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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챌린지도 챌린지 나름이다

  • 김정주
  • 2021-06-17 06:12:43

[데일리팜=김정주 기자] 불과 5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 정권에서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 운운하며 '규제철폐'를 입에 달고 살았을 시절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희대의 발언을 남기며 정부부처를 독촉했고 정부 또한 이에 화답하듯 스스로 나서서 공공연히 규체철폐를 떠들어대던 때였다. 부동산도 보건의료·서비스산업도 일자리도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대로 규제를 때려잡겠다며 연일 철폐를 외쳤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불과 5년 전후의 일이다.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규칙이나 규정을 정해 상·하한을 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은 최소한의 장치다. 요즘 흔히 말하는 '선 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 가운데 원격의료·조제는 서비스산업발전방안과 더불어 공공보건의료에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각계 예측 때문에 얇디얇은 유리처럼 세심하고 진중하게 다뤄온 이 업계의 이슈다.

민간의료 영역에서 공공의료 성질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이는 상당히 일리있는 예측이다. 산간오벽지 또는 감염병 창궐로 국가 중대위기를 겪는 별개의 상황은 논외로 하고 루틴한 상황에서 굳이 대면진료를 하고 처방조제약을 직접 수령하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다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필요한 불편'인 것이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가 경제·산업인들과 만나 '규제챌린지'를 하겠다 공언했다. '규제챌린지'의 골자는 해외 주요국보다 더 낮거나 동등한 수준의 규제 달성을 목표로, 민간이 제안한 해외 주요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민간·정부가 함께 3단계로 검토해 최대한 개선하다는 것이다. 포장만 '챌린지'이지 실상은 5년 전, 전 정권에서 떠들어대던 산업·영리 위주의 규제철폐와 다를 게 없는 성질의 발언이다.

보건의료법과 의료법, 약사법은 산업발전을 목적에 둔 법이 아니다. 애초에 법 취지가 국민 보건복지를 위한 성격이 강한 법으로, 의료인과 (한)약사 등 보건의료인들, 요양기관들, 의약품 제조·유통업계가 갖춰야 할 소양과 '선을 넘지 말아야 할' 기준을 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산업계 숙원사업이 담긴 내용을 담아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뜯어고치려는 건 참으로 뜬금없다. 보건의료를 공공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 산업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 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마저 '끌어올리듯' 재현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미숙한 '고충처리'가 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단체, 시민사회단체의 즉각적인 반발은 그간 이 이슈를 다뤄온 업계 스토리를 보건데 당연한 수순이다. 이번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의 행보는 명백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큰 사안인데 반해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사전논의, 사후통보 등 아무런 절차없이 이른바 '패싱'한 부분에 대한 실책, 보건의료 영역을 가볍게, 혹은 경제적 관점으로 본 철학의 부재, 행정절차와 사회적 합의 등 상식적으로도 밀어붙이기 밖에 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간과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사전논의한 바 없다며 주무부처가 '손절'하는 형국이 대략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각계 비판에 직면한 국무조정실은 규제개혁 필요성이 있는 지 그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해명아닌 해명을 했다. 그러나 국조실은 이달 주무부처 논의를 거쳐 내달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세부 일정까지 내놓고 있어 물리적, 내용적, 정책철학적으로 모두 '토크니즘(tokenism)'적 발상이라는 의심은 거둘 수 없다.

챌린지도 챌린지 나름이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정책으로 최대 다수의 공익에 문제를 야기하는 규제는 반드시 솎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또 그만큼 시일도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법과 제도란 게 원래 그렇다. 보건복지에 대한 국민적 니즈 상승과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더 대두되는 보건의료 공공성을 감안할 때, 각계 우려가 변함없이 이어지는 사안에 대해선 더 예민한 촉과 정책적 감각, 무엇보다 철학이 필요하다. 규제철폐나 챌린지를 하는 것보다 이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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