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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넘어 '선택과 집중'…다국적사, 포트폴리오 다이어트

  • 손형민 기자
  • 2026-08-26 06:00:59
  • 요약
  • 최근 5년 희망퇴직 반복…핵심 사업 중심 인력 재배치
  • 주요 품목 판권·영업 외부 이관…파트너 활용도 높여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다국적제약사의 조직 운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라 국내에서도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이 반복되는 가운데 기존 사업과 품목의 운영을 외부 파트너에게 넘기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과거 조직 재편이 인력 감축과 비용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어떤 사업과 기능을 내부에 남길 것인지까지 재조정하는 모습이다. 성장성이 높은 신약과 핵심 치료영역에는 인력을 집중하는 반면 특허가 만료됐거나 전략적 우선순위가 낮아진 품목은 조직을 줄이고 영업·유통 등 일부 기능을 외부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다.

실제 주요 다국적제약사 15곳의 국내 직원 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은 2020년 5011명에서 2025년 4591명으로 5년간 420명(8.4%) 감소했다.

다만 회사별 흐름은 엇갈렸다. 한국MSD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노바티스 등은 직원 수가 감소한 반면 일부 기업은 신약 출시와 사업 확대에 따라 오히려 인력을 늘렸다.

다국적제약사 전체가 일률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기보다 글로벌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조직 규모와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

대부분 인력 감소세…회사별 인력 변화는 엇갈려

최근 5년간 국내 다국적제약사의 인력 변화는 회사별로 차이가 컸다.

한국MSD의 직원 수는 2020년 706명에서 지난해 491명으로 215명(3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492명에서 374명으로 118명(24.0%), 한국노바티스는 534명에서 456명으로 78명(14.6%) 줄었다.

한국화이자제약도 411명에서 375명으로 36명(8.8%) 감소했다.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한 한국쿄와기린은 73명에서 16명으로 직원 수가 78.1% 낮아졌다.

직원 감소 폭이 큰 회사들을 살펴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함께 나타났다는 공통점도 확인된다.

한국MSD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제품군의 국내 사업을 종근당에 넘긴 이후 조직을 지속적으로 재편해왔다. 최근에도 휴먼헬스 조직을 대상으로 ERP를 실시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역시 글로벌 사업 재편과 맞물려 국내 조직 조정을 반복했다. 회사는 2021년을 제외하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ERP를 진행했다.

반대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인력이 크게 늘어난 회사도 있다. 한국애브비는 2020년 앨러간 인수 이후 기존 면역·항암 분야에 에스테틱과 신경과 등 사업 영역이 추가되면서 조직 규모가 확대됐다. 한국BMS제약도 면역질환 포트폴리오가 추가되면서 직원 수가 증가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최근 5년간 직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과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제품이 급성장하면서 생산과 상업화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으며, 국내에서도 GLP-1 치료제 사업 확대와 맞물려 인력 증가세가 나타났다.

글로벌 우선순위 바뀌자 국내 사업·조직도 재편

최근 조직 변화의 핵심은 전체 인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보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어느 사업에 인력을 남기고 어디에서 줄일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BMS는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에 대응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동시에 방사성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단백질분해제 등 새로운 기술 확보에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 2024년에는 전체 인력의 약 6%에 해당하는 22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노바티스도 2022년부터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항암제와 일반의약품 조직을 통합하고 심혈관질환과 면역질환, 신경질환, 종양 등 핵심 치료영역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이다. 기존 조직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첨단 제조·연구 분야에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과 치료제 매출 감소에 대응해 글로벌 비용 재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다케다 역시 실적과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러한 글로벌 변화는 한국법인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사노피와 화이자, 노바티스, BMS, 다케다, MSD 등을 중심으로 ERP와 조직 개편이 반복된 이유다.

