시전상인 못지않은 욕설과 삿대질을 해댄다. 학계는 그런 대립을 해소해 주는 중화제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대립을 부채질 하는 발언들을 생각 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쓰럽다. 의·약사 양 직역이 협업하는 것이 분업이라는 대명제는 변함이 없다. 의와 약 모두 자신의 직역을 먼저 바로 하는 일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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