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비대면 시범사업, 문제는 약 배달이다
- 정흥준
- 2023-05-08 18: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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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은 1인 시위와 집회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주에도 대통령집무실 앞 1인 시위와 복지부 앞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시범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약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약 배달에 따른 부작용이다. 지난 3년 한시적허용과 마찬가지로 약 배달이 허용된다면 약국과 환자에게 미칠 문제가 예상이 어려울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최근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 약사는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에서 약 오배송을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 약사는 비대면진료로 지방흡수억제제를 처방 받았지만 2배 용량의 약이 잘못 배송됐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비대면 조제 약국에서는 처방전 바코드를 찍으니 2배 용량의 약이 인식돼 조제 오류가 있었다는 해명이었고, 실제로 바코드를 찍어본 결과 조제 약국의 해명은 사실이었다.
다행히 약사는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된 용량의 약을 다시 받을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잘못된 용량을 놓치고 복용했을 것이라며 자칫 부작용이 많은 약이었다면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처방약의 용량을 확인하지 않고 복용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복지부의 발표대로 지난 3년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에서 오투약과 오배송 사례는 정말 한 건도 없었을까.
만약 이중 0.01%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복지부는 약 배달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했어야 하고, 이번 시범사업 계획에도 이같은 고민이 녹아있어야 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약국가에 미칠 여파도 크다. 한시적허용 기간에도 환자들은 약국에 “문자로 처방 보낼테니 택배가 되냐”고 묻는 일이 잦았고, 이건 일부 소수 약국의 사례도 아니었다.
시범사업은 그것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걸 떠나서, 약을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고 굳이 약국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같은 건물에 있는 의원과 약국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종속적 관계가 해소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희미해지는 건 약국의 대면 필요성 그 자체일 수 있다.
온라인약국은 왜 안되냐는 요구까지 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때는 복지부가 아닌 시민단체들이 전면에 설 수도 있는 일이다.
약사회는 국민을 위해, 보건의료생태계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복지부가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 약 배달이 가져 올 후폭풍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먼 훗날 부메랑처럼 돌아와 복지부가 마주하게 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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