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신약에 역량 집중…제약, R&D 과제 리밸런싱 활발
- 차지현 기자
- 2026-08-12 0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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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녹십자 3상 자산 매각·'팹 파이브' 선정…유한양행 '포스트 렉라자' 육성
- LG화학·HK이노엔·삼진제약 비우선 과제 정리…항암·대사질환에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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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R&D)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경쟁력이 낮은 후보물질은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파이프라인에 연구개발 자원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정된 투자 재원을 유망 과제에 집중해 개발 효율과 사업화 성과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녹십자, 3상 자산 정리…'핵심 연구 과제' 압축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희귀 혈액응고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GC1138'을 매각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매각 대상과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번 매각 배경에 대해 "현금 유동성 확보와 R&D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GC1138은 녹십자가 2023년 2월 미국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인수한 희귀 혈액응고질환 파이프라인 가운데 하나다. 당시 녹십자는 마르젭타코그 알파(MarzAA), 달시노나코그 알파(DalcA), CB-2679d-GT 등 3개 프로그램을 총 600만달러에 확보했다. 계약금 100만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500만달러는 2025년 2월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녹십자는 이 가운데 마르젭타코그 알파를 GC1138로 개발해왔다. 해당 물질은 글란즈만 혈소판무력증 치료제로 올 1분기까지 임상 3상 단계 파이프라인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녹십자는 인수 3년 만에 해당 자산을 다시 매각하며 개발 포트폴리오에서 정리한 것이다.

대신 녹십자는 올 2분기 'THE FAB FIVE'를 새롭게 제시, R&D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20% 피하주사용 면역글로불린(SCIG) 'GC5136B'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C4006A'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백신 후보물질 'GC1140B'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 'GC1134A·HM15421'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GC1148A' 등 5개 과제가 대상이다.
이 가운데 SCIG는 오창공장 신규 생산라인에 1400억원을 투자하고 미국 3상 진입을 추진한다. mRNA 코로나19 백신은 연내 임상 2상 진입을, EBV 백신은 글로벌 기술수출을 목표로 한다. 파브리병 치료제는 한미약품과 임상 1·2상을 공동개발 중이고 ADC는 카나프테라퓨틱스와 비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도 올 상반기 '5개 포스트 렉라자'를 공개하고 임상·사업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속형 면역글로불린E(IgE) 포획체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YH35324) ▲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GF2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이중작용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 ▲사람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표적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후보물질 'YH42946' ▲HER2·4-1BB 이중항체 후보물질 '네스프로타미그' ▲EGFR·4-1BB 이중항체 후보물질 'YH32364' 등이다.

유한양행은 이들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초기 효능을 임상 1상에서 초기 2상 사이에 확인한 뒤 기술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상 3상까지 모든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보다 후보물질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점에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 개발 부담을 낮추고 수익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질환별로는 대사·심혈관·신장질환을 가장 큰 가치 창출 영역으로 설정했다. 유한양행은 해당 분야에 R&D 역량의 50%를 배분하고 항암제에 30%, 면역·염증질환에 20%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항암 분야에서는 렉라자 개발 경험을 살려 특정 바이오마커를 보유한 환자를 겨냥하는 표적항암제와 4-1BB 기반 면역항암제의 병용전략을 강화한다. 대규모 후기 임상이 필요한 알레르기·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만성 신장질환 후보는 기술수출이나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해 외부 자본을 활용할 계획이다.
LG화학, 비우선 과제 접고 항암·비만 집중… HK이노엔·삼진제약 가세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에 나선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시장성과 개발 가능성을 재평가해 비우선 과제를 정리하고 핵심 후보에 연구개발 자원을 몰아주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항암 파이프라인 가운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후보물질 'LR20011'(GEN-001)과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 'LR19128' 개발을 중단했다. 앞서 상업화 가능성과 전략적 자원 재배분을 이유로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 '티굴릭소스타트' 임상 3상 중단한 데 이어 저우선순위 과제를 추가로 정리한 것이다. LG화학은 임상 3상 단계 두경부암 치료제 후보물질 '파이클라투주맙'과 미국에서 판매 중인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 등 유망 항암 자산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K이노엔도 지난해 하반기 티로신키나아제2(TYK2) 억제제 계열 건선 치료제 후보물질 'IN-121803' 개발을 중단했다. IN-121803은 HK이노엔이 2024년 처음 공개한 기초연구 단계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로 내부 파이프라인 재검토 과정에서 경쟁력이 높은 과제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정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K이노엔은 현재 임상 개발이 진전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IN-115314' 등 유망 과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삼진제약 역시 지난해 MASH 치료제 후보물질 'SJN304', 'SJN305T', 'SJN306', 'SJN312' 등 4개 과제를 일괄 중단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이유다. 삼진제약은 GLP-1 기반 비만·근감소증 치료제로 대사질환 전략을 전환하는 동시에 항암·ADC를 핵심 연구축으로 삼고 관련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상태다.
개발비 부담에 시장 판도 변화까지…R&D 옥석 가리기 가속
제약바이오 기업이 파이프라인 정리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약 개발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 단계가 높아질수록 환자 모집과 시험 운영, 생산 등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 여러 과제를 동시에 끌고 가기 어려워진다. 한정된 자금을 유망 후보에 집중해 R&D 효율을 높이려는 판단이다.
시장 환경 변화도 파이프라인 선별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요 제약사들의 R&D 재편 사례를 보면 항암과 비만·대사질환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개발 역량이 쏠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LG화학과 유한양행, 삼진제약은 항암을 핵심 연구영역으로 키우고 있고 유한양행과 HK이노엔, 삼진제약은 비만을 포함한 대사질환에 힘을 싣고 있다. 성장성이 검증된 치료영역을 중심으로 파이프라인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향후 시장 경쟁력과 사업화 기회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불확실성이 크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산업인 만큼 모든 후보물질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반드시 좋은 전략은 아니다"라면서 " 개발 과정에서 사업성과 경쟁력을 계속 평가해 가능성이 낮아진 과제는 정리하고 유망한 후보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R&D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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