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약가인하 집행정지와 과도한 영리함
- 김진구
- 2023-05-08 0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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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의 적응증이 당뇨병뿐 아니라 심부전·신장병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포시가 제네릭이 당뇨병 치료제로 발매됐는데, 다른 적응증에도 영향을 끼치는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스위스·호주 등과 달리 국내에선 적응증별로 약가를 차등 적용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현행 약가제도가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 한, 아스트라제네카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런 사정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선 대단히 영리한 판단이다.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보통 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기대손실을 3년 이상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교롭게도 포시가의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인용된 날은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었다. 이 법은 약가인하 집행정지 기간 동안 지급 또는 미지급된 약제비를 환수·환급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그간 이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법부의 기계적인 약가인하 집행정지 인용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시간끌기용으로 악용해 건강보험재정의 손실을 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바이오업계는 헌법에서 보장한 소송권의 침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사법부의 집행정지 인용을 제약업계가 악용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선 '일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러한 호소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선택으로 인해 갈 곳을 잃었다.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의 부당성을 주장해오던 제약바이오업계의 체면을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다. 오히려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정부 논리대로 향후 수년간 수백억원의 건강보험재정 손실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부도 제약바이오업계도 이를 좋게 볼 리 없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 통과한 날에 바로 그 문제적 행동을 했다. 영리함의 정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제약업계에서 나온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적용된다. 6개월 후부터는 이러한 시간끌기용 집행정지 신청에 큰 부담이 따른다는 의미다. 포시가 약가인하 시점이 6개월 후였다면 과연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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