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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운전을?" 약사가 설명하는 약물운전 위험성

  • 강혜경 기자
  • 2026-09-21 06:00:42
  • 요약
  • 이혜정 약사(바른온누리약국)
  • 항히스타민제 성분별 중추신경계 영향 차이 "졸리지 않아도 운전능력 저하 우려"
  • 펙소페나딘의 낮은 뇌 H1 수용체 점유율 주목, 집중력 필요 시 긍정적인 고려 요소
  • 프랑스·미국 등 해외 약물운전 위험도 관리 사례 조명, 약사 복약지도 역할 중요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운전자 판단력 및 반응 속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약물운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높아졌으나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 일반적인 의약품 복용이 운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간과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히스타민제는 성분에 따라 졸음을 유발하고 중추신경계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 기계 조작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직업군 등이라면 항히스타민 약물 선택 및 복용 단계부터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바른온누리약국 이혜정 약사를 만나 약물운전 관련 현장의 인식 및 항히스타민제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점, 약사의 복약지도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약물운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약국 현장에서 볼 때 일반인의 경각심은 어느 정도인가?

A.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음주 후 운전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을운전하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약을 먹어도 별로 졸리지 않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그러나 약물 영향을 두고 졸음을 느끼느냐 여부의 문제만 따지지 말아야 한다. 즉, 일부 약물은 주의력이나 판단력, 반응속도, 정신운동 수행능력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있더라도 환자 스스로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졸리지 않다고 느낀다 하여 실제 운전 수행능력까지 평소와 같다고 단정하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약물운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따지는 것보다 약을 선택하고 복용하는 단계부터 예방해야 하는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Q. 항히스타민제 복용 후 나타나는 졸음, 집중력 저하 등은 실제 운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가?

A. 항히스타민제를 모두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성분에 따라 혈액, 뇌장벽을 통과하는 정도와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1세대 항히스타민제와 일부 항히스타민제는 뇌의 H1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졸음뿐 아니라 주의력 및 반응속도, 인지기능 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더불어 운전 시 작은 반응 차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속 100km로 주행하는 차량은 1초에 약 28m를 이동하는 셈이다. 위험 상황을 인지한 뒤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사고 위험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과거 운전 수행능력을 평가한 연구에 따르면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 복용 이후 운전 능력이 유의하게 저하되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본인이 느끼는 졸림 정도와 실제 수행능력 저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핵심 포인트다. 결국 약을 먹었는데 졸리지 않으니 운전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어떤 성분을 복용했는지, 해당 약물이 중추신경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

Q.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면 약사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떨까?

A. 동의한다. 운전을 거의 하지 않는 환자와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환자, 하루 종일 기계를 조작해야 하는 환자를 동일 기준으로 매겨 상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약물 복용 후 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단순하게 안내하는 것보다 약 복용 이후의 생활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약사가 지닌 책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약을 선택하기 전 오늘 운전을 하는지, 업무 중 기계를 조작하는지, 야간근무를 하는지, 시험이나 업무 때문에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같은 알레르기 증상을 가진 환자라도 생활환경에 따라 적절한 약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올바르게 가이드하는 것이 약사의 임무라고 본다.

Q. 운전이나 집중력이 중요한 환자라면 항히스타민제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

A. 가장 먼저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같은 계열의 약물이라도 뇌 H1 수용체 점유율에 차이가 있다. PET를 이용해 항히스타민제의 뇌 H1 수용체 점유율을 평가한 연구 결과 세티리진이 약 26%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반면 펙소페나딘은 평균 -0.1%로 사실상 0%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다. 이는 성분별로 혈액, 뇌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운전을 해야 하거나 업무 중 지속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환자라면 이러한 차이가 약물 선택 시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펙소페나딘은 뇌 H1 수용체 점유율이 매우 낮은 성분으로 보고돼 있다. 또 권장 용량에서 실제 도로주행 수행능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해군 항공인력 대상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00~15,000피트 고도에 해당하는 저산소 환경을 모사한 조건에서 펙소페나딘 투여군의 인지 수행능력이 위약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항공우주의학과 알레르기 분야의 국제 전문가 패널에서도 펙소페나딘 관련하여 긍정적인 의견이 모아진 바 있다. 조종사 등 업무 수행 중 각성도와 집중력 유지가 중요한 직업군에서 펙소페나딘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일치된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근거가 모든 환자에게 특정 성분을 일률적으로 권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약물 선택 시 증상의 정도와 연령, 병용 약물, 운전이나 업무 등 개인별 생활패턴까지 모두 고려해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환자와 동료 약사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환자분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졸리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졸음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약물이 운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특히 일부 항히스타민제는 복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야간에 약을 복용하고 다음 날 아침 충분히 잠에서 깼다고 느끼더라도 실제 인지기능이나 반응속도 등이 완전히 회복됐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항히스타민제 선택 시 알레르기 증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는지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약물이 환자의 일상생활과 운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운전이나 기계 조작처럼 순간적인 판단력 및 반응속도가 중요한 활동을 하는 환자라면 이러한 부분을 더욱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 보건 선진국들은 환자가 약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약물운전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을 위험도에 따라 Level 1~3으로 구분하고 있다. 나아가 노랑·주황·빨강색 픽토그램을 통해 주의 수준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견인한다.

이러한 분류에서 세티리진이나 로라타딘은 Level 1, 즉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한 단계로 분류되는 반면 펙소페나딘은 별도의 경고가 필요하지 않은 ‘Level 0’ 등급을 부여받았다. 미국에서도 펙소페나딘 성분의 특성을 고려해 제품 패키지 전면에 ‘NON-DROWSY(졸음 없음)’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역시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분류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알레르기 치료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중 펙소페나딘의 경우 가장 낮은 수준인 ‘0~1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런 기준은 같은 항히스타민제라도 성분에 따라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 또는 운전 시 주의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제도를 살펴보면 약물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선 약사들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약물운전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처벌 수위가 최고 징역 5년까지 강화됐다. 보건의료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법과 제도를 통해 약물운전으로부터 환자를 보다 적극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법에서 규정하는 약물의 범위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에 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일상에서 흔히 복용하는 의약품으로 인한 운전능력 저하까지 제도가 충분히 포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약국 현장에서의 복약지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약사님들도 복약지도 과정에서 "오늘이나 내일 직접 운전하십니까?"라는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를 추가했으면 한다. 이 질문만으로도 환자의 생활패턴을 확인할 수 있고 필요 시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성분을 고려하는 등 보다 환자 중심적인 약물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사는 환자가 약을 복용하기 전에 만나는 가장 가까운 의약품 전문가다. 증상에 맞는 약을 선택해 주는 것에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약을 복용한 이후에도 운전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복약지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약물운전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환자 스스로의 주의도 필요하지만 이를 사전에 설명하고 환자 생활환경에 맞는 선택을 도와주는 약사의 선제적인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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