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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항암제 급여논란…약평위의 수난과 새 살 돋기

  • 이혜경
  • 2017-12-28 12:28:49

현지조사 지침개정 현장 소통 강화노력도 주목

고가 항암제 급여전쟁이라는 표현이 들어 맞는 한 해였다. 올해의 시작을 3세대 면역항암제가 열었다면, 마지막은 3세대 표적항암제가 닫았다. 이들의 급여전쟁은 앞으로 있을 약제 보장성 강화의 전초전 일 뿐이다.

약제를 포함해 지난 8월 9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은 지난 40년 간 이뤄진 건강보장의 반환점과도 같았다. 현재 63.4%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 7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문재인케어의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나름대로 준비작업에 바쁜 한 해였다.

올해 2월 김승택 심평원장이 취임했고, 11월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퇴임했다. 2년 연속 전 유형 수가 타결과 현지조사 사전예고 및 결과 공개, 사무장 의심 약국에 대한 조사반 구성까지 현장과 맞닿은 곳에서의 업무 변화도 다양했다.

◆면역항암제 급여 과정 속 환자들의 입김=엠에스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오노제약-비엠에스제약의 옵디보(니볼루맙)에 이어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까지 급여권에 진입에 성공했다.

키트루다와 옵디보 급여 진입 과정과 비교하면 국내 허가 3호 면역항암제인 티쎈트릭은 비교적 손쉽게 내년 1월 1일부터 급여 개시를 앞두고 있다. 아마도 국내 첫 면역항암제로 급여 등재 과정을 거쳐야 했던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시행착오가 만들어 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면역항암제 급여 과정에서 환자들은 허가초과 이외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통과 이전부터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바로 환자들 때문이다. 키트루다 'PD-L1 발현율 50% 이상', 옵디보 'PD-L1 발현율10%'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개시되고 나면, 허가범위를 초과해서 면역항암제를 투약하던 환자들에게 제한이 생겨 버리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 급여 등재 과정에서 '약제의 허가초과사용 제도개선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복지부, 심평원, 식약처, 의약단체 및 학회, 환자단체는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항암제를 대상으로 하는 사전승인제도, 항암제 이외 일반약제를 대상으로 하는 사후승인제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IRB(병원윤리위원회)가 없는 의료기관에서도 식약처 허가범위를 초과해 약제를 비급여로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논의 중이다.

◆사상 초유의 약가협상, 타그리소 Vs 올리타=지난해 5월 23일 급여 등재를 신청하고 약 17개월이 걸렸다. 약가협상 지침에 따른 기준일(60일) 보다도 26일 늦어져서야 아스트라제네카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약가가 12만1687원(40mg), 22만7356원(80mg)으로 결정됐다.

현재 공개된 표시가에 따르면 암 환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월 34만원대다. 실재가로 하면 월 20만원 정도까지 낮아진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타그리소 약가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가(高價)' 였다. 만약 한미약품의 국산신약 올리타(올머티닙)가 없었다면 타그리소는 기존 약가협상 절차에 맞춰 A7 조정평균가 수준인 약 31만원(40mg)과 34만원(80m) 정도에서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마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월 8만원 정도로 투약이 가능한 국산신약 올리타의 등장으로 타그리소의 '고가'가 발목이 잡혔다. 복지부는 건보공단에 약가협상 명령을 내린 이후 사상 첫 2번의 협상 중단과 3번째 협상 재개라는 절차를 밟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혜의혹'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환자를 위해서 타그리소의 급여 진입과 가격 인하를 놓칠 수 없는 선택이었다.

◆10년 만에 비밀주의 털어낸 약평위=면역항암제 급여 등재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손 꼽힐 만한 사건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과 공개였다. 약평위가 약가결정 구조 이원화 10년 만에 비밀주의를 털어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약평위 회의 결과는 비공개가 원칙이었다. 약평위에서 급여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복지부 장관이 건보공단에 약가협상을 명령하게 된다. 그리고 결과는 약가협상 이후 복지부 고시가 있어야 확인됐다.

하지만 국내 허가 1, 2호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옵디오 급여 등재 과정에서 비공개 원칙이 깨졌다. 거리로 나선 환자들로 면역항암제가 이슈화 됐고, 언론이 약평위 결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심평원은 약평위 결과가 자칫 왜곡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6월부터 신약에 한해서 약평위 결과 공개를 결정했다.

약평위에 대한 변화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평원은 결과 공개 이후 약평위 위원 선정 절차 또한 강화했다. 지난해 부산발 제약 리베이트 파문에 약평위 전현직 위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 8월 구성된 약평위 6기 위원들은 인력 풀 최대 3배수 추천, 직무윤리 사전진단, 청렴서약서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실거래가 약가 인하=격년제 첫 실거래가 약가인하 대상이 선정됐다.

