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성 국감 해도 너무한다
- 데일리팜
- 2005-09-26 08: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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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여전히 실망스럽다. 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대책 없는 한탕주의, 인기주의가 예년과 다름없는가 하면 증거자료 부족과 사건 부풀리기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그 뿐만 아니라 진부하게 거론되는 이슈를 재탕 삼탕 되뇌는 앵무새 국감도 달라진 것이 없고 특정직능을 강하게 대변하는 직능 이기주의 또한 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지나치다.
의약분야에 대한 국감을 하려면 무엇보다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건에 집착하는 한탕 내지는 인기주의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순천 성가롤로병원 리베이트 폭로사건이다. 해당의원은 제약사로부터 수수한 리베이트가 52억여원이라고 추정했지만 실제 병원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5억여원에 불과했다. 아울러 검찰이 리베이트 혐의를 입증한 액수도 1,36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수사가 매듭된 사건이었다.
의약품 뒷거래와 리베이트 문제는 매년 국감장에 오르는 약방의 감초다. 물론 리베이트 문제는 광범위하게 그리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근절돼야 할 사안이 분명하지만 폭로 식으로는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베이트에 대한 방증자료를 보다 확실하게 제시하든지 아니면 대책이라도 함께 내놔야 할 사안이 리베이트 문제다. 쉽게 건드릴 수 있고 주목도 받으니 너나없이 한건 정도씩은 폭로식으로 터뜨리고 있는 나쁜 악습이 더 이상 재연되지 말아야 한다.
자료의 과장과 부풀리기 또한 마찬가지다. 국공립병원 납품약이 최고 965배 가격차이가 난다고 했으나 통상 1원에도 납품할 수 있는 입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동일한 약이 수십 배씩 차이가 난다고 그것이 무조건 거품가격은 아니다. 입찰의 특성상 국공립병원의 경우는 손해를 감수한 의약품들이 더 많다. 그렇다면 손실을 보면서까지 응찰하는 이유가 뭔지를 연구하고 따져 의약품 유통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덤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함께 제시했어야 했다.
14개 종합전문요양기관의 7개질환 교육·상담료도 그렇다. 병원에 따라 최고 13배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으나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교육의 질과 환자 위험도 그리고 환자 수 등을 무시하거나 배제한 단순 비교다. 또 판매장려금을 리베이트로 단정한다든지 일반약과 관련된 사안임에도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라고 따지는 것 등은 국회의원들이 최소한의 지식조차 갖지 않은 채 국감에 임하는 모습들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앵무새 국감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지만 똑같이 재연됐다. 박카스를 20병 먹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한국적 특성과 전문적인 검토 없이 늘 그렇게 그리고 진부하게 편의성만 부각시킨 채 일반약 슈퍼판매를 제기하는 것은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특히 이 사안은 언제나 직능단체의 대립을 촉발시켜 국감장이 올해도 여지없이 의·약사간의 대결장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대책과 대안이 없는 일회성 따지기식 국감의 재방송은 계속됐다는 것이다.
약사에게 지급되는 복약지도료의 경우도 하지 않는 행위라고 해서 부당청구로 몰아붙이는 것 또한 피상만 본 단견이다. 약사들이 복약지도에 소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해결할 생각은 왜 안하는가. 복약지도료 총액이 연간 2천억원이라는 숫자는 어찌 보면 크다. 하지만 2001년 8월 도입당시 건당 복약지도료는 260원에 불과했고 지금도 인상은 됐지만 550원에 그친다. 전문직능인에 대한 수가치고는 너무 작은 푼돈일 뿐만 아니라 다른 수가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작다. 약사들이 몇 백 원을 떼어먹기 위해 복약지도를 안하고 부당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안하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다.
생동성과 대체조제 이슈도 의·약사 직능간의 첨예한 대결장만을 만들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애초 의약분업 시행당시 궁극적으로 가야할 지향점이었고 정부도 그렇게 목표를 정한 사안이었다. 그만큼 중요함에도 국감은 중요성을 간과하고 싸움만 했다. 모든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이를 통해 대체조제를 활성화 해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제는 목표가 아예 흔들리는 사안이 돼 버렸다.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만든 원인이 되었음에도 되레 따지고만 있으니 해결이 요원하다. 안 되는 이유는 너무도 뻔한 약사법상 대체조제 제한조항이다. 머리를 맞대고 법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방안을 찾아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특정 직능단체를 대변하는 싸움만 했다.
국감은 정부의 한해 살림살이를 점검하는 것임에도 올해도 그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한해 실적을 과시하는 장이 됐는가 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실적을 채우려는 ‘정치쇼’의 장이 돼 버렸다. 보건복지부와 그 산하 기관들에 대한 국감이 이런 식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다. 남은 국감 기간 동안에는 드러난 문제에 대해선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드러나지 않은 문제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방증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국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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