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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여약사, 해외봉사 대통령상 받아

  • 강신국
  • 2006-10-01 19:01:55
  • 장연인 약사, 방글라데시서 10년간 봉사활동 평가받아

방글라데시 칠마리 지역에서 지난 1996년부터 10년간 의료 활동을 펼친 장영인 약사(44·여)가 제1회 '대한민국해외봉사상' 대통령상을 받아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KCOC)와 공동으로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에서 제1회 '대한민국해외봉사상' 시상식을 열었다.

대통령상을 받은 장영인 약사는 방글라데시에서 지난 1996년부터 10년 동안 진료, 공중보건사업, 의료 환경 개선사업을 벌였다.

장 약사의 활동으로 학교, 병원 등 공공시설이 들어서고 집집마다 펌프와 화장실이 생기는 등 환경이 크게 개선돼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 지역을 가장 모범적인 개발 사업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김종안(33)씨는 해발 1500m의 고원지대로 마약의 주생산지인 미얀마 샨스테이트 지역에서 농촌 소득 증대사업에 나선 점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장영인 약사, 해외봉사수기

인도 동북쪽에 위치한 나의 사랑 방글라데시. 벵골 만(Bay of Bengal) 후미진 곳에, 한반도의 3분 2 밖에 안 되는 작은 땅덩어리이지만 1억 5천만의 벵갈 사람들이 가난과 질병과 자연재해를 극복하고자 땀을 흘리고 있다.

1947년 인도로부터 독립,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 두 번의 독립운동을 거치면서 ‘벵갈의 나라’ 방글라데시로 다시 태어났다.

찔마리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420km 떨어진 최북부에 위치한 인구 10만의 군소재 마을이다. 가장 소외되고 가난하고 문맹률이 유난히도 높은 지역이다.

강폭이 12km나 되는 브라마쁘뜨라강은 찔마리 사람들을 홍수와 자연재해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브라마쁘뜨라강의 침식력은 너무나 강해서 육지와 그 큰 섬들의 지형을 쉽게 변화시키고 섬사람들을 새로 생기는 섬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열악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떠한 의료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주거환경의 열악함에서 오는 질병감염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 학교나 훈련의 기회가 없는 사람들... 찔마리 밖의 세상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이곳 찔마리는 한국 방글라데시 개발협회(korean development association in bangladesh)를 통해서 1991년부터 브라마뿌뜨라강 섬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료, 영유아관리, 임산부관리, 가족계획 등 공중보건사업과 주거 환경개선사업(화장실보급, 펌프보급)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현지 정부 보건당국과의 협조를 통해서 지역 공동체의 문제점들을 함께 인식하며 협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가나안 농군학교, 가난한 아동들을 위한 초등학교, 컴퓨터 훈련사업은 지역사회발전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며 함께 진행되고 있다.

2002년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의료 시설, 장비(초음파기기, X

-ray, ECG, 치과기기 등)들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등 효과적인 사업 능력을 갖추어 지역 사회 건강증진을 위한 진일보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1996년 7월부터 방글라데시에서 생활을 시작하였다. 한국의 50년 6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한 정겨운 찔마리의 모습... 찔마리에는 딸들을 일찍 시집보내는 가정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어려운 살림 가운데 딸들의 혼사를 치루어야 하는 안타까운 형편들이다. 이슬람의 문화가 일부다처이고, 더구나 딸을 둔 부모는 엄청난 죠뚝(지참금)을 사위에게 주어야하기에 큰 빚을 얻어서라도 아니면 구걸을 해서라도 돈을 모아 지참금을 마련한다.

얼마 전 의료프로젝트의 섬마을 건강원으로 일하는 챠비쟌이 갑자기 그의 딸을 시집보내었다. 그녀는 과부였고 재산도 없이 매달 받는 봉급으로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키우는 여인이었다. 그러한 그녀가 16살밖에 안 된 어린 딸을 갑자기 시집을 보내었다.

그 딸은 공부도 제법 잘하는 똑똑한 아이였다. 하지만 지참금을 적게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딸의 공부도 중단 시키고 결혼을 시킨 것이었다. 그녀는 의료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는 여러 스텝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약 40명 스텝으로부터 조금씩 모아서 죠뚝(지참금)을 마련하였다.

또 다른 섬의 마을건강원인 모지론은 자신이 첫째 부인이지만, 남편이 둘째 부인과 살고 있기 때문에 자기의 딸을 돌보지 않아서, 혼자서 어렵게 빚을 얻어서 딸을 시집보내기도 했다. 그녀는 딸 때문에 그녀가 갚지도 못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형편과 처지에 맞춰서 결혼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남자)들이 많은 지참금으로 재산을 늘리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아니 너무나 마음 아픈 상황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 죠뚝(지참금)은 족쇄가 되어 가난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또한 어린 나이에 결혼하다 보니 가정관계(시부모와의 관계, 출산)에 대한 경험이 없고 지혜가 부족하여 가정의 문제거리가 되는 며느리들도 많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밤마다 각 가정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다투는 소리는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며느리들의 가치는 가정의 노동력으로 평가되어진다.

