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불감시대, 공생관계부터 끊어라"
- 홍대업
- 2009-01-12 12: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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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나도 고용"…서울시약, 카운터 명단작성 후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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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마크가 찍힌 가운도 입지 않은 채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을 한 중년 사내가 선뜻 약을 건네준다. 알약과 함께 자연스럽게 드링크도 한 병 건네면서 친절하게(?) 약값이 얼마라고 말한다.
소위 카운터 사냥꾼 ‘정모’씨는 지난 12월 한달 동안 서울지역 약국가를 돌아다니며 이같은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장면을 촬영, 서울시와 보건소에 고발했다.
정씨에 따르면, 모든 약국이 카운터를 고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10곳 중 2곳에서는 이런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주요 상권내 약국가 카운터 '천지'…"하루만 돌면 10-20곳 적발"
정씨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접한 경기도 시단단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개국약사는 “(정씨가)우리지역도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통이 자리잡고 있는 주요 상권내 약국가에서 카운터를 고용, 불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 약사는 “하루만 돌면 10-20명의 카운터도 적발할 수 있지만, 보건소에서 팔짱만 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 지역 외에도 정씨가 이미 훑고 지나간 서울 종로통은 물론 서울과 인접한 일부 도시의 주요 상권내 약국들은 한마디로 ‘카운터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사가 조제업무로 바쁜 탓에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버젓이 약사 행세를 하면서 일반약과 건기식 등에 대한 상담을 하고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에 대해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이 지역약사회의 고민이다. 불법행위를 알고 있지만,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 싫다는 이유와 함께 ‘제 식구 감싸기’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정반대로 지역약사회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약국을 압박해도 보란 듯이 카운터를 고용, 활개를 치는 곳도 없지 않다.

정씨의 카운터 약국에 대한 고발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사회에서는 카운터를 쓰는 것이 어느 순간 부끄럽지 않은 일이 돼 버린 것.
정씨에 의해 적발된 약국명단에 일부 지역약사회장들과 임원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나홀로 약국 외에 카운터를 안 쓰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약사들 사이에서는 ‘일 잘하는 카운터’, ‘베테랑급 카운터’를 소개해주겠다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
서울 강남권의 한 약국에서는 매출이 30% 이상 급감하자 “솔직히 카운터를 쓰고 싶다”는 유혹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평소 알고 지내는 대형문전약국의 약사로부터 “좋은 카운터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카운터의 임금은 100만원부터 단계별로 200만원, 300만원 정도이며, 베테랑급은 400만-450만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카운터가 약국에 그만큼의 매약부분에서 매출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약사들의 경우 정시 출퇴근에다 책임감이 떨어지는 근무약사보다는 오히려 전문카운터를 선호한다. 결국은 ‘악어와 악어새’로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카운터 사냥꾼, 일부 지역약사회-보건소 유착 의혹제기
서울시와 식약청의 합동감시는 보통 1년에 4번 정도. 이것이 카운터 척결에서 큰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일부 지역약사회와 관할보건소간 유착 때문이다.
약사감시 정보가 지역약사회로 접수되면 이것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관내 약국에 통보되고 약사감시 기간 동안 카운터는 ‘선량한(?) 약국 종업원’의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약국가에서는 무자격자 판매행위로 적발되면 ‘재수 없는 경우’로 치부되고 있다.
서울지역 한 보건소 직원은 “보건소 직원들과 지역약사회가 너무 지근거리에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운터 사냥꾼 정씨 역시 데일리팜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보건소와 지역약사회의 유착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는 “이번 고발 과정에서 약사회와 보건소의 관계를 짐작케 하는 사건이 여럿 나타났다”면서 “민원인인 나의 전화번호를 알고 보건소를 사칭해 전화를 하는 경우나 보건소에서는 어떻게든 행정처분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약사사회가 대관업무를 통해 ‘억울한 약사’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납득할만하다. 하지만, 보건소와 지역약사회가 유착해 불법행위를 감싸주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자칫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약국 5400곳 카운터 리스트 작성…검찰고발 등 초강수 예고
서울시약사회는 카운터 동영상 무더기 고발사태와 관련 고민이 적지 않다. 카운터 사냥꾼 정씨에 대한 압박전략에서 최근 ‘자체정화’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그 이유는 정씨의 행위가 약사사회에는 불유쾌한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공익제보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전적 보상’을 원하거나 동영상을 빌미로 약사를 협박한 것도 아니어서 법적으로 정씨를 압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약은 오는 23일까지 약국 5400곳을 방문, 전문카운터의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각 구약사회의 명예자율지도원과 임원 등 총 4명이 2인 1조로 팀을 꾸려 약국을 방문해 대표약사와 근무약사, 종업원, 전문카운터를 분류할 계획이다.
이 리스트를 바탕으로 해당 약국에 1~3차의 유예기간을 주고 카운터를 퇴출시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카운터 퇴출 여부는 추후 약국을 재방문해 확인하고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 최종 검찰고발까지도 진행할 계획이다.
반면, 이번 카운터 동영상 고발사건과 관련 향후 대응책으로 일각에서 언급돼온 ‘약사 보조원제’는 시기상조라고 판단,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약 조찬휘 회장은 데일리팜과의 인터뷰에서 “불법약국에 대해 옹호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뒤 “이번 사건으로 전체 약국이 자율정화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에서는 카운터 척결과 관련 자체정화가 최우선이지만, 정부의 약사감시 권한의 일부를 약사회에 위탁하는 방안도 제도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약 등 약사사회가 카운터 사냥꾼의 배후보다는 약사사회의 내부로 눈을 돌린 것은 아주 적절해 보인다. 자칫 사회적 의식이 부족한 ‘이기주의적 집단’으로 매도당할 수 있는 탓이다.
카운터 사냥꾼의 활동과는 별개로 카운터 척결문제는 이제 약사사회로 공이 넘어왔다. 분명한 것은 카운터와의 공생관계를 끊지 못한다면 약사들은 더이상 사회로부터 '전문직능인'으로서의 존경심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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