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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도체 랠리, 바이오가 이어받으려면[데일리팜=차지현 기자] 117.0% vs 10.2%.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다. 코스피가 89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반면 코스닥은 1000선을 겨우 지키는 수준에 머물며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업종별 지수를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같은 기간 KRX반도체 지수는 185.9% 급등했지만 KRX헬스케어 지수는 13.6%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반도체주로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쏠리면서 시장 내 업종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섹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내 바이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바이오는 실체 없는 신기루다'는 식의 회의론이 앞선다. 굵직한 성과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조롱과 냉소가 섞인 반응마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단순히 한 업종의 주가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스닥은 본래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이 중 바이오·헬스케어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성장 산업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가운데 절반이 바이오 기업이고 이들 상위 10개사 내 바이오 기업 시총 비중은 40%가 넘는다. 코스닥의 체력과 성장성을 설명하는 데 바이오를 빼놓기 어려운 이유다. 코스닥 시장이 정부가 제시한 '삼천닥'(코스닥 3000)이라는 고지에 다가서려면 결국 바이오가 살아나야 한다. 바이오 섹터의 회복 없이는 코스닥의 구조적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은 주가와 별개로 국내 바이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고 주요 국제 학회에서 국내 기업의 구두 발표와 임상 데이터 공개도 늘고 있다. 기술 완성도와 데이터 투명성 등 신뢰도 측면에서 K-바이오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만 두 건의 기술수출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와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 유사체 '소네페글루타이드'에 대한 최대 1조8973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1129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6.0% 수준이다. 선급금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금 순위 10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오스코텍은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조원으로 업프론트는 375억원이다. 오스코텍은 지난해 12월 아델과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데 이어 또 한 번 후속 성과를 추가한 것이다. 국산 31호 신약인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확보한 현금흐름을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의지 역시 확고하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가동하고 반도체·AI·바이오 등을 국가 전략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1500억원 규모 임상3상 특화펀드도 운용사 선정을 앞뒀다. 민간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후기 임상 단계에 정책금융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 완주와 상업화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물론 현재 바이오 주가 부진을 단순한 수급 소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간 국내 바이오 업계가 반복해온 임상 실패, 기술반환, 과도한 밸류에이션 논란이 시장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 정책금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자산 경쟁력과 기술수출 이후 임상·매출·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사업화 역량이다. 그럼에도 바이오를 다시 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로 성장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반도체 하나로 다음 10년, 20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인구 고령화, 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제약·바이오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키워야 할 차세대 산업이다. 인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의 성공은 국가적 과제에 가깝다. 바이오의 성장이 코스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반도체 이후 한국 증시의 다음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6-04 06:00:38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신약 스타트업, 출발보다 완주다[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정부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과 병원, 출연연구기관에 쌓인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초기 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이다. 연구성과가 논문과 특허에 머물지 않고 기업으로 이어져야 산업의 저변도 넓어지고,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에도 새로운 후보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신약 개발이라는 긴 경로를 놓고 보면 창업은 성과라기보다 출발선에 가깝다. 법인을 세우고, 과제를 선정하고, 초기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첫 단계지만 그것만으로 신약 스타트업이 개발의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임상과 임상, 후속 투자와 기술이전,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벽은 일반 창업의 성장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약 스타트업은 앱이나 플랫폼 기업처럼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반응에 따라 수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후보물질 하나가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임상에 들어간 뒤에도 실패 가능성은 늘 남아 있다. 초기 기술의 가능성만으로 기업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좋은 연구성과가 곧바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신약 스타트업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가능성 있는 후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어떤 완주 구조를 설계하느냐다. 