당초 1월 1일부터 약가인하를 적용될 예정이었던 실거래가 약가인하 대상 품목이 '공급내역'에서 '청구내역'으로 바뀌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가중평균가를 내는 데이터의 변경으로 실거래가 조정 대상 품목 수가 지난 조사(4475개)에 비해 3000여개나 늘었고, 제약업계는 청구데이터 공개를 요구했다. 결국 복지부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적용일을 1월 1일에서 2월 1일로 변경했고, 심평원은 현재 제약사로부터 2차 의견을 받는 중이다.

◆SOP 개정 이후 변화 된 현지조사

올해 1월 1일부터 새롭게 개정된 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과 건보공단의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이 시행되고 있다.

지침 개정으로 올해부터 요양기관이 현장조사 실시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매월 실시하는 정기조사에 대해선 조사기간, 대상기간 수, 조사방향 등을 공개하고 있다.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와 행정처분심의위원회가 신설된 점도 가장 크게 바뀌었다.

선정심의위원회에서 서류조작,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없다고 심의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현지조사 '최소 3일전' 사전통지를 진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서면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요양기관의 협조를 받아 방문확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요양기관의 월평균 부당건수가 5건 이상이거나 2회 이상 자료제출 거부, 방문확인 2회 거부, 현지조사 요구 등이 있을 경우 현지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건강보장 40주년=올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40주년을 맞이한 해다. 불과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적(公的) 의료보험제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자평했는데, 문재인케어 발표 이후 '건보 40주년'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12년 만인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로 정착했다. 2000년 7월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함께 출범한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은 그동안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건보 40주년을 반환점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문재인케어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방안에 힘써야 할 때다.

◆문재인케어 후속 조치=문재인케어 뼈대를 만들기 위해 심평원은 3800여개 행위·치료재료에 대한 급여화와 415항목의 약제 급여화에 중점을, 건보공단은 가계부담 경감 및 예방적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업무 추진을 진행한다.

심평원은 지난 9월 MRI·초음파 급여 확대 전담팀을 구성하고 기준비급여 중 MRI, 초음파만 별도로 로드맵을 수립해 단계적 급여화를 추진을 진행 중이다. 비급여 공개 항목 또한 현재 107항목에서 내년 4월 207항목까지 확대한다.'

급여·비급여 진료비 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을 위해서는 내년 2월까지 '비급여 진료비 발생기전별 관리체계 구축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문재인케어 약가제도의 기본 방향은 신약 환자 접근성 강화 및 약품비 사후관리를 강화다. 급여 전환 대상 약제는 올해 6월 기준 415항목(일반약제 367, 항암제 48)으로, 심평원은 그동안 검토해 온 신약 선등재-후평가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건보공단은 문재인케어를 비롯해 맞춤형 사회보장, 노후생활 보장, 의료공공성 확보 및 환자중심 의료서비스 제공, 저출산 극복 등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난 6월 국정과제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지원반, 일자리창출반, 복리개선지원반, 부과체계개편실무지원반, 보장성 강화반, 치매관리지원반, 연구지원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 온 심평원장-임기 마친 공단 이사장=올해 3월 김승택 제9대 심평원장이 취임했다. 11월 30일에는 임기 3년을 채운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이 퇴임했다. 차기 이사장으로는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이 내정된 상태다.

김승택 심평원장과 성상철 전 건보공단 이사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두 공공기관들에 대해 소문도 무성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성상철 전 이사장은 국정감사까지 마무리 짓고 건보공단을 떠났다.

김승택 심평원장 역시 임기 9개월을 넘어서며 직원들과 소통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모든 직원들의 '현장화'로 현장 목소리를 청취해 더욱 청렴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도매업계 일련번호 의무화...현장 방문한 복지부장관=7월 1일부터 도매업계를 대상으로 의약품 일련번호 출하 시 보고(즉시보고) 의무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도매업계의 반발로 2018년 12월 31일까지 행정처분이 유예됐다. 사실 상 1년 더 의무화가 연장된 셈이다.

심평원은 2100여 개 도매업체 가운데 의약품일련번호 사전점검서비스를 신청한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의약품 현지확인조사 대상 선정에서 유예하기로 했는데, 이 부분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왼쪽)이 일련번호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도매 현장을 방문해 제도 점검에 나섰다.
전혜숙 의원이 현지확인 유예 대상이 되는 목록을 만들어 유통업체들의 비용을 더 가중시켰다고 지적했고,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현장방문을 약속한 이후 11월 20일 김포 동원아이팜 물류창고와 서울 신창약품을 방문해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점검을 진행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이달 안으로 묶음번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도매업계 일련번호 즉시보고 참여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2년 연속 전 유형 수가협상 타결=올해 6월 1일 내년도 수가 인상률이 결정됐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막판에 벤딩 규모를 8234억원까지 키워, 의원 3.1%, 한방 2.9%, 약국 2.9%, 치과 2.7%, 병원 1.7%, 조산원 3.4%, 보건의료기관 2.8% 등 전 유형 완전 타결에 성공했다.

이번 전 유형 수가협상 타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의미가 있다. 내년도 평균 인상률은 2.28%였다. 올해와 비교하면 100억원이 더 늘어난 수치다. 평균 인상률도 0.01%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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