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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제네릭약가 낮추자는 여당, 위험하다

  • 이탁순
  • 2022-10-17 22:33:47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제네릭 약가인하' 주장이다.

그는 6일 열린 복지부 국감에서 "우리나라의 제네릭의약품 약가 상한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55%인데 반해 캐나다는 22% 수준이고, 미국은 10%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약가 수준이 적절한지 장관에게 묻고 싶다"고 제네릭 약가인하론을 꺼냈다.

여기에 더해 최 의원은 높은 제네릭약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투자 의지도 저하시킨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된 여당 의원 주장에 이번 정부 세번째 시도 끝에 임명된 복지부 장관도 장단을 맞췄다.

조규홍 장관은 "제네릭의약품의 약가 제도를 개선했지만, 외국에 비해 높다"며 "약가를 낮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최 의원 의견에 동감했다.

최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도 슈퍼 항생제 등 신약이 들어오는 데 건보재정이 장애가 돼선 안 된다면서 해결책으로 제네릭 약가 인하를 거듭 주장했다.

정권교체 이후 첫 국정감사에서 지난 대선에 도전했던 여당 의원과 신임 복지부 장관의 제네릭 약가인하 언급은 국내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절대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10년전 약가 일괄인하가 떠오른 건 어쩔 수 없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명박정부도 이번 정부처럼 기업 경쟁력을 중시한 보수 정부였다. 당시 약가인하로 국내 제약기업들은 마이너스 이익률에 직면했고, 강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오리지널약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피해는 국내 제약사보다는 적었다.

제네릭 약가인하로 특허만료 전 독점 시장을 구축한 오리지널 약제의 위상은 더욱 강해졌고, 함께 약가가 떨어진 특허만료 오리지널은 제네릭과 가격이 동일해지면서 실적은 뒷걸음쳤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제네릭약제만 경쟁력이 뒤처졌다. 이는 제네릭을 주요 캐쉬카우로 삼고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국내 제약기업에 치명타로 다가왔다.

무작정 약가를 낮춘다고 제네릭 경쟁력이 생길리 만무하다. 2012년 약가 일괄인하처럼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똑같은 가격으로 인하된다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제네릭을 선택할 이유는 더욱 없어진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성분명 처방'처럼 저가 제네릭 처방을 유인할 제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국내 제네릭사의 경쟁력이라면 발로 뛰는 영업력과 감성 마케팅 뿐일 것이다.

약가 일괄인하 이후 경쟁력을 잃은 중소제약사들이 CSO에 제품 영업을 맡기면서 리베이트가 음지로 숨어들어 문제가 된 것도 애초 제네릭 경쟁력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제네릭을 약가인하한다?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는 400여곳의 제약기업과 관계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만 어렵게 할 것이다.

삼성이나 LG처럼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제약기업이나 의약품 브랜드가 없다고 우리 제약산업이 아무것도 아닌 걸로 비춰지는 걸까?

국내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이 해외 빅파마 수입약에 맞서 내수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10년만에 다시 꺼내진 제네릭 약가인하. 무턱대고 지르기엔 현재 상황도, 명분도, 실익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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