한국BMS제약의 경우 최근 조직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 면역특히 면역질환 사업을 담당하는 이뮤놀로지 조직에서는 헤드와 세일즈 매니저 등 관리직을 포함한 인력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배경에는 면역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의 국내 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BMS는 판상건선 치료제 '소틱투(듀크라바시티닙)'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제포시아(오자니모드)' 등을 통해 면역질환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당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틱투와 제포시아는 기존 주력 제품의 특허 만료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직 조정의 의미가 작지 않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성과와 향후 성장 가능성에 따라 신약 사업에서도 인력과 조직을 재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제품은 남기고 조직은 줄이고…외부 이관 잇따라

특정 제품의 전략적 중요성이 낮아지더라도 시장에서 철수시키기보다 판권이나 영업·마케팅, 유통 등을 외부 기업에 넘겨 사업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사노피의 항암제 '탁소텔(도세탁셀)'이 대표적이다. 탁소텔은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사용됐지만 제네릭 진입 이후 매출이 감소하면서 글로벌 본사의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됐다.

사노피는 탁소텔의 글로벌 판권을 보령에 이전했다. 이에 따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도 항암제사업부 영업직원을 ERP 대상에 포함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보령 재취업 지원과 내근직 전환 등을 추진했다.

한국쿄와기린은 아시아태평양 사업 재편 과정에서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국내 희귀질환 부문을 제외한 인력을 대상으로 ERP를 진행하면서 '네스프(다베포에틴알파)'와 '뉴라스타(페그필그라스팀)' 등 기존 전문의약품의 홍보·유통 등을 DKSH에 넘겼다.

당시 쿄와기린은 국내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업 부진으로 국내 시장을 포기했다기보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존 사업보다 항체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새로운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노바티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흡기 사업을 정리하고 안과사업부를 외부에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발사르탄)'과 '엑스포지(발사르탄·암로디핀)'의 국내 사업을 DKSH코리아에 이관하는 과정에서 관련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칸데사르탄)'과 '아타칸플러스' 역시 외부 파트너가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이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처방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제품 판매는 유지하면서도 이를 담당하는 자체 영업·마케팅 조직까지 반드시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품을 보유하면 해당 제품을 담당할 내부 조직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제품과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 특허가 만료된 품목의 상업화는 외부 파트너에게 맡기는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핵심 신약은 내부에…필요한 기능은 외부와 분담

외부 이관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포트폴리오 변화도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최근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면역질환 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연구개발과 상업화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특허가 만료됐거나 성장성이 제한적인 기존 브랜드는 별도의 조직을 유지하기보다 이미 영업·유통 인프라를 갖춘 외부 기업을 활용할 수 있다. 내부 인력은 새로운 신약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기존 브랜드는 외부 파트너를 통해 운영하는 구조다.

조직 내부에서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환자군과 처방 의료진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데다 임상시험 결과와 바이오마커, 진료지침 등이 치료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과거 대규모 영업조직 중심의 상업화뿐 아니라 의료진과 임상 근거를 교류하는 MSL 등 메디컬 기능과 급여·약가를 담당하는 Market Access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이는 영업조직이 사라지거나 MSL이 영업을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제약사가 내부에 직접 보유해야 하는 기능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동시에 신약 시장 진입 과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허가 이후 급여와 약가 전략을 마련하고 경제성평가 자료를 준비해야 하며 정책 변화와 법률 문제, 의료진과 환자 대상 커뮤니케이션에도 대응해야 한다.

필요한 업무는 늘어나지만 각각의 기능을 수행할 인력을 모두 내부 조직으로 유지할 필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핵심 의사결정과 전략은 제약사가 담당하면서 경제성평가와 정책 대응, 대외 커뮤니케이션, 법률 자문 등에서는 컨설팅사와 PR에이전시, 로펌 등 외부 파트너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결국 최근 다국적제약사의 조직 재편은 단순히 인력을 얼마나 줄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무엇을 내부에 남기고 어떤 기능을 외부와 나눌 것인지 다시 정하는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허가 만려된 품목의 상업화부터 신약 시장 진입을 위한 각종 지원 업무까지 외부 파트너가 관여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제약사를 둘러싼 산업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조직 재편과 맞물려 PR, 컨설팅, 로펌 등 제약 서비스 산업의 역할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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