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00일 등재에 몰린 희귀약…급여 지연의 역설
- 손형민 기자
- 2026-09-09 0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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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100일 이내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예상보다 많은 제약사들이 몰렸다.
최근 마감된 시범사업에는 국내외 제약사의 희귀질환 치료제 14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시범사업 대상은 5개 품목이다. 대상 품목 수의 약 3배에 달하는 신청이 몰리면서 제도 시행 전부터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이번 사업은 등재 전 비용효과성 평가를 사후평가로 전환하고, A8 조정 최저가의 90% 수준을 기준으로 약가·총액 관련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식이다. 허가 전부터 급여 절차를 병행해 허가 이후 최종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을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최대 240일이 소요되던 등재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14개 품목이 신청했다는 사실보다 제약사들이 이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이다.
신청 조건이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선등재 이후 실사용근거(RWE)를 토대로 5년 시점에 치료 성과를 재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약가를 낮추거나 전액본인부담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급여 등재 체계에는 없었던 '환자 치료 지속성 보장계획'도 필수 제출 서류로 새롭게 포함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빠른 시장 진입과 맞바꿔 적지 않은 불확실성을 떠안는 구조다.
그럼에도 14개 품목이 신청했다. 빠른 급여 진입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동시에 기존 급여등재 과정에서 제약사와 환자가 감내해 온 '기다림'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신약의 급여등재 기간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허가와 급여 적정성 평가, 약가협상을 병행하는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를 통해 최장 300일 이상 걸리던 등재기간을 150일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한 속도는 달랐다. 2023년 시작한 1차 시범사업은 마무리까지 약 2년이 걸렸고 일부 약제는 급여 진입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됐다. 2024년 12월 선정된 2차 시범사업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약가협상에 진입한 핀테플라도 시범사업 지정 후 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 역시 허평협 2차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지만 급여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지난 3월 환자단체가 제도의 실효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도 했다. '신속'이라는 제도의 취지와 실제 환자가 약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점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번 100일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기존 허평협 연계제도와 구조가 같지는 않다. 허평협이 기존 허가와 평가, 협상 절차를 병렬화해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비용효과성 평가를 사후로 넘기는 등 등재 전 절차 자체를 보다 과감하게 줄였다.
그만큼 정부가 급여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한 단계 더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앞선 신속등재 제도에서 목표한 기간과 실제 소요기간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결국 성패는 제도 설계보다 실제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성패를 14개 품목이라는 신청 숫자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중요한 것은 선정된 치료제가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기간 안에 급여권에 진입하느냐다.
희귀질환 환자에게 급여등재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순한 행정처리 기간이 아니다. 치료제가 허가됐더라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실제 치료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정부가 신속등재를 추진하는 이유 역시 허가와 실제 치료 접근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있다.
100일 신속등재에 예상보다 많은 치료제가 몰린 것은 제도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여준다. 동시에 기존 급여체계가 제때 해소하지 못했던 '시간의 문제'를 역으로 드러낸 숫자이기도 하다.
14개 품목의 신청은 흥행의 지표일 수 있지만 제도의 성과는 아니다. 이번에는 '신속등재'라는 이름보다 실제 환자가 치료제에 접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제도의 성패를 말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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