창업 기업 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정책 성과를 설명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본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후보물질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갔는지, 어느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지, 어떤 과제가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공동개발로 연결됐는지다.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투자심의위원회 논의는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심의위원회는 단순히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후보물질이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따지는 관문에 가깝다.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임상 진입 가능성, 적응증 전략, 경쟁약물 대비 차별성, 기술이전 가능성, 후속 투자 연계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약 스타트업의 '완주'와 직접 맞닿아 있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이 창업 장려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런 판단 기능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초기 연구성과가 좋아 보이더라도 임상 설계가 불명확하거나 시장 진입 전략이 부족하면 개발 과정에서 쉽게 멈출 수 있다. 반대로 가능성이 확인된 후보물질이라면 단기 연구비 지원을 넘어 임상, 사업개발,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후속 자원을 붙여야 한다. 완주를 말하려면 선별과 집중도 피할 수 없다. 모든 후보물질을 끝까지 밀어줄 수는 없고, 모든 창업 기업이 신약 개발의 긴 경로를 완주할 수도 없다.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중간에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과제에는 자원을 더 과감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실패를 관리하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기준이 있어야 지원 체계도 지속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생태계는 출발선 확대에는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연구자 창업, 기술사업화, 초기 투자, 창업 보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었고, 바이오 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적 메시지도 반복됐다. 그러나 창업 이후의 공백을 메워주는 구조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 국내 임상에서 글로벌 개발로 확장하는 구간, 기술이전 협상과 후속 투자를 준비하는 구간에서 스타트업은 자금과 경험, 네트워크 부족을 동시에 겪는다.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스타트업 지원은 또 하나의 창업 장려책에 머물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초기 자금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임상 설계 자문, 글로벌 규제 전략, 사업개발 네트워크, 후속 투자 연계, 기술이전 전략까지 포함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신약 스타트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 경험과 네트워크를 공공 지원 체계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은 단기간에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기 어려운 영역이다. 창업 기업 수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당장 제시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성과는 훨씬 긴 시간 뒤에 드러난다. 이제 정책의 질문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창업시킬 것인가"에서 "어떤 기업이 개발의 다음 문턱을 넘도록 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출발선에 세웠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후보물질이 개발의 긴 시간을 버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창업의 숫자가 아니라 완주의 구조다.2026-06-02 06:00:42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항암신약 허가·급여 기준의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항암 치료 영역에서는 허가 범위와 건강보험 급여 기준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허가상 치료 대상임에도 실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진료지침과 임상 현장이 제시하는 치료 방향, 국내 허가·급여 기준 사이 간극이 환자 치료의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와 급여는 애초 목적이 다르다. 허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인 반면, 급여는 제한된 재정 안에서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한다. 두 기준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허가 범위와 글로벌 가이드라인 권고, 실제 급여 적용 범위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행성 신세포암 치료다. 글로벌 진료지침은 신세포암 1차 면역항암제 치료 이후 보다 넓은 선택지를 제시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유럽비뇨의학회(EAU) 등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 병용 이후 다양한 표적치료제를 주요 후속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약제는 1차 면역항암제 이후 주요 선택지로 제시되며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에 따라 유연한 순차 치료 전략(sequence)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다르다. 일부 후속 치료 옵션은 기존 VEGF 표적치료 경험을 전제로 허가 범위가 설정돼 있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먼저 사용한 환자군에서는 급여는 물론 활용도 제한된다. 글로벌 진료지침은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와 급여 기준이 다시 환자군을 좁히는 구조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간극은 전이성 위암 치료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생존 개선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치료제는 전체 환자군(all-comer)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급여 단계에서는 다시 PD-L1 발현 수준을 반영한 CPS(Combined Positive Score) 또는 TAP(Tumor Area Positivity) 기준이 설정되며 실제 치료 대상 환자군이 재구성된다. 