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불순물 소송과 정책 반성
- 천승현
- 2024-04-17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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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 파동 후속 조치에 소요된 금액의 책임을 두고 5년간 펼쳐진 최초의 법정 공방에서 제약사들이 사실상 완승했다.
지난 2019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구상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환자들에게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후속 조치다. 구상금 청구 대상 제약사 69곳 중 36곳은 “발사르탄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어 구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건보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9월 서울중앙법원이 제약사들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은 건보공단이 소송 참여 업체들이 부담한 구상금 15억원 중 11개 업체의 2억원에 대해서만 채무 이행 의무가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소송 참여 업체 중 21개 업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불해야 하는 채무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은 불순물 의약품 후속조치 책임 공방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7월과 8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불순물이 검출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발사르탄 함유 단일제와 복합제 175개 품목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불순물 의약품의 유해성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발사르탄제제 판매금지 이후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년 간 구상금 청구 대상 제약사 69곳의 불순물 검출 발사르탄제제 84개 품목의 외래 처방금액은 총 350억원으로 3년 전 같은 기간 1232억원 대비 71.6% 쪼그라들었다. 판매중지 발사르탄제제는 이후 정상적인 원료 사용이 확인되면 판매재개가 허용되지만 일시적인 처방중단이 사실상 회복하기 힘든 손실로 이어진 셈이다.
사실 제약사들은 불순물 의약품의 판매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고민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을 상대로 펼치는 법정 공방 부담이 커 소송 카드는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불순물 발사르탄의 교환 비용마저 청구하자 제약사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제약사 측은 제조물책임법의 면책사유를 들어 맞섰다. 제조물책임법 제4조의2에선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불순물 의약품이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 이후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보공단에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결함은 인정하면서도 건보공단에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건보공단이 제약사들에 청구한 구상금은 불순물 발사르탄을 대체 의약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요양기관을 방문해 재처방·재조제를 받으면서 발생한 진찰료와 조제료 비용이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보건당국이 불순물 발사르탄제제를 다른 의약품으로 무료로 교환해줄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냈다. 유해성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환자들이 복용 중인 의약품을 모두 교환해주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정부는 의약품 무료 교환 비용을 제약사에 떠 넘기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행인 점은 발사르탄 이후 다양한 의약품에서 불순물 문제가 노출됐지만 보건당국은 더 이상 무료 교환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보건당국은 아직 내놓은 공식 입장은 없다. 결과적으로 불순물 의약품 무료 교환으로 건보재정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건보공단은 제약사들로부터 받은 구상금에 이자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송 참여 제약사 34곳에 청구된 구상금 규모는 14억9457만원이다. 1심 선고 직후 제약사들은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구상금과 함께 연간 5% 이자도 함께 건보공단에 납부했다.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제약사들의 채무가 인정되지 않은 금액과 함께 2019년 11월1일부터 2023년 11월10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건보공단은 ”제약사 법률 대리인과 협의 중이다“라는 입장이다. 작년 11월 11일부터는 이자율 12%가 적용되기 때문에 건보공단의 환급 시기가 늦어질수록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는 기하급수로 확대된다.
물론 정부의 모든 정책이 원했던 결과로 도출될 수는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이 나왔으면 그에 타당한 반성도 수반돼야 한다. 과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따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안 해도 되는 정책으로 정부와 제약사들은 지난 5년 동안 적잖은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다.
정부는 기업들에 대한 불필요한 책임 전가는 불필요한 사회적인 비용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소송 패소가 또 다른 정책에 신중을 기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반성이 없으면 신뢰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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