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8 21:22:51 기준
  • #회장
  • #의약품
  • #약국
  • #평가
  • #제약
  • 약국
  • 의약품
  • #염
  • #글로벌
  • #제품
팜스터디

[칼럼] 정부의 약제비 적정관리 패러독스

  • 데일리팜
  • 2019-08-20 13:38:05
  •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신약개발 실패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만분지 일의 성공확률이라 해명해도 국민적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감도 이에 못지 않다. 제약은 과학의 한계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혹독해서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되고 민심도 금새 차가워진다.

의도와 무관하게 고혈압약 원료가 생동규제의 계기가 되고 일괄인하 때 사라진 계단식 약가제도를 되살리고 있다. 내친 김에 가산제 폐지 등과 같은 밀린 청구서도 슬며시 섞여 눈앞에 놓여있다. 이 와중에 공단으로부터 재정손실에 대한 청구서를 받아 든 제약사들도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앞날에 대한 업계의 고민만 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제도개편은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재평가를 포함한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에도 담겨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 복지부가 2019 OECD보건통계(Health Statistics)를 인용한 보도자료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2017년 우리나라의 의약품 판매액과 소비량(구매력환산지수)이 634달러로 OECD평균인 472달러보다 34% 높다는 것이다. 팩트 체크를 해보니 해당 사이트에는 다른 자료도 있었다. 복지부가 인용한 OECD 의약품 소비량 통계에는 미국(1220달러), 프랑스(653달러) 등이 누락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은 원내처방이 제외되었고 영국과 이탈리아는 일반의약품이 제외된 수치다.

그리고 일본은 국내 생산약제만 들어 있는 등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점이 있다. 정부가 인용한 통계에서 멕시코는 90달러인데 반해 두 번째 자료에는 251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 통계에서는 2017년 국민 1인당 소비량(구매력환산지수)의 경우 오히려 한국(599달러)이 OECD평균인 601달러와 비슷하고 영국과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대다수 선진국의 수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두 자료를 비교할 때 20% 이상 큰 차이를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두 사이트 링크로 확인이 가능하다.

https://stats.oecd.org/Index.aspx?ThemeTreeId=9# https://data.oecd.org/healthres/pharmaceutical-spending.htm#indicator-chart

가끔은 통계가 가져오는 후속 조치에 대해 트라우마를 겪다 보니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이처럼 내용이 상이한 통계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에는 자료의 선택권을 넘어 인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비슷한 예로, 지금도 전체 의료비 중에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질 때 약품비와 약제비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약제비는 약품비에 관리료, 조제료 등 행위료가 포함된 영역이다. OECD는 약제비 통계(한국 21%, 회원국 평균 17%)만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순 약품비(25%)와 혼동하기 쉽다. 비교대상에 따라 차이가 더 벌어져 편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얼마 전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도 한 의원이 국내 약품비를 OECD 주요국가의 약제비와 비교하여 지적한 적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국가비전을 선포했다. 전 부처가 합심해서 제약산업을 지원한다는데 이런 날을 언제 상상이나 했겠는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구 구백만의 스위스나 천백만 정도의 벨기에도 수십조에 이르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여럿 키워왔다. 내수시장이 작아도 제약강국이 될 수 있으니 전세계 시장에서 2% 남짓 차지하는 우리나라도 무한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을 가지면 확실히 제약산업은 나라 밖이 금밭이요 꽃길인 것이다.

정부의 방향성은 산업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규제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제도개편을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가격에 대한 직권조정은 다르다. 개편된 제도는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앞으로 출시하는 신규 제품부터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직권인하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정부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결정된 가격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여 후향적으로 인하시키는 조치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다.

정부가 산업육성의 신뢰를 보여줄 좋은 기회다. 그 동안 관행적으로 답습해온 재평가와 직권조정 등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에 대해 한번쯤 변하는 모습을 이번 정부가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다양한 'NO NO 캠페인'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제약업계가 외치는 'NO 인하' 외침도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