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21:40:10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약사
  • 글로벌
  • 신약
  • #질 평가
  • 제약
  • #제품
  • #3년
네이처위드

규제가 되살렸나…이례적인 '세파 항생제' 공장 신축

  • 천승현
  • 2023-06-09 12:10:07
  • 대웅바이오, 500억 투자...상당수 업체 철수와 상반된 행보
  • "폐쇄 검토했지만 위탁사 제조소 이전 문제로 신축 결정"
  • 공동개발 규제로 수탁사 변경 난항...팬데믹 이후 항생제 수요 급증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대웅 자회사 대웅바이오가 500억원을 들여 ‘세팔로스포린제제(세파) 항생제’ 공장 신설에 나선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세파 항생제’ 사업 철수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사업 확장 행보다. 공동개발 규제 이후 위탁사들의 수탁사 변경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사업 철수보다 신공장 건설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항생제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공격적인 경영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웅은 자회사 대웅바이오가 총 500억원을 투자해 세파 항생제 전용 공장을 건설한다고 7일 공시했다. 투자 목적은 ‘세파 항생제 사업 확대’다. 투자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3.7%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웅바이오는 성남에 세파 항생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성남 세파 항생제 공장이 낙후돼 오는 2024년까지 가동하고 2025년부터 새로운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대웅바이오의 세파 항생제 신축을 이례적인 행보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 항생제 사용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세파 항생제 사업의 철수를 고민하는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파 항생제의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웅바이오도 세파 항생제 사업의 철수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국가에 따르면 최근 “대웅바이오의 세파클러, 세푸록심악세틸 등 세파 항생제의 생산이 오는 9월말부터 중단될 예정이라며 대웅바이오에 위탁 중인 제품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전망이다”라는 안내문이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바이오 성남 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파클러의 경우 광동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명문제약, 동국제약, 한국글로벌제약, 삼진제약, 크리스탈생명과학, 마더스제약, 넥스팜코리아, 안국약품, 한국프라임제약, 메딕스제약, 한림제약 등이 공급받는다. 대웅바이오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위탁사들도 공급이 차단되는 구조다.

세파 항생제는 지난 2011년부터 공장 분리가 의무화됐다. 별도의 제조시설을 갖춰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을 확보한 업체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대웅 측은 “당초 세파 항생제 공장 폐쇄 안내를 했는데 위탁사들의 제조소 이전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신공장 건설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규제 강화로 위탁사들의 수탁사 변경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세파 항생제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으로 의약품 공동 개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위수탁 제한 규제도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동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공동개발 규제는 이미 허가 받고 판매 중인 위수탁 제네릭에도 적용되는데 규제 시행 이후 위탁 허가 제품을 3개 품목까지만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 10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한 수탁사의 경우 3개사만 추가해 총 13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다.

제네릭 업체들 입장에선 화재 사고나 공장 폐쇄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의약품 공급이 어려워지면 수탁사를 변경해야 하는 변수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1+3’ 허가 규제 시행 이후 위탁사들은 기허가 제네릭의 수탁사 변경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당수 수탁사들은 이미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 개수를 모두 채워 위탁 제네릭을 추가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허가 제네릭 제품의 경우 추가로 3개의 위탁사 모집 여유가 있더라도 수탁사들은 수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탁 제약사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소제약사들의 수탁사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위수탁 규제 시행 이후 수탁사가 위탁사가 모집할 때 예상 판매 물량을 사전에 조사한 이후 위탁사를 선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탁사의 판매 능력이 부족하면 수탁사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웅바이오의 세파 항생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 위탁사들도 시장 철수를 고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웅바이오 입장에선 신공장 건설로 위탁사들과 함께 시장 잔류를 선택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항생제 수요가 급증한 것도 신공장 건설 결정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항생제 수요 급증으로 수급 불안정 현상도 불거지는 상황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것보다 신공장 건설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실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웅바이오 입장에선 최첨단 시설의 새 공장을 가동하면서 위탁사 유치에 더욱 유리한 고지에 설 수도 있다.

분기별 세팔로스포린제제 외래 처방금액(단위 억원 / 자료 유비스트).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파 항생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72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6% 늘었다. 2021년 1분기 426억원에서 2년 만에 69.7% 증가했다.

세파 항생제의 처방액은 2019년 4분기 712억원과 2020년 1분기 60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4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관리 강화로 독감이나 감기 같은 감염병 환자가 급감하면서 세팔로스포린제제 처방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2021년 말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파 항생제의 처방 시장은 호황기를 맞았다. 2021년 4분기 세파 항생제의 처방액은 55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7.0%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처방액은 759억원으로 2년 전보다 61.6% 상승했다. 올해 들어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이 해제된 이후 독감이나 감기 환자가 증가하면서 항생제 사용이 더욱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웅 관계자는 "2025년 세파 항생제 신공장 준공을 마치고 가동을 시작하면 기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