결과적으로 허가상으로 치료 가능 환자 일부는 급여권 밖에 놓이게 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바이오마커 수치가 기준선 인근에 위치한 환자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치료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급여 기준 때문에 선택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허가 기준과 급여 기준 사이 간극이 환자 치료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치료제를 허가 범위 그대로 급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비용효과성을 고려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제한된 재정 안에서 환자군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기준이 실제 임상과 얼마나 정합성을 갖느냐다.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허가가 넓어진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급여 기준이 과거의 환자 선별 틀에 머문다면 치료 환경 변화와 제도 사이 시간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허가가 치료의 가능성을 여는 과정이라면 급여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절차다. 두 기준 사이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다. 다만 그 간극이 환자 치료 기회를 좌우하는 수준까지 벌어질 때 제도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할 시점이다.2026-05-29 06:00:38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다시 시험대 오른 약정원…이제는 정상화가 답[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학정보원이 또다시 대한약사회 현안 한복판에 섰다. 약국 청구프로그램과 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국가 디지털 인프라를 책임져 온 핵심 기관이지만 최근 약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조직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과 후유증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집행부의 PSP·PPDS 논란에서 시작된 갈등은 최근 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이슈로 이어졌고, 원장 직위해제와 해임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여기에 새 원장 체제 출범을 앞두게 되면서 약정원은 사실상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사실 약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플랫폼, 데이터 사업 등 경영과 관련한 문제는 물론이고 내부 조직 운영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불거지며 집행부 교체 때마다 약정원은 개혁 대상 혹은 권력 충돌 지점으로 거론돼 왔다. 이쯤되면 약정원은 단순 대한약사회 산하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약국 청구프로그램, 약국 IT 시스템 등의 공공사업과 조제 데이터, 외부 협력 등 조직사업을 동시 담당하다 보니 그 중요성만큼 조직 내부의 긴장과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단순 인사 문제로만 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원장 해임 과정에서는 조직관리 실패 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현장에서는 그 이상의 복합적 문제가 누적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업 방향성을 둘러싼 약사회와의 이견, 조직 장악력 문제, 내부 소통 갈등 등이 축적돼 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차기 원장 인선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신임 원장 체제에서 약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재정비 될 것인가에 쏠린다. 무엇보다 지금 약정원에 필요한 것은 조직 정상화와 신뢰 회복이라는 것이 약사사회를 넘어 약국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차기 원장 체제가 시작되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만 해도 적지 않다. 우선 청구프로그램 완전 전환 과제가 눈앞에 놓였다. 약정원은 당초 올해 6월을 목표로 PM+20으로의 완전 전환을 공언한 바 있다. 조제 데이터 사업 역시 숙제로 남아 있다. 약정원은 최근 새 사업 파트너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 구조와 데이터 활용 방향성, 수익 모델 등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보유출 논란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투명성과 신뢰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조직 안정이다. 최근 약정원을 둘러싼 분위기를 보면 사업 자체보다 사람 문제로 더 큰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직 내 갈등이 길어질수록 실무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약사회는 물론이고 신임 원장 체제의 약정원이 짊어진 짐의 무게가 커졌다. 무너진 조직 신뢰를 다시 세우고 흔들린 내부 체계를 안정시키며 약국가가 불안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 약정원에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덧붙여 최근 기자가 약정원 사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내부 문제와 경영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약정원은 특정 집행부나 일부 경영진만의 조직이 아니다. 전국 회원 약사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약사사회의 공적 자산에 가깝다. 조직 운영과 주요 사업, 경영 방향을 둘러싼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덮어야 할 내부 문제’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며 회원 사회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풀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조직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약정원은 지금 다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현 시점은 약정원이 앞으로 어떤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2026-05-28 06:00:36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영양제 무한 확장…약국이 팔아야 하는 것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국내 제약업계 유통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약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건강기능식품은 이제 헬스앤뷰티숍은 기본, 다이소, 편의점에서도 단 돈 몇 천원이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두뇌기억력, 피로회복, 간 건강, 다이어트 같이 제품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명료하다. 포장 단위 역시 한 번 복용하는 양부터 열흘치까지 콤팩트하다 보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나'라는 자기 만족과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업계 분석에 따르면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는 작년 2월 3곳에서 올해 4월 기준 22곳으로 대폭 늘었다. 