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제비 총액제...소망의 신약 꽃망울 뭉개면 안돼"
- 데일리팜
- 2017-06-05 06: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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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진료비 총액제'의 칼을 빼어든 것은 자그마치 20년 전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주요국 진료비 총액관리제도 고찰 및 시사점', 정현진외 4인, 건보정책연구원, 2011.12.). 그때부터 대부분 건보연 및 보사연 소속 연구원 분들에 의해,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빈번하게 최근까지 이루어져 왔다. 이와 같은 공단의 총액제 도입을 위한 '군불 때기'는 금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월24일 공단은 약제비 정책에 명망 높고 내공 깊은 외부 전문가들(김진현 및 이의경 교수 외 5인) 컨소시엄(consortium)과, '약제비 총액관리제 도입방안'을 놓고 4개월 단기간의 7천만 원짜리 외주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D팜 Choi기자 2017.03.24.). 7인 연구자 분들의 면면을 볼 때 '약제비 총액제 연구'에 관한 '결정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단은 왜 이렇게 오랜 기간, 끈질기게 '총액제'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건보재정이 거덜이라도 난다면 그 덩치와 국민적 중요성 등으로 비춰 봐, 국가가 관리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고 자칫 잘 못하다간 파산상태로까지 이어질 텐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건보재정 지출관리의 수단과 방법 중, '총액제'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효과가 큰 것은 아직까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공단은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회 있을 적마다 총액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들고 나왔지만, 그때마다 보건복지 당국은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균형 잡힌 브레이크(brake)를 걸어왔고, 포괄수가제(DRG, diagnosis-related group)와 경제성 면특 약제에 대한 '총액제' 이상의 선(線)을 결코 넘지 않았다.
그런데 근자 당국이 달라졌다. 잔뜩 겁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16년5월1일부터 C형 간염치료제인 '하보니'가 1정에 35만7120원, '소발디'가 27만656원에 보험약제로 등재되면서부터다. 이들은 초고액(超高額)의 건보재정 지출이 요구되는 초고가(超高價)의 신약제들이다. 당국은 어쩔 수 없이 환자 및 국민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의 경감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들 비싼 약제를 건강보험에 적용시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이상 우물쭈물하다가는 이제 머지않아 신약으로 인해 건보재정이 파탄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국이 갑자기 돌변해 통상적인 '약제비'라는 용어 대신 굳이 '약품비'라고 바꿔 '약품비 목표관리제(총액제)'를 들고 나올 까닭이 없지 않은가. '약품비'로 용어를 변경한 이유 또한 궁금하다. 혹시, '약제비'라고 하면 '진료비'가 바로 연상되고 이렇게 되면 의사회 및 약사회 등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니까 '약품비'라고 바꿔줌으로써, 그들과는 관계가 적은 제약산업 관련 제도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명시하고 싶은 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다 좋은데, 문제는 건보재정 안정책과 의약산업 육성책은 상호 길항(拮抗)관계로 꼬여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당국의 완벽한 일방적 게임(perfect game)이었다. 당국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건보재정 안정을 위함'을 앞세워, 하고 싶은 대로 모두 할 수 있었다. 실거래가 상환제도, 포지티브제도, 포괄수가제도,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시장형실거래가제) 및 약가일괄인하제도 등이 그 산물이다. 유일하게 참조가격제만,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간의 국민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보됐을 뿐이다.
이처럼 그동안 건보재정 안정 카드 중, 써질 것은 거의 다 써졌다. 마지막 한 장인 '총액제'만 남겨졌다. 여기서 '마지막'이라 함은 그것보다 더 이상의 좋은 방법은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나머지는 종전 제도의 범주에 들어가거나 개선시키는 기타 등등에 속하는 잔챙이들뿐이다.
이와 같은 '총액제'는 국내 의약산업 발전과 선진화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 자유 시장경제 속에서 능력껏 뜻을 펴야할 의약산업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도록 건보재정 지출예산의 약품비 범위 안의 캡(cap)속에 꽁꽁 묶고 가두어 관리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부가가치 창조 능력으로 봐, 미래의 국민 먹거리산업이 확신되는 대망의 의약산업이, 비좁아 빠진 닭장 또는 오리장 속의 닭과 오리 같은 신세가 되어 당국에 의해 건강보험용 산업쯤으로 사육(飼育)되어서야 무슨 발전과 선진화가 기대되겠는가.
총액제는, 이제까지 있어왔던 개별약품에 대한 미시적(微視的) 가격 규제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최후 최강의 거시적(巨視的) 통제 수단이다. 따라서 총액제가 일반화된다면 국내 의약산업은, 잘하면 현상유지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산업 선진화의 모태가 될 신약개발 사업은 그 싹이 완전히 말라버릴 것이 틀림없다. 돈줄(수익)의 원천인 매출액과 가격이 건보재정 예산범위 속에서 극심하게 통제될 텐데, 무슨 수로 어떻게 신약개발용 자본 축적이 가능하겠는가.
지금 국내 의약산업계는, 1950년대의 폐허된 황무지를 딛고 최근엔 한미약품을 기폭제 삼아 각사마다 자체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어렵사리 신약 꽃망울들을 싹틔우고 있다. 가상(嘉尙)하지 않은가.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27개의 신약개발 경험을 보유하게 됐고 신약 파이프라인(pipeline)도 1,000여개나 구축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강국으로 가는 초기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D팜 Lee기자 2017.04.28.). 어린이들을 잘 보살피고 훌륭히 키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신약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국내 의약산업도 선진국처럼 국민 먹거리 산업으로까지 가능한 빠르게 육성되도록 당국의 강도 높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당국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의약산업 발전의 최대 장애물인 총액제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잔혹하지 않은가. 이는, 겨우 싹트기 시작한 신약 망울들을 짓뭉개는 일이다.
그렇다고, 건보재정 안정의 막중함이나 당국의 정책적 선택에 대한 번민을, 모르거나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그러나 국내 의약산업의 신약을 통한 선진화 도약(跳躍)과제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때문에 보건복지 당국은 총액제 확대시행에 신중 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건보재정 상태를 살펴보면, 그 누적흑자가 2016.8.31.기준으로 무려 20조2천억 원 가까이나 된다(연합-서울, S기자, 2016.09.11.). 2011년부터 견실한 흑자기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매우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최소 5~10년 이내에는 건보재정 위기가 닥칠 염려는 없다고 본다.
때문에, 당국이 굳이 신약 육성을 통한 의약산업 선진화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총액제를 확대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만약, '제2의 하보니' 사건이 또 터진다면 그 때가서 개별적으로 슬기롭게 대응하면 될 일이다.
따라서 총액제를 일반 신약으로까지 확대하는 지금의 방침은 시기적으로 필히 유보돼야 한다. 얼마간의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 의약산업 육성책의 다가 아니다. 신약개발 육성에 장애가 되는 기존 제도를 개선해주거나 제거해 주고, 신약개발을 촉진시키는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할 일이다. 당국의 현명한 선택적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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