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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 시선] '화상투약기는 약사만'...숨겨진 의미

  • 강신국
  • 2022-07-03 22:19:58

[데일리팜=강신국 기자] 1993년 3월 5일 '약국에는 재래식 한약장 이외의 약장을 두어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는 약사법 제11조 1항 7호를 삭제한 개정 약사법 시행규칙이 제정된다. 이에 따라 약국에서 한약조제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지고 한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한다. 바로 한약 분쟁이 짧은 법 조항 하나로 시작된 셈이다.

전국 한의대생 유급 시위와 한의원 진료 거부, 약국 폐문 투쟁 등으로 한약 분쟁이 심화되자 시민단체, 즉 경실련의 중재로 한방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 제도를 신설하는 것까지 이어진다. 약사법 시행규칙 조문 한 개로 한약사라는 직능이 생겨난 것인데 보건의료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나비효과로 기억된다.

시계를 다시 현재로 되돌려 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공개한 쓰리알코리아가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 실증특례 공고자료를 보면 엄청난 함의를 가진 하나의 문장이 있다.

부가 조건에 보면 일반약 판매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는 자격에 '약국개설자(약사)'라고 표기된 것이다.

약사법상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한약국이라는 정의는 약사법에 없다. 이 조항을 근거로 한약사들은 약국을 개설해, 일반약을 판매해왔고,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사법당국도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에 묵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복지부와 과기부가 조율해 만든 화상투약기 부가 조건에 약국개설자를 약사라고만 못 박으면서, 한약사 개설 약국의 화상투약기 설치를 원천 봉쇄해 버렸다. 대한한약사회가 과기부 실증특례 부가 조건이 확정되자마자, "심각한 불공정 조치"라며 "공익감사 청구 등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는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함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의 부대조건이기는 하지만, 향후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문구'가 될 수 있다. 약사법 시행규칙의 한 개의 조항으로 한약 분쟁과 한약사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복지부의 기조는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는 적절하지 않다는 기조였지만, 단속도 처벌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화상 투약기 만큼은 그 설치 대상을 약사가 개설한 약국으로만 한정했다. 엄청난 진전이다.

약사회도 화상투약기 설치를 약사가 개설한 약국에만 국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화상투약기 시범사업 논란이 이제는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문제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약은 아무리 봐도 약사만이 취급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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