상품 역시 30여종에서 160여종으로 5배 이상 증가했으며, 편의점 업계 역시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건기식 특화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건강을 챙기려는 젊은 층과 1인 가구의 호응이 주효하다. 제약사들에게도 건기식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에는 상처 치료제와 세포 재생 성분을 앞세워 제약사들이 기능성 화장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이상 약국 시장에만 올인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약국 밖 건기식'과 '약국 건기식'의 차이다. 다이소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3000원짜리 건기식과 약국에서 판매되는 3만원, 30만원짜리 건기식 모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얼핏 같은 건기식 문구가 적혀있을 지언정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유통채널로 나간 가성비 제품들이 대중적인 보편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약국용 제품들은 고함량·고스펙 성분과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능성에 무게를 둔다. 똑같은 비타민이나 유산균이라도 원료의 등급, 배합 비율, 생체 이용률에서 오는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가격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디테일을 알지 못한다. 제약사들이 유통의 문턱을 낮추며 영토를 확장할수록, 약국이 가격 경쟁력만으로 유통 자본과 싸우는 것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게임이 됐다. 그렇다면 이 무한 확장 시대에 약국이 팔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술적 검증과 맞춤형 상담 서비스다. 특히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나 기저질환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약물과의 상호작용이나 건기식간 상호작용 역시 AI 알고리즘 조차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약사만의 영역이 바로 여기 있다. 이제 약국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건네는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주민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단골 약국이자, 복약지도를 포함한 토탈 헬스케어 매니저로서 체질을 전환해야 할 때다. 제품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상담 중심의 가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망이나 편리함을 무기로 한 대형 판매처들과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제약업계 또한 눈앞의 채널 다변화에만 취해 오랜 파트너인 약사 직능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중이 제약사의 브랜드를 믿고 지갑을 여는 근본적인 신뢰의 바탕에는 오랫동안 약국 현장에서 약사들이 환자들과 마주하며 쌓아 올린 전문성과 학술적 권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더한 제약사의 혁신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되려면, 약국의 상담 직능을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학술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한다. 제약사의 영리한 영토 확장과 약사의 전문적인 진화가 건강한 시너지를 내는 진정한 상생의 생태계를 기대해 본다.2026-05-27 06:00:38강혜경 기자 -
[기자의눈] 약가유연계약, 실제가 제공 범위 고민해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의약품에 이중약가를 적용하는 ‘약가유연계약제’가 내달 본격 시행되면서, 약의 실제가 제공 범위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약의 실제가는 약가파일 또는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앞으로 약가유연제 계약 품목을 포함한 정보는 요양기관 등 ‘인가자’에게만 제공된다. 인가자에게도 약제비 산정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외부 유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당장 6월부터 등재된 12품목의 실제가는 ‘비인가자’인 일반 대중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12품목의 표시가와 실제가는 2~5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지만, 급여목록표를 통해서는 표시가와 약가유연계약 여부만 알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약가를 높게 책정해 해외 참조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주겠다는 제도 취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계약 품목이 수백개로 늘어나게 된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괴리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약가의 투명성은 꾸준히 후퇴하게 된다. 정부가 이중약가를 도입한 건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 시장에 약을 공급하거나 또는 국내사가 해외 수출을 할 때 참조가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 약가유연계약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국산 신약들의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될 제도임에도 명백하다. 하지만 참조 가격 훼손 방지가 제도 도입의 주요 목표라면 약의 실제가를 궁금해하는 국민들에게까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위험분담제와는 제도의 의미나 계약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약가유연제의 실제가까지 꽁꽁 감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환자, 보호자, 연구자 등이 이중약가가 체결된 약 중 특정 품목의 실제가를 궁금해한다면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반 국민들은 급여목록표를 제외하고는 약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중약가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그 방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실제가를 환자, 보호자 등이 별도로 요구하는 경우는 정보를 제공한다 등의 소극적 정보 공개라도 고민해봐야 한다. 짙어지는 정보 비대칭이 혹여나 약가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국의 열린 고민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2026-05-26 06:00:36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다품목 제네릭·CSO 리베이트 쇄신의 골든타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률 45% 적용, 혁신형제약사·준혁신형제약사·필수약 수급 안정 기여 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을 확정했지만, 개편안 약효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숙제는 아직 미완성이다. 