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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톡스 변신은 무죄…기원과 치료제의 역사

  • 데일리팜
  • 2018-08-17 12:23:10
  • 김대철 식약처 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의례 생각한다. "보톡스 맞았나? 얼굴에 주름 하나 없네?!" 라고. 미용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보톡스'는 미국 제약사 '엘러간(Allergan)'이 '보툴리눔독소'로 만든 제품명이다.

국내·외 여러 회사가 제조한 보툴리눔독소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보톡스로 통칭된다. 콜라를 '코카콜라'로 문구용 테이프를 '스카치 테이프'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보툴리눔독소지만 그 기원과 다양한 쓰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보톡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균이 만들어 낸 독 성분을 정제한 것이다. 복어독보다 독성이 강해서 100g 정도로 전 세계 인구를 죽게 할 수 있다. 보툴리눔 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200여년전 독일 내과의사 케르너(1786~1862)였다. 그는 식중독 증상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보관이 잘 되지 않은 소시지나 통조림을 먹고 사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보툴리눔균과 그 독소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소시지독이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보툴리눔독소증, Sausage Poisoning).

1895년 벨기에 미생물학자 에르멘젬 교수는 소금에 절인 생(生) 돼지고기와 이를 먹고 죽은 환자의 조직에서 균을 분리해 '바실리우스 보툴리누스'(Bacillus botulinus, 나중에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으로 명명됨)라 칭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히 보고된 보툴리눔 중독도 진공포장 된 소시지를 날 것으로 먹은 뒤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맹독성이 있는 보툴리눔독소가 생화학무기로 쓰일뻔 했다. 독소 치사율이 일정하지 않고 쉽게 활성을 잃어버리는 성질 때문에 결국 실전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보툴리눔독소 정제·추출법이 발견되는 등 독소 생산 기본 토대가 이뤄졌다. 보툴리눔독소의 정확한 작용기전은 1950년대 브룩스 박사에 의해 밝혀졌다. 그는 보툴리눔 독소는 운동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이완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의학적 사용의 과학적 근거를 획득했다.

보툴리눔독소를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계기를 만든 사람은 미국 안과의사 스콧박사다. 1970년대 초 그는 수술하지 않고 사시(斜視, squint, 두 눈의 시선이 정렬되지 않고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시력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였던 샨츠 박사가 닭다리 근육을 마비시키는데 보툴리눔독소를 사용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원숭이의 바깥 눈 근육(외안근)에 보툴리눔독소를 주입해 사시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70년대 후반 제약사 오쿨리넘(1991년 엘러간社가 인수)을 창립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이 독소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안검경련(眼瞼痙攣, blepharospasm, 눈깜빡임이 조절이 안되는 증상)이나 목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돼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경(斜頸, torticollis)과 같은 근긴장 이상의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8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2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시나 안검경련 등 근긴장 이상과 관련한 질환의 치료에 보툴리눔독소(제품명: 보톡스) 사용을 승인했다. 생화학무기로 연구되던 보툴리눔 독소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보툴리눔독소의 미용 목적 사용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1987년 캐나다 안과의사 카루터스 박사는 안검경련 환자로부터 "보툴리눔독소를 맞으면 경련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주름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피부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임상시험을 통해 주름 개선을 입증하고 1991년 미국피부과학회에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미친 짓이라는 혹평까지 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부부의 노력 덕분에 2002년 미국 FDA는 보툴리눔독소를 미간 주름 개선에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또한 미국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주름살 개선을 위해 보툴리눔독소를 맞는 사람에게서 두통이 줄어든 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러간은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보톡스가 만성 편두통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2010년 FDA로부터 그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하루 4시간 이상(또는 월 15일 이상) 편두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보톡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보톡스는 편두통 외에 경부근긴장이상증 (2000년), 겨드랑이 다한증 (2004년), 과민성 방광치료제 (2013년) 등 사용을 FDA로 부터 승인 받았다.

국내에는 1998년에 보톡스가 처음 수입허가 후 유통됐고, 디스포트(Dysport, 1999년) 제오민(Xeomin, 2009년) 등이 수입허가 됐다. 2000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으로 보툴리눔 독소제제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6년도에 메디톡스에서 '메디톡신'을 허가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휴젤, 대웅제약에서 보툴리눔독소 제품이 허가됐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보툴리눔독소는 흥미롭다. 부패된 통조림 등에서 생겨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소시지 독이었다가 생화학 무기로 사시·안검경련 등 근육 이상에 사용하는 치료제로 이제는 주름살을 완화하는 미용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다한증이나 편두통 환자에게도 사용되고 있다니 보툴리눔독소의 변신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수 백년간 연구를 거듭하며 포기하지 않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보툴리눔독소 변신을 이뤄냈으며, 인류는 조금씩 질병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 보툴리눔독소 변신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될까. 보툴리눔독소의 또 다른 변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상기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정보', '보툴리눔 독소증과 실험실 진단(질병관리본부)' 및 '보톡스의 임상적 경험(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등을 참고·인용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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