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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특별기고③] 지출보고서가 만들어 낼 변화

  • 데일리팜
  • 2017-11-29 06:14:54
  • 박진선 연구위원(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지출보고서를 왜 도입하려고 하는가'는 제도 도입 전부터 가장 많이 마주했던 질문 중 하나다.

물론 지출보고서를 통해 '의약품 거래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자정작용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여러 번 언급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행동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감이 있다. 이번 주제에서는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일단 지출보고서에 담길 내용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리베이트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누군가 실수로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지출보고서에 기록하지 않는 한, 이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지출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합법의 범위 내에서 지급된 경제적 이익일 것이다.

합법의 범위 내에서 지급된 경제적 이익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는 것들을 적절히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과거처럼, '드러내놓고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관련 법령이 엄격해질수록 리베이트도 점차 지능화될 것이고, 형식적으로는 합법의 형식을 가장할 것이다.

시판 후 조사를 활용한 리베이트 제공이나, 제삼자를 경유한 리베이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형식상 합법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의 제공을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견본품 제공의 경우를 보자. 요양기관에 견본품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그 제공의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해당 의료인이 그 의약품의 제형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목적에도 부합해야 한다.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된 자료가 없어서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면, 지출보고서 제도의 도입으로 이러한 것들의 확인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임상시험 지원도, 제품 설명회도, 시판 후 조사도 마찬가지다.

지출보고서를 검토하다 보면 이렇게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경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상식’에 반하는 경우를 발견하는 능력과 기술 또한 발전할 것이라 기대된다.

두 번째는 자정노력 제고다. 의약품 공급자에겐 자신이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최소한 이 정도의 형식으로라도 관리하게 함으로써, 영업사원 또는 영업·마케팅 대행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치열한 법적 다툼 중 하나가 ‘양벌규정의 예외 적용’이다. 약사법은 영업사원과 같은 회사의 고용인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라도 그 영업사원이 속한 사용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면서, 예외적으로 사용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한 경우 그 적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인 입장에서는 양벌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에 불과한 위법행위를 '회사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CP(Compliance) 운영 및 교육 등을 통하여 충분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몰랐다'는 사실이 사용인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출보고서 제도가 시행되면 '몰랐다'는 주장은 점차 힘을 잃어갈지도 모른다. 회사 차원에서 지출보고서를 작성·관리·보관하는 것은 단순히 제공되는 내역을 짜집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약사법·공정경쟁규약 및 내부의 CP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출보고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험한 신호(signal)가 확인될 수 있었다면, 더 이상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

몰랐다고 말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애초에 적극적으로 영업사원과 영업·마케팅 대행업체의 행위들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이제는 기업 실무자의 관리가 아닌 기업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관리와 책임에 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출보고서에 기록된 사실을 토대로 위험요소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회사차원에서 이를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려는 듯하다. 현장의 건강한 노력들이 확산되길 기원한다.

의료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적 이익의 제공은 명확하게 그 사실을 반영하여 관리하게 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반대로 그 정당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의 제공은 그 사실이 기록·관리 된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한 자정노력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부 입장에서 경제적 이익 제공의 현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때때로 국내 리베이트의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애초에 리베이트가 불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모두 확인할 수 없고, 제한된 가정에 가정을 통한 추산 정도만 가능하다. 특정 연도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확인된 리베이트 금액 정도는 산출해 낼 수 있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이 수치는 리베이트의 정도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식 수준과 이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의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수사된 사건의 수가 늘어나므로 그 금액을 잠정적으로 확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연도 간 비교 같은 시계적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점 역시 한계다.

하지만, 동 제도가 도입되면 의약품 공급자가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수준의 정도는 어떻게 변해가는 지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보를 플랫폼 삼아 향후 업무 담당자는 새로운 정책 도구로써 또는 정책을 평가하는 도구로써 이를 활용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출보고서 제도는 단순히 행위규범만을 정한 제도가 아니다. '누군가는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럴 경우 어떤 형벌에 처한다'와 같이 직접적인 행위규범을 명시한 제도도 아니다. 단순히 현행 법률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작성하고 기록하게 한 단순한 제도다. 하지만, 기록하고 작성하게 될 정보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다'라는 말처럼, 지출보고서 제도가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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