나는 이러한 방글라데시의 결혼관습을 마을 지도자들과 어린 학생들에게 때마다 계몽시키고 있다. 이러므로 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가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별히 딸을 둔 부모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나라의 미래가 걸려있는 어린 학생들의 학업을 권장하는 세미나를 많이 실시하고 있다.

2004년 4월 29일 밤11시경, 찔마리 지역에는 갑작스런 비바람과 주먹만한 우박이 쏟아지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다. 늘 강물로 인한 홍수피해에 익숙한 현지인들이라 주먹만한 우박을 보고서는 아연질색하는 모습들이었다.

다행히 사업장에는 인명피해는 없었고 집이 날라가고 우박에 구멍나는 등 많은 손실을 보았다. 특히 들녘에 잘 영글던 알곡들은 다 떨어져버려 추수할 것이 없을 정도로 피해가 아주 컸다. 들판을 보며 허탄해 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

찔마리 사업장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마을과 섬지역까지 피해범위가 엄청났다. 사업장의 무너진 담, 넘어진 나무들, 구멍난 지붕 등, 보수를 위해서 현지인 스텝들이 기동력있게 대처하여 급한 부분은 빨리 복구가 되기도 했다. 갑작스런 자연재해 앞에서 대처해 나가는 현지인 스텝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립심이 성장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2006년 1월 찔마리에 한국에서 의료팀이 왔다갔다. 산부인과 의사 2명, 그리고 마취과 의사 1명, 수술방 간호사 2명으로 구성된 아주 좋은 팀이었다. 방글라데시의 상황을 추측하여 본다면 산부인과 진료는 방갈리 여성들이 가장 꺼리고 멀리하는 진료가운데 하나이다. 사실 진료 기회도 그리 흔하지 않지만.....

하지만 이번 상황은 아주 달랐다. 찔마리의 작은 마을에 좋은 의료팀이 왔고 또 찔마리의 여성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전에 볼 수 없었다.

대부분 부끄러워서 진료실 앞에 왔다가도 그냥 돌아가는 것이 일반사였고 수술을 등록했다가도 무서워서 수술대에 오르기 전에 줄행랑을 치는 여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찔마리의 여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숨기지 않고 소신껏 표현하며 진료받게 되었다.

섬지역의 화장실과 펌프공급 사업은 의료혜택을 누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깨끗한 물을 먹어야지, 화장실을 사용해야지 건강한 마을이 되기 때문이다. 1998년, 보건 교육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대적으로 화장실을 설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설치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화장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지어진 화장실은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똑같은 방법으로 한다면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았다.

다시 나는 섬지역의 보건 계몽사업을 통하여서 왜 화장실이 필요한지? 왜 펌프를 사용해야하는지? 먼저 보건교육을 실시하였다. 지금은 많은 섬사람들이 펌프와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정신 계몽이 일어나니까 그들 스스로 자신의 건강증진을 위해서 잘 사용하게 되었다.

2006년 7월 19일 찔마리에는 치과진료가 시작되었다. 의사 아따울이 함께 일하게 되었다. 치과 진료는 부유한 사람들만이 받는 진료로 알고 있었던 찔마리 사람들에게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진료비도 저렴하고 깨끗한 시설에서 진료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처음엔 왠지 어색한 듯했지만 차츰차츰 진료의 혜택을 누리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찔마리와 같은 오지의 마을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까지 치과진료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은 찔마리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다른 마을까지도 혜택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

찔마리 가나안 농군학교는 찔마리 농촌 청년들을 위한 자립 프로그램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엄격한 규율, 생활 훈련, 농장 실습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농촌 지도자를 양성하는 좋은 훈련장이 되고 있다.

훈련을 이수한 후에는 신용협동조합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자금을 대부 받아서 훈련 중에 습득한 농업 기술을 가정과 사회에 그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로 관리하고 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청년들에게 정신계몽을 실시하여 스스로 일어서서 일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 나가고 있다. 마을을 오고갈 때면 ‘개척‘을 외치며 일하고 있는 농촌 청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초등학교는 찔마리에서 소문난 학교이다. 질서교육, 음악, 미술교육 등을 통해서 전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똑똑하고 예절바른, 정서 풍부한 아이들로 변하면서 마을의 명문이 되었다.

방글라데시의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교육환경 때문에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까지도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교로 자리잡았다. 상급학교의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여 계속적으로 공부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일군을 키워나가고 있다. 부모가 무지하기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보다는 일터로 보내기를 원했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는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 분모이다. 방글라데시도 그 속도가 좀 느리기는 하지만 변화의 궤도에 올라탔다. 그동안 외국의 원조에 타성이 젖어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였기에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 스스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노력하고 있다. 진정으로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며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민족 지도자가 자라가고 있다.

의료사역을 통해서든, 농군학교 사역을 통해서든, 초등학교 사역을 통해서든, 컴퓨터 사역을 통해서든, 벵갈민족의 자립의 힘을 키우는 곳에서 나는 일하고 있고 일할 것이다. [출처 :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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