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이 국립 1번지 맞나
- 데일리팜
- 2005-03-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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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공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국립의료원이 급기야 종합전문요양기관 재인정에서 탈락위기에 내몰리는 사태가 닥쳤다. 1번지 공공의료기관이 종합전문요양기관 재평가에서 3년차 레지던트를 확보하지 못해 2차 종합병원으로 강등될 상황에 처한 것은 공공의료의 빈약한 현실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는 실증적인 예다.
국립의료원은 해부병리과, 임상병리과, 진단방사선과 등에서 3년차는커녕 전공의가 아예 없어 처지가 애처로울 지경이다. 6월30일까지 조정시한이 주어졌지만 그때까지 전공의를 충원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큰 문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마저 전공의 확보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숨만 쉬고 있으니 ‘국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돼 버렸다.
공공의료는 현 참여정부가 틈만 나면 전면에 내세운 것임에도 정작 그 얼굴인 국립의료원은 볼품이 없어졌다. 전공의들이 외면하는 의료기관임에도 정부는 평가만 엄정히 수행하고 등급만 결정할 요량인가. 지원할 생각은 소홀히 하고 있으니 과연 국립이 맞기는 맞는가.
정부는 말만 번드르르하게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고 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럴듯한 국립의료원을 만들어야 한다.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국립의료원이 전공의마저 없는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과 보장성에 정부가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도 모순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병원들은 민간이라고 해도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제도 속에서 제대로 된 시설과 인력 및 장비 등을 갖춰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병원들이 앞 다퉈 장례식장 사업을 확대하고 주차료를 올리고 임대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봐야 한다.
아주대병원, 원광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등 이름만 들어도 면면이 그럴듯한 병원들마저 종합전문요양기관 재인정에서 탈락위기에 몰렸었다. 전공의를 확보해 탈락은 면했지만 병원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영리추구와는 담을 싸야 하는 국립의료원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종합전문요양기관을 평가하고 있는 것은 민간이든 국립이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의료원이 종합병원으로 내려앉으면 종병가산율이 30%에서 25%로 낮아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전공의들이 지원을 더 기피할 것은 당연하고 시설을 갖추고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더 여의치 않을 것이 뻔하다. 정부는 또 평가를 해서 병원으로 강등시키고 또 평가해서 의원 급으로 등급을 만들 생각인가.
물론 의료시장 개방과 경쟁시스템을 밑그림으로 그리고 있는 정부이기에 국립의료원에 무관심할 법도 하다. 영리 의료법인마저 허용한다면 국립의료원은 어차피 경쟁에서 밀려날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잘못이다. 생각을 바꿔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과감한 투자로 민간병원 보다 더 좋은 공공의료의 대표병원이자 얼굴병원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자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구호가 거짓말이 아니고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국립의료원 간판을 내릴 생각이 없을 바에야 화끈한 결정을 내려주길 고대하고 있다. '국가중앙의료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향후 국가중앙의료원도 국립의료원 처지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경쟁과 개방기조를 잡고 간다고 해도 국가의료의 축인 건강보험을 없애지 않고 보험공단을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을 국가의료제도의 근간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공의료의 상징적 기관인 국립의료원을 명실상부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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