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약품 실거래가 조사의 불편한 진실
- 데일리팜
- 2019-12-09 17: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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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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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발사르탄, 라니티딘 등 회수와 보상문제로 제약과 유통업계, 의료기관이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연말을 전후해서 상한가 조정과 보상, 반품까지 마쳐야 하니 업무량 폭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거래가제도는 시장경쟁으로 거래된 실제 약가를 상한가에 반영하고 사후관리로 약가 적정성을 확보하여 건보재정의 효율성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연 그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은 없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제약사 전체 물량의 90% 가량이 도매를 통해 의료기관에 공급되고 직접 공급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실거래가 가중평균가의 주요 변동 요인은 전체 의약품의 20%정도를 차지하는 원내 사용약제에 있다. 원내 사용 약제에 한해 지정된 병원코드로 원외처방을 제한하다 보니 80%의 원외 처방을 지키기 위해 제약사와 유통회사 모두 선정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여기에 더해 의료기관의 저가구매 인센티브 유혹은 공급자의 과잉경쟁과 맞물려 1원짜리 초저가낙찰을 부추겼고 유통을 혼돈의 도가니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 원가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기관의 원외처방약 복수 코드화 유도 및 권고 역시 다자간에 시도되었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 의지와 상관없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매유통회사와 의료기관의 상한가 미만 거래를 제약사가 약가인하로 책임지는 모순이 태동한다.
약가인하는 항구적이고 비가역적이다. 그만큼 제약사엔 미래수익과 직결되는 예민한 사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원외처방이 거의 없는 주사제 등은 약가인하 폭이 커서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비록 주사제 30% 감면 규정을 두고 있지만 특정 의약품의 지속적인 약가인하는 장기적으로 공급의 불안 요소가 된다. 유사한 처방 형태를 지닌 정신과 등 원내 조제 허용 약제들도 잠재적으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약사법은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가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약사법 제47조 제1항,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 현실은 조금 다르다. 유통질서 문란 행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가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유통회사의 공급내역을 정부는 영업비밀보호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 결국 제약사가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고 정작 약사법을 위반한 도매상은 처벌을 받지 않는 시장질서의 왜곡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제약사가 유통회사의 의료기관 공급가를 통제하면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 유지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현행 유통 체계에서 이를 선별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장치는 없어 보이니 제도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건보재정 효율성 추구에도 맹점이 있다. 2018년 3619품목 1.3%인하로 808억 절감했고 2020년에는 4000여개 품목에 평균 1% 이상에 절감액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재정 절감액은 단순하게 당해년도 약가인하만 반영된 수치다. 항구적인 인하로 매년 누적되는 재정 절감에 대한 추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시장경쟁을 통해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저가 공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건보재정 절감 효과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재정절감 기여 측면에서 약가인하를 연동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제약사는 저가공급을 하고 싶어도 2년마다 오는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해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부터 실거래가 조사대상에서 국공립병원을 제외했는데 약가인하를 연동하지 않고 있다. 시장경쟁으로 저가 공급을 유도하면 결과적으로 의료기관의 청구액이 보험상한가 대비 현저하게 낮아지므로 결국 건보재정 절감에 도움이 된다.
입증이 필요하면 국공립병원과 그 외 의료기관의 공급가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추측하건대 약가연동을 안하는 편이 건보재정 절감에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해마다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을 의료기관에 제공한다. 2018년에만 저가구매장려금으로 336억을 지불했다. 자율경쟁이 활발해지면 이런 인센티브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거래가 인하는 이러한 모든 의약품 유통경로에 영향을 미치며 직간접적인 부담은 각 유통 채널의 인건비 및 관리비용으로 전가된다. 대규모 약가인하는, 순차적으로 재고관리 및 반품, 약가차액 보상 등 추가 업무가 각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데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회 전반적인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6년에 협회차원에서 각 단계별 인력 투입량을 추정해본 적이 있다. 단계별로 환산된 비용을 합산해 보니 실거래가 인하로 인해 연간 517억원 가량의 비용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해당 의약품의 차액보상 손실이나 반품 경비, 폐기 비용 등 직접손실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각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손해 비용을 합산하면 훨씬 더 큰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는 허점이 많은 부실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실사구시의 일환으로 약가인하를 일몰제로 유예해 보자. 그런 다음 재정절감 효과를 상호 비교해 보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거래가조사의 법적인 쟁점과 인하요인을 두고 벌어지는 이해당사자간 갈등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약가인하가 시행되고 나면 한동안 잊혀지다가 어김없이 2년 후엔 다시 쟁점이 될 것이 뻔하다. 여유가 있을 때 지혜를 모아았으면 좋겠다. 환경이 바뀌면 제도도 변한다. 8년 전에 도입된 약가산정 기준이 변하고 있다. 다음 차례는 20년 된 실거래가 제도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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