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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나민

'RPT 투자 시동' SK바팜, 개발비 자산화 220억→442억

  • 차지현 기자
  • 2026-03-28 06:00:42
  • 작년 말 도입 WT-7695 220억 신규 반영·임상 1상 진입 FL-091 116억 유지
  •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현금흐름 기반 R&D 재투자 선순환 구조 안착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SK바이오팜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방사성의약품(RPT) 분야에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임상 진척과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이 맞물리면서 1년 새 개발비 자산화 규모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뇌전증 신약으로 확보한 재원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했다는 평가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SK바이오팜이 자산으로 인식한 R&D 비용은 총 4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20억원)보다 101% 증가한 수치로 1년 만에 자산화한 개발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개발비 자산화는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기업은 향후 출시 가능성과 경제적 효익을 기준으로 R&D 비용을 경상개발비 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해당 연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자산으로 인식하면 당기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상각 가능하다. 즉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개발비 규모가 커질수록 해당 파이프라인 상업화 성공에 대한 기업의 기대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발비를 자산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회계 기준을 통해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우에 한해 자산 인식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은 임상 3상 개시 이후,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승인 이후부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 상업화 불확실성이 큰 초기 단계 과제가 자산으로 인식돼 장부상 이익이 부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외부에서 도입한 파이프라인은 취득 원가를 기반으로 자산성을 판단한다. 임상 단계와 관계없이 향후 경제적 효익이 기대될 경우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산화 여부는 회사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회계기준에 따라 외부 감사인 검토와 판단을 거쳐 결정된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RPT 후보물질인 'SKL37321'(WT-7695)이 220억원으로 전체 개발비 무형자산 가운데 5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기록했다. SKL37321은 신장암 등 고형암에서 과발현하는 CA9 단백질을 표적하는 저분자 기반 RPT 파이프라인이다. 회사는 현재 SKL37321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위한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으로 2027년 IND 제출이 목표다.

앞서 SK바이오팜은 해당 물질을 작년 11월 미국 위스콘신대 기술이전기관(WARF)으로부터 총 5억7600만달러(8425억원) 규모로 도입한 바 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1500만달러(219억원)였다. SK바이오팜은 작년 말 도입과 동시에 업프론트 전액을 개발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며 SKL37321을 RPT 전략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편입했다.

SK바이오팜 주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 SK바이오팜)

또 다른 RPT 후보물질 'SKL35501'(FL-091)은 작년 말 기준 116억원의 자산 가치를 유지했다. SKL35501은 암세포 표적 정확도를 높여 고에너지 알파선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NTSR1 표적 기전 후보물질이다.

SK바이오팜은 2024년 7월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업프론트 850만 달러(118억원)을 포함해 총 5억7150만달러(7921억원) 규모로 해당 물질을 도입했다. 이후 SK바이오팜은 올 초 SKL35501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IND 승인을 획득, 본격적인 임상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의 표적단백질분해(TPD) 계열 자산도 R&D 포트폴리오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TPD 관련 무형자산은 2024년 104억원에서 작년 말 10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6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으나 추가 투자를 지속하면서 전체 장부가는 전년 수준을 상회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SK바이오팜은 기존 보유한 소분자 화합물 발굴 역량과 TPD 기술의 시너지가 크다는 판단 아래 2023년 미국 로이반트로부터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인수하며 TPD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회사는 미국 R&D 전진기지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와 손자회사인 온코피아테라퓨틱스를 중심으로 TPD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준비와 독자 플랫폼인 'MOPED'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3500만 달러(512억 원) 운영 자금을 추가 투입, TPD 분야에 대한 개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R&D 비용 집행 규모도 대폭 늘렸다. 작년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는 1743억원으로 전년(1613억원) 대비 8% 증가했다. 2023년 R&D 비용이 1371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27% 이상 불어난 수치다. 작년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25%를 기록했다.

R&D 투자 확대는 뇌전증 신약에서 발행한 안정적인 현금흐름 덕분이다. 회사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지난해 미국 연간 매출은 63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로열티 수익 등 기타 매출도 연간 2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 처방 수는 4만7000건에 도달했으며 4분기 총 처방 수는 전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39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확대되며 처음으로 연간 200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70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63억원으로 전년(949억원) 대비 86% 늘었다.

신약을 통해 확보한 현금이 다시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RPT ▲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세 가지 플랫폼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후속 신약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영업 레버리지 효과에 따라 세노바메이트 매출 증가분이 수익 개선으로 고스란히 직결되는 구간에 진입한 만큼, SK바이오팜은 R&D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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