다행히도 정부여당은 약가제도 개편안 시너지 효과를 위한 '넥스트 레벨' 행정·입법 구체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즉시 착수한 분위기다. 방향성은 명확하다. 1개 성분에 수 백여개 의약품이 허가되면서 시장에서 제품력 경쟁이 아닌 왜곡된 판촉 경쟁 즉, 불법 리베이트 경쟁에 매몰되는 비정상적 다품목 제네릭 구조 탈피·혁신이다. 현재 허용하고 있는 제네릭 1+3 위탁공동생동 제도를 제약업계와 직능단체, 학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축소·철폐하고, 의약품 영업·판촉대행사(CSO)를 악용해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하는 제약산업 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구체적인 정책 목표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내수용 복제약 영업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압도할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 전환이란 생각이다. 의약품 인허가 규제·보건정책 전문가 이재현 성균관대 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은 1+3 공동생동 제도를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형적 제도이자 우리나라 제네릭 난립 주범"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대오각성을 주문했다. 이재현 센터장은 "공동생동으로 품목허가를 주는 국내 규제 시스템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네릭 수탁사 1곳 당 1곳에게만 위탁 허가권을 주는 1+1도 불합리하다. 위탁생동 폐지로 쌍둥이 제네릭이 없든 단일 제네릭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정책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당 정책위원회 실장을 맡고 있는 조원준 실장 역시 위탁생동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동시에 불법 리베이트 수단으로 쓰이는 CSO를 강력히 규제해야 보건복지부가 시행을 예고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왜곡없이 연착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원준 정책실장은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으로 제약산업과 국가 발전에 별다른 기여 없이 리베이트 판촉·영업에만 매몰된 무임승차 제약사, 페이퍼 컴퍼니를 정리해야 혁신·준혁신·수급 안정 선도에 앞장서는 진짜 제약사에게 약가제도 개편안 약효가 극대화할 것"이라며 "일부 의료기관과 결탁해 CSO를 통한 우회적 리베이트로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제약사와 불량 CSO 규제도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학계와 정부여당이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된 숙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위성과 방향성에 공감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복지부, 식약처)와 학계, 여당을 축으로 한 국회는 가까운 미래에 의약품 인허가 제도와 CSO 규제 관련 즉각적인 후속 입법과 행정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 공동생동 제도 축소·폐지를 다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개편된 약가제도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생산 인프라나 연구 인력 없이 영업망만 가지고 남이 만든 약에 상표만 바꿔 파는 위탁 제네릭사에 동일한 약가를 보장할 논리적 근거를 확립하기 어렵다. 여러차례 제약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위탁생동 제도의 효용 가치와 한계를 따져 합리적인 행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일부 제네릭사들의 왜곡된 경영 수단인 CSO 불법 리베이트 구조를 끊어내야 하는 이유 역시 약가제도 개편안의 성공을 위해서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제네릭사 일부는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의사 리베이트 살포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를 끝내야 한다. CSO 꼬리자르기가 설 자리 없도록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 제약사와 CSO 간 불법 리베이트 귀책사유를 명확히 연동하는 쌍벌제를 도입하고,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처벌도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약가를 인하하는 조치만으로는 불법 영업으로 흘러가는 검은 돈의 출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은 제약산업 혁신을 위한 첫 단추다. 불합리한 제도를 도려내는 국회의 입법과 보건당국의 공격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개편안은 그저 또 하나의 미완성 정책으로 남을 우려가 있다. ‘무임승차 퇴출’과 ‘혁신 보상’이라는 명제가 시장에 완벽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22대 국회와 정부의 지체 없는 움직임을 촉구한다.2026-05-21 06:00:42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다시 본사로…R&D 자회사 합병 늘어나는 이유[데일리팜=최다은 기자] 한때 제약사들은 유망 R&D 조직을 떼어내 상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기술특례상장과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바이오 투자 한파와 약가 압박이 겹치자 밖으로 내보냈던 연구개발(R&D) 조직을 다시 본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흩어진 조직과 파이프라인을 다시 묶어 정책 대응과 사업 효율, 연구개발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를 넘어선다. 휴온스는 지난달 자회사 휴온스생명과학 흡수합병을 결정하고 오는 6월 완료를 앞두고 있다. 분리돼 있던 의약품 사업을 본사로 통합하고 경영 자원을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휴온스생명과학의 오송 공장을 기반으로 위탁생산(CMO)을 포함한 의약품 사업 전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생산·사업 기능을 한 체계 안으로 묶어 수익성과 의사결정 효율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바이오 계열사 휴온스랩 흡수합병도 결정했다. 휴온스랩이 보유한 인간유래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과 바이오시밀러 역량을 본사 안으로 내재화해 기존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를 바이오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약가제도 개편과 수익성 압박 속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사업 조직을 한 체계 안에 묶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일동제약도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다시 품기로 했다. 유노비아는 2023년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분리된 조직으로 GLP-1RA 비만치료제와 P-CAB 소화성궤양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을 개발해왔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해당 자산은 다시 본사 체계 안으로 편입된다. 