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약사] 약국에서 '명현반응'이란 말은 없애자
- 데일리팜
- 2022-09-04 2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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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성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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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이상 반응은 악화됐다. 안타깝게도 급성 괴사성 근막염에 이어 패혈증이 발생했고, 응급실에 갔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무리한 이윤 추구가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지경까지 간 것이다. 해당 업체는 사망한 소비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명현반응은 약사들에게도 꽤 친숙한 말로, ‘장기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을 지칭한다. 의약품 복용 중 부작용(side-effect)이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쉽게 설명하고 환자의 눈높이에서 안심되도록 설명하기 위해 몇몇 약사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례에서 보듯 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단어로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명현반응이라는 말이 근거가 빈약한 용어라는 점이다. 한의학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된 단어로 오해받고 있지만, 사실 그 유래가 의학 서적이 아니라 정치철학서인 사서삼경으로 확인된다. 해당 고서에는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고통이 있어야 약이 잘 든는다’는 말이 쓰였는데, 실제 말뜻은 ‘신하가 임금에게 따끔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치적 수사였다. ‘명현’은 중국의 의학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하더라도 잘 나오지 않는 단어다. 일본 한의학 문헌에서도 드물게 등장하긴 하나, 그 뜻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된 것은 찾기 어렵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계와 한의학계 모두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도 없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된다.
식약처 역시 이런 용어가 의학계는 물론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도 남발 및 악용되어 강하게 경고했던 바 있다. 식약처는 명현반응을 주장하는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일시적으로 몸이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현상'이라는 거짓 설명으로 환불‧교환을 거부한 뒤 같은 제품을 계속 섭취하도록 유도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혹자는 이런 무리스러운 거짓말을 온라인, TV 광고, 다단계 업체들만 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약사들 역시 환자를 대상으로 처벌 또는 시정조치를 지시받은 사례들도 확인된다. 2019년 대구의 한 약국에서는 100만 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과 가공식품을 아토피 피부염에 특효라고 판매했다. 피해자는 아토피가 낫기는커녕 부종과 피부 변색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사는 오히려 증량해서 드시라고 안내했다가 법정 소송까지 이어져 벌금형을 받았다.
어디 약국뿐인가. 약사들이 차린 건강기능식품 기업에서도 이런 위험한 용어사용이 발견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약국에 건강기능식품을 유통하는 기업 최소 5곳이 자신들의 홍보 또는 안내자료에 ‘이런 부분은 명현반응이니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계속 드시라고 말씀하세요’라는 뉘앙스의 홍보내용을 담고 있다. 약사들은 같은 약사 직종 내부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면 일파만파 퍼져 여러 약사들이 잘못된 약국 상담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 위험이 더 크다.
필자가 확인한 홍보자료들은 약사가 직접 경영하거나, 약사들이 개입하여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이다. 어떤 기업의 경우 약사들을 모아놓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공연하게 명현반응이니 믿고 섭취시키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체는 아예 약사들을 모아서 하는 온오프라인 강의에서 명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해당 기업들이 준비한 자료가 학술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는 경우에 따라 따져볼 일이지만, 사람의 생명과 약사들의 명예를 담보로 하는 일이니만큼 반드시 다시 살펴봐야 할 일이다.
사람들은 가운 입은 사람들이 힘을 주어 말하면 철석같이 믿어버린다. 약사가 한 말이 만약 환자에게 독이 되는 말이라면, 약사에게는 그런 말을 삼갈 의무가 있다. 하물며 평범한 판매자도 지키는 법규인데, ‘부작용 관리’가 핵심 직무 중 하나인 약사들이 부작용마저 미화시켜 건강기능식품을 무결점의 상품으로 판매한다면 약사의 품위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필자는 이 글을 읽는 약사님들이 이제 이 ‘명현반응’이라는 단어를 대체하셨으면 한다. 약을 설명할 때에도, 영양 상담을 할 때에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용어다. 대신, “흔하게 발생하는 이상반응이에요”, “사람에 따라 이럴 수 있어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는게 어떨까요?”, “이런 경우라면 중단하시는게 좋겠어요” 등으로 케이스 별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떨까.
서울대 약학대학 졸업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NPK솔루션즈 대표
김주성 약사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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