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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기고] "4차 산업혁명, 약사회장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데일리팜
  • 2018-11-21 06:00:56
  • 유창식 약사(새물결약사회장)

약사회 선거가 한창이다. 대약회장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급격한 사회 변화를 멀리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기보다는 당장의 현안이나 회원의 관심이 쏠린 사안을 주로 다루고 있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에 필자가 생각하기에 약사회가 전략적으로 미리 대비해 나가야 할 사안은 무엇이며 그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서너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너무 흔하게 듣다 보니 식상해진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약사의 미래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현학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이란 말 대신 필자는 이 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2015년 1월 20일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밀의료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한 속성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 100만명 이상 인구집단의 질환, 유전체,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하여 얻은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개인별 맞춤치료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환자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그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개인 유전체 정보에 따라 맞춤치료를 제공한다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요소가 다 들어있다.

이것이 미래 의료의 방향임은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값비싼 임상시험을 굳이 하지 않아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쉽게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특정 유전체 또는 생활습관이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는 근거중심의학의 시대다. 임상시험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입증된 사실만이 주류의학의 치료법으로 인정받는다. 주요 질환의 치료 가이드라인은 이미 모두 정립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사들이 진료할 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주류의학의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이에 비해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고 주류의학을 보완하는 역할에 있는 한의학 등의 지위는 약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약사의 관계 변화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가 의약품과 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면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모바일기기에 간단히 부착하여 심전도를 스스로 측정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제품마저 개발된 상황이다. 자가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된 소비자는 자신의 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싶어할 것이다. 이는 약사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나 현재 약국이 운영되는 형태가 필연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플랫폼 대기업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환자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각종 서비스를 직접 환자에게 제공하게 되면 이들 대기업은 의사나 약사 못지 않은 또는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환자에게 미칠 수 있으며 약사가 환자에게 지니는 영향력은 지금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에 약사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기업이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약사들도 환자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약사회 미래 전략의 큰 그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약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제공하는 약사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강화하는 동시에 그 가치를 알려가야 한다. 이는 약사사회가 디지털 헬스케어 외에도 편의점약 판매와 의약품 택배 등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환자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약사에 의한 조제 및 판매 같은 약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행태를 척결해야 한다. 일부 약국의 불법을 감싸주는 것은 약사 직능 전체를 위해 전혀 득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이를 근절하지 않고는 신뢰 회복을 위한 다른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뿐이다.

그리고 처방전 수용을 위해 병의원 중심으로 편중된 현재 약국가의 실태를 지역사회 community 기반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 뿌리박고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국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껏 이것이 제대로 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의원 중심의 약국 운영 실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분명 처방 뿐 아니라 지불제도 개혁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의사가 약사를 경쟁자로 인식하게 만들어 의약 협력을 저해하고 무엇보다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단점이 있다. 주치의제 (인두제)는 지역주민과 약사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에 적합한 지불제도라는 점에서 약사사회의 긍정적인 재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약사의 역할과 권한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 조제와 복약지도라는 수동적인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약사 직능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처방 검토와 중재를 통해 환자를 보호하는 좀 더 적극적인 역할로 옮겨가야 한다. 무엇보다 “돌봄” 형태의 대면 서비스를 개발하고 수가 지급을 통해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여 행하는 진심 어린 “돌봄”은 디지털 기기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약은 방문약료나 세이프약국 같은 새로운 형태의 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데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약사의 가치를 알리고 지역주민과 신뢰를 쌓아 다가오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약국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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