일동제약 측은 “경영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약가 제도 개편 등 제도적 여건에 부합해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업 체계를 간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HLB 역시 지난해 말 자회사 HLB사이언스와 합병하며 연구개발 기능을 본사로 통합했다. HLB는 연구개발 역량과 연구 인프라를 결집해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항암제 중심 파이프라인 확대와 글로벌 임상이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연구조직을 일원화해 자원 배분 효율을 높이고 임상·허가·사업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R&D 자회사 내재화의 첫 번째 이유는 정책 대응력 강화다. 정부는 최근 복제약 약가 인하와 함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기업에 약가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비와 인력을 본사 기준으로 합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별도 법인에 흩어져 있던 R&D 비용과 조직을 본사로 통합하면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율 관리가 수월해지고, 약가 우대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 속도다.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경우 연구개발, 임상, 생산, 사업화 과정에서 본사와 자회사 간 승인 절차와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 반면 본사가 파이프라인과 연구조직을 직접 관리하면 투자 우선순위 결정, 임상 전략 수정, 사업화 판단이 빨라질 수 있다. 신약개발은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조직 통합은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으로도 작용한다. 세 번째는 연구개발 연속성과 수익성 확보 차원이다. 과거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외부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 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바이오 투자 열풍이 이어지던 시기에는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발했고 자회사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바이오 투자심리 위축, 기술특례상장 문턱 강화 등이 겹치면서 자회사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외부 투자 유치에 의존하던 구조만으로는 연구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분사했던 자회사들이 상장 환경 변화로 정리되지 못하면서 흡수합병 형태로 다시 통합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약사들이 바이오 신약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제네릭 중심 사업은 약가 인하 영향에 직접 노출되는 반면, 바이오 신약은 기술수출과 글로벌 판권 계약 등을 통해 높은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GLP-1 비만치료제, ADC, 세포·유전자 치료제,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연구개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파이프라인과 연구 인프라를 본사 체계 안으로 통합해 직접 통제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신약 사업을 본사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외부 기업을 인수해 생산과 연구를 동시에 내제화 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GC녹십자웰빙은 지난해 이니바이오 인수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진출했다. 인벤티지랩은 큐라티스 경영권 인수를 통해 GMP 제조시설 기반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생산 인프라를 확보했다. 플랫폼 기술 기업들까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을 함께 확보하려는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결국 제약사들의 R&D 자회사 합병은 약가 인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자, 흩어진 연구 자산을 본사 성장전략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적 판단이다. 수익성은 낮아지고 연구개발 부담은 커지는 환경에서 제약사들은 연구와 생산, 사업과 재무를 따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2026-05-20 06:00:38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좋아도 못 쓰는' 현실[데일리팜=황병우 기자]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는 오래된 과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해외 공급망 의존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국내 바이오 생산 역량이 커질수록 소재·부품·장비 자립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는 구호와는 조금 다르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소부장위원회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공통된 답답함이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을 갖고 있어도 이미 해외 주요 기업이 장악한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술의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바이오 생산 현장에서 소부장은 단순한 부품이나 소모품이 아니라 품질, 허가, 공정 안정성과 연결된 신뢰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은 글로벌 기업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요구받으면서도, 가격은 국산이라는 이유로 더 낮춰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현장의 고민 중 하나다.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품질 시스템 구축, 장기 검증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데,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오히려 낮은 가격 경쟁력을 먼저 요구받는 역설이다. 국내 CDMO 산업이 커지는 상황도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생산 규모가 커지면 국산 소부장에도 기회가 열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공정 현장은 훨씬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이미 해외 고객사와 협의된 공정, 글로벌 허가 대응 경험이 있는 소재, 장기간 사용해온 장비와 부품이 있다면 이를 국내 제품으로 바꾸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원·부자재 하나를 바꾸더라도 공정 검증, 품질 데이터, 경우에 따라 허가 변경 이슈까지 따라붙을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미 세팅된 공정에 변수를 만들 이유가 크지 않다. 국내 기업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입증하더라도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 구조다. 