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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두루뭉술한 약화사고 책임소재

  • 데일리팜
  • 2005-09-05 13:46:50

병용금기 약물을 복용하고 사망한 사건에 대해 처방한 의사와 조제한 약사가 함께 1억8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첨예한 약화사고 책임소재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단의 사건이다. 의사와 약사를 뭉뚱그려 책임을 묻게 한 것은 약화사고의 최종 책임소재가 의사와 약사 중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문제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많은가에 대한 의문과 논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번 판결은 이처럼 의사와 약사의 책임한계를 명확히 긋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약화사고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기 보다는 의·약사에게 두루 뭉실 책임을 안길 개연성을 높게 했다. 의·약사 모두 과실이 공히 똑같이 있다면 몰라도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쪽이 억울하게 책임을 추궁당하는 상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약화사고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 먼저다. 그러나 인과관계와 함께 중요한 것은 잘못된 처방이나 의심처방에 대한 검증과 그 검증과정에 대한 책임소재 부분이다. 의약분업의 시행취지중 하나는 의사의 처방에 대한 약사의 처방감시다. 약사가 잘못된 처방을 발견하지 못하고 조제를 해주면 약사에게 책임소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고 거기서 책임소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알려지거나 보고되지 않은 약화사고는 의외로 많다. 미국에서는 한해 수천명이 직·간접적인 약화사고로 사망한다는 통계까지 있을 정도다. 우리도 약화사고에 의한 부작용 문제를 적당히 넘길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정확히 하는 작업이 급하다. 이를 하지 않으면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 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약화사고를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행 약사법 제23조(처방의 변경·수정)에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처방전의 내용에 의심이 나는 점이 있을 때에는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수의사에게 문의하여 그 의심나는 점을 확인한 후가 아니면 조제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있다. 약사의 책임부분을 명확히 한 규정이다. 그런데 의사에게 문의나 확인을 한 경우에 대한 책임소재는 없다.

약사가 의심처방에 대해 문의를 하면 대개 응대하는 사람은 간호사 내지 간호조무사다. 개국약사 6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의료기관에서 응대한 사람은 '간호사·간호조무사'라는 응답이 67.3%에 달했다. 의사가 직접 응대한 경우는 22.6%에 머물러 10번 중 두번은 의사와 통화조차 못했다. 이 같은 현실은 약화사고의 책임을 뭉뚱그려 물을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처방검토 문의에 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사의 2차적인 법정소송을 막을 수 있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병용금기약 처방에 대해 약사에게 책임을 내린 법원의 첫 판단이다. 병용금기약의 약화사고는 더욱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지 않는 판결은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안된다. 이는 환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의·약사 책임이 정확히 반씩이라고 해도 판결은 의사 50%, 약사 50% 하는 식으로 이뤄져야지 뭉뚱그린 판례가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 관련 법 규정이 없으니 이번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판결이 재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중요한 첫 판례가 의사와 약사들로 하여금 네탓이라며 삿대질을 하게 하는 책임공방만 뜨겁게 야기시켰기 때문이다.

의심처방에 대해 문의를 하지 않은데 대한 약사의 책임, 문의를 했는데 응대를 하지 않는 의사의 책임 등 책임비율에 대한 법적 정비가 돼야 한다. 아울러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응대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정과 응대를 했을 때의 처벌규정 또한 필요하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의·약사의 책임의식 고취를 위해서 관련법의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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