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킴이 젊은 여약사 3인 정읍 가다"
- 최은택
- 2005-09-20 06: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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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들과 함께 할래요"...농민약국 6호점 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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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얼굴의 농민들이 어깨춤을 덩실추며 풍물패의 가락에 흥이 올랐다.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여성 세 명도 한데 어울려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고 연신 팔을 흔들어댔다.
지난여름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린 농심에도 이 날만큼은 굵은 단비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분과 설움을 달래줬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 곳에 약국을 열게 돼 기쁩니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농민'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농민약국은 이렇게 농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호남 곡창지대 소도시 중 하나인 정읍에 여섯 번째 둥지를 틀었다.

정읍농민약국(대표약사 정옥란& 183;32)은 시내 번화가에서 구시장을 잇는 2차선 도로변(시기동 242-5)에 새로 문을 열었다. 시내에 나온 농민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길에 터를 잡았음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생각보다 의원과 약국들도 많았다. 특히 시내에서 순위 안에 들어갈 만큼 규모가 큰 약국 2곳이 인근에 있어 농민약국이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정옥란(조대약대 93) 대표약사는 물론이고 함께 약국을 운영할 백숙정(26& 183;전남대약대 99)약사, 최희정(25& 183;전남대약대 00)) 약사 모두 이 곳과는 연고가 없다. 물설고 낯이 설다보니 자기 자리를 찾는 것도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농민약국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나주 영산포와 화순, 해남 농민약국에서 각각 경험을 쌓은 뒤, 무연고 지역인 정읍으로 나왔다.
농촌보건활동을 하면서 보건의료로부터 소외된 농민들과 동거동락하고, 농민들의 건강문제를 여론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농민약국은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이미 전남 나주, 화순, 해남에 이어 경북 상주, 강원 홍천에 농민약국이 들어섰고, 경기& 183;충청& 183;부산경남권에 지점이 생기면 비로소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게 된다.
정읍은 특히 전국 최대 곡창지대인 데다 농민회의 핵심 거점지역이어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농민약국의 진출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추석을 하루 앞둔 17일 기자가 찾은 정읍농민약국은 비교적 한산했다. 의약품도 충분히 구비가 돼 있지 않아 비어있는 공간이 군데군데 눈에 띠었다.
정옥란 약사는 아직 갖춰야 할 게 많이 있지만,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뒷마무리를 순조롭게 끝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농민약국이 새로 개설되면서 지역 약사회의 방해(?) 때문에 다소간 문제도 야기됐지만, 약사회가 잘 해보라고 격려를 해 줄 만큼 인식도 많이 개선돼 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
20평 가까운 적은 공간임에도 환자들을 응대할 의자가 네 개나 마련돼 있어 이목을 끌었다.
복약지도와 복약상담을 충분히 진행하기 위한 자리. 정약사는 농민들은 힘든 노동 때문에 비교적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그만큼 의약품 복용량도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먹는 약이 어떤 종류이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 관심있거나 잘 아는 사례가 드물다는 설명.
때문에 농민약국 약사들은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충분한 복약지도와 복약상담을 벌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중에 찾아오는 환자수가 많아지면 복약지도를 오랫동안 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시스템이 있다고 귀팀했다.
전국 6개 농민약국 19명의 약사들이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각각 약국의 사례와 활동 내용 등을 공유하면서 충분히 대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것이다.

정읍농민약국 삼총사는 이미 개국전부터 정읍으로 건너와 농민들의 수해보상투쟁에 참여하면서 농민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 왔다. 처음 집회에 나갔을 때만해도 앳띤 얼굴 때문에 '여경'으로 오해를 사 곤욕을 치를 뻔한 적도 있다고.
그런 와중에도 앞으로 진행할 농촌보건활동을 계획하고 구성하느라 하루하루 바쁜 날들을 보냈다.
특히 올해는 전국 농민약국이 농업노동재해보상보험법 제정운동에 힘을 쏟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로 반복노동을 통한 근골격계 질환과 농약중독, 하우스 농사를 지으면서 나타나는 질병, 농기계 사용에 따른 사고 등을 망라하는 보상보험법이 그것.
농민약국은 그동안 농부증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농민들의 집단질병 현황을 발표하는 등 사회 여론화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17대 총선 때는 농부증을 직업병으로 인정해 줄 것을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정 약사는 “농민약국 약사들은 약국 일보다 농촌보건활동과 농민건강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들의 농민과 농촌보건활동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들 약사들은 “보건의료가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농촌현장을 지키고 쉽다”고 말했다.
약사들과 만나는 중 농민들 몇 분이서 약국을 찾아와 "빨리 자리 잡고, 잘 돼야 할텐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농민들 한 가운데 튼실한 둥지를 지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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