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고용 기피하는 병원들
- 데일리팜
- 2005-09-01 22: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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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의 약사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비약사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병원 가기가 겁날 지경이다. 약사가 조제를 해도 미지의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 등 약화사고의 위험이 있음에도 간호조무사나 심지어 일반 직원들이 조제업무를 한다면 공포에 가까운 일이다.
420병상과 352병상 규모의 중형급 병원에 약사가 각각 2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500병상 이상의 병원들도 약사가 10~20명밖에 없는 곳이 즐비했다. 이들 병원은 십중팔구 비약사들이 조제업무에 참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비약사 조제는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무책임한 행위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제28조의6(의료인등의 정원)에서 연평균 1일 조제수가 80 이상인 경우에는 약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조제수 160까지는 1인을 두고 160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매 80마다 1인씩을 추가한다는 규정이 엄연히 있다.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병원이 거의 없다면 이 조항은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다. 정부가 단속도 하지 않으니 사문화된 조항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병원들의 약사 수급은 상상외로 심각하다. 지방 중소 사립병원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 약화사고 등에 대한 위험이 아예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급하고 절실하다. 가장 기본적인 대책은 병원들이 약사를 고용하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고 병원이 약사고용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병원약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함께 도모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병원들의 약사고용과 약사들의 병원 취업욕구를 동시에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병원들이 약사채용을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약사를 채용하는데 따른 실익이 없다. 병원약사에 대한 병원약제수가가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너무 미약하다. 각종 약제 행위료 및 기술료 등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병원의 약사채용을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일본만 봐도 우리게에는 없는 각종 행위료가 병원약사들에게 책정돼 있다. 입원환자의 경우 약제관리지도료, 조제기술기본료, 특정약제 치료관리료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퇴원시복약지도, 원내조제, 마약조제 등에서는 가산료가 지급된다. 우리나라 병원약사에게는 조제료 이외에 물론 없는 항목이다. 외래환자도 처방전료, 조제기술기본료, 조제료, 조마약조제가산료, 약제정보제공료, 노인약제정보제공료, 특정약제치료관리료 등이 책정돼 있지만 우리나라 병원약사들에게는 역시 없다.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분업 예외환자들이 있는 만큼 고려돼야 할 항목들이다.
정부가 아울러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약사채용 법규의 정비다. 의료법 시행규칙의 사문화된 조항을 과감히 삭제하고 병상기준으로 약사를 채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병원약사 채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병원을 제재하는 강력한 규제수단도 있어야 한다. 의약분업 이후 병원약사는 입원환자 위주의 조제를 전담하는 만큼 입원환자서비스 향상을 위해 약사 인력수 기준은 ‘병상수’ 기준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분업 이후 외래환자 조제가 약국으로 가면서 병원약사 업무가 현저히 줄어 약사인력을 감축시킨 병원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상식적인 수준이어야지 5백병상 이상의 병원들이 약사를 10여명 밖에 두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 병원약사 인력은 분업 전인 99년만 해도 2,231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770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올 들어 8월 현재 2,135명으로 다시 증가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역적 차이가 심해 지방 중소 사립병원들의 약사부족은 여전히 심각하다.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은 의외로 많다. 드러나거나 보고되지 않은 약화사고가 적지 않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그럼에도 병원들이 약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환자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환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는 행위다. 무엇보다 이를 방치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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