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이상한 정책에 꼬여버린 회계 장부
- 천승현
- 2024-12-02 06: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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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마다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를 환불부채, 계약부채, 장기선수금 등의 항목에 ‘콜린제제 임상재평가 실패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할 금액 추정치’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부채를 사전에 반영한다는 의미다. 콜린제제 판매로 거둔 수익 일부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일부 실적 공백을 감수하면서 임상 실패를 대비한 막대한 손실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콜린제제 환수협상 정책이 불러온 이상한 현상이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6월 콜린제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제약사 57곳이 재평가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보건당국이 재평가 임상시험 실패시 기존의 처방액을 돌려받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당초 제약사들은 환수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협상에 응하지 않은 제품의 급여 삭제 가능성에 대한 불안으로 울며겨자먹기로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결국 협상 명령 8개월만에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만약 제약사들의 콜린제제 재평가 임상시험이 실패로 결론나면 보건당국에 임상시험 기간 동안 올린 처방액 20%를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콜린제제의 외래 처방시장 규모는 6226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콜린제제 임상시험 계획 승인 이후 5년간 진행한 임상시험이 실패할 경우 5년간 처방액의 20%를 환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제약사들의 환수 금액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콜린제제의 처방규모가 많은 업체는 최악의 경우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의 청구서가 날아올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기한이 다가올수록 제약사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은 종근당과 대웅바이오의 주도로 진행 중이다. 종근당이 퇴행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을 각각 수행하고, 대웅바이오가 치매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종근당이 진행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경우 종료시한이 3년 9개월로 설정됐다. 대웅바이오의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경우 4년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재평가 임상의 경우 2025년 3월 종료가 예정돼 임상결과 제출기한이 임박한 상태다. 제약사들의 요구에 임상 결과보고서 제출 기한이 2년 연장되더라도 남은 시간은 넉넉지 않다.
물론 재평가 임상시험이 성공적인 결과로 마무리되고 시장 잔류에 성공한다면 환수협상은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임상실패시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 제약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최근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에 착수한 업체들의 이탈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시험 실패시 발생할 수 있는 환수금액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 철수 업체가 속속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콜린제제의 임상실패와 제약사들의 막대한 비용 환수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사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시행을 두고도 잡음이 많았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콜린제제의 품목 허가 갱신을 허용했다. 지난 2012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근거가 마련된 의약품 품목 갱신제는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은 의약품은 5년 마다 효능·안전성을 재입증해야 허가가 유지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식약처는 불과 2년 전에 콜린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했는데도 효능 논란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임상재평가를 결정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콜린제제가 식약처의 허가가 유지 중인 제품이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고 판매 중인데도 임상재평가 실패에 대한 대가로 처방액 환수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 재평가 임상시험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임상실패를 가정하고 처방금액 환수를 약속받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그동안 임상재평가 실패로 사라진 수많은 의약품과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환수협상 명령을 두고 총 5건의 집단 소송을 펼치고 있다.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정부의 환수협상 정책에 제약사들은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환수협상 명령이 없었다면 쓸 필요가 없는 비용이다.
만약 보건당국이 콜린제제 임상실패 이후 수천억원 규모의 청구서를 보낼 때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혼란은 예측하기 힘들다. 그동안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도 약값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 정부가 문제가 있는 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제약사들은 이미 실체가 없는 부채를 인식하면서 실적 손실을 감수했다. 콜린제제 부채로 인한 실적 착시는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가 될 수 있다. 제약사들이 콜린제제의 임상시험을 성공하면 부채가 사라지면서 실적이 갑자기 호전되는 기현상도 펼쳐질 수 있다. 정부의 이상한 정책으로 많은 것이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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