기업 구매팀이 국산 소부장을 적용하고 싶어도 내부 품질부서, 생산부서, 규제 대응 부서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결국 국산 제품 채택은 단순 구매 결정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리스크 판단 문제로 넘어간다. 이 지점에서 바이오 소부장 육성 정책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국산화 논의가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개발된 기술을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누가 써볼 것인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술 개발 지원만으로는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증, 레퍼런스, 초기 적용 경험, 공정 전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특히 바이오 소부장은 일반 제조업의 국산화와 다르다. 제품 성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생산 현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연구용 시장에서 시작해 파일럿 공정, 비임상 또는 초기 임상용 생산, 이후 상업 생산 단계로 이어지는 적용 사다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품질 데이터를 축적하고, 수요 기업은 과도한 부담 없이 제품을 시험해볼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역시 단순히 과제를 선정하고 개발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 개발된 제품이 실제 생산 공정에서 검증될 수 있는 실증 인프라,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을 연결하는 공동 검증 프로그램, 초기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분담하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현장 적용을 무리하게 강제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고, 글로벌 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영역이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애국심만으로 쓰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검증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구조라면 국내 소부장 기업은 영원히 글로벌 기업과 같은 레퍼런스를 쌓을 수 없다. 신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지 않고, 기회가 없다는 이유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이미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생산시설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생산 생태계가 단단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장 안에서 쓰이는 핵심 소재와 장비, 공정을 떠받치는 부품과 소모품이 해외 공급망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산업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는 단순히 국산 제품을 더 많이 쓰자는 문제가 아니다. 국산화의 다음 단계는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쓰일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2026-05-15 06:00:36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비만치료제, 투약편의성 개선의 명암[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위고비로 OOkg 감량했다", "마운자로 맞고 식욕이 확 줄었다." 최근 유튜브 등 SNS에서는 비만치료제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체중이 얼마나 빠졌는지, 부작용은 어땠는지, 어떤 약이 더 효과가 좋은지 등이 일상 콘텐츠처럼 소비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비만을 단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과 연결되며, 체질량지수(BMI)와 동반질환 여부 등을 고려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만치료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질환 치료보다 미용 용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제약업계가 강조해온 복약편의성 개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커진 배경에는 주 1회 투여라는 편의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하루 한 번 복용, 투여해야 했던 치료와 비교해 사용 부담을 크게 낮췄고 이는 환자 접근성 확대와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복약편의성 개선은 환자 접근성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실제 만성질환 치료에서 복약 부담 감소는 치료 지속성과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제약산업 역시 더 적은 투여 횟수로 더 오래 효과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약제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경구제나 월 1회 투여 주사제, 패치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만약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사제조차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투여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신약들이 등장할 경우 사용 문턱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복약편의성의 개선이 복약순응도 개선과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복약순응도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용법과 용량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유지하는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먼저 강조되면서 정작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이다. 이미 온라인 시장에서는 GLP-1 제제가 아님에도 이름만 유사하게 붙인 건강기능식품과 해외 직구 제품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의학적 검증이나 안전성 평가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체중 감량 수요를 목적으로 소비된다. 물론 비만치료제 자체의 임상적 가치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실제 GLP-1 계열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분명 중요한 옵션이다. 치료제가 대중화될수록 함께 커져야 하는 것은 소비 열풍이 아니라 올바른 치료 인식이다.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처방 기준과 의료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적어도 비만치료제가 '누구나 쉽게 투여할 수 있는 다이어트 주사'로 굳어지는 방향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2026-05-14 06:00:36손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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