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화의 관점] 셀 수 있는 수인가…수치를 이해하게하라(22)
- 데일리팜
- 2023-02-22 14: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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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는 해독이 필요하다. 가령,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혹은 태풍 힌남노의 최대 풍속이 초속 60m가 예상된다는 위험 메시지는 객관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대다수의 위험 인식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숫자의 해독은 인간적 경험으로의 변환으로 완성된다. 예컨대, 규모 4.1의 의미는 실내에서 대다수가 느낄 수 있는 진동으로써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라는 설명이 필요하다. 초속 60m의 풍속은 가로수를 뿌리째 뽑거나 철제 송전탑을 휘어 놓을 정도라는 경험적 묘사가 동반되어야 한다. 숫자가 경험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그 숫자를 이해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아울러 숫자는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삶 속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성인의 40%는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보다 인간이 셀 수 있는 손가락 숫자에 기반한 설명인 "성인 5명 중 2명은,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이 좀 더 직접적인 것처럼 말이다.
측정을 위한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현무 씨가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달랏은 해발 1500m라는 설명을 하며,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같은 곳이라 비유했다. 해발 1,500m라는 숫자로는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았지만, 대관령 양떼목장이 해발 1,200m라는 비유를 통해, 달랏이 꽤 높은 곳에 있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종양 측정에서도 비유는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종양이 4cm 이상이면, 악성 위험 커?’라는 머리기사를 읽고, 그것의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암연구소에서는 암의 크기를 몇 cm이라고 설명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식품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암이 1cm 정도라면, 완두콩 크기라고 설명하고, 4cm 정도라면 호두 크기라고, 7cm 정도라면 사과 크기라고 설명하면서 말이다.

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그 숫자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내과 전문의 브라운과 버셀(Brown & Bussell, 2011)은 고혈압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기 위해 127개의 논문을 검토하고, 고혈압의 위험과 고혈압약 복용의 이익을 표현할 방법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170mmHg가 되었다는 사실 전달에 덧붙여, "정상 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이 2배로 증가합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40mmHg가 늘었다는 사실 직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병과 연관지어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어떤가? 훨씬 생생한 위험으로 인식되는가?
연구자들은, 약물 복용의 이익을 설명할 때도 "약물 요법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고작, 3mmHg 낮아질 때마다 뇌졸중의 사망률의 8%나 낮아지고 관상동맥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5%나 낮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숫자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고 제안한다. 꾸준히 잘 낮춰보자는 설득을 숫자와 질병을 통해 묘사한 예라 하겠다.
종합하자면, 숫자는 말한 사람 혼자 이해해서는 의미가 없다. 듣는 사람도 이해해야 의미 있다. 건조한 통계 수치는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 숫자는 다양한 비유를 거듭하고 나서야,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아울러, 환자가 어느 정도 그 숫자를 이해했는지는 건강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숫자를 그저 숫자가 아닌 인간의 경험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헬스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전문가에게 필수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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