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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조롱당한 의협의 포지티브 반대

  • 박찬하
  • 2006-08-23 06:10:18

"포지티브를 반대한다는 것 같은데, 도대체 논리가 뭔지 모르겠다"

22일 열린 약업경영세미나에서 의사협회 강창원 보험이사의 강연을 들은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업계 관계자들은 꼭 그대로 강 이사의 논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 이사는 포지티브 도입의 문제점으로 맨 먼저 경제적 부담 증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부족을 꼽았다.

포지티브가 도입되더라도 의사와 환자의 니드(need, 의료욕구)가 있는 한 급여목록 외 처방이 계속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본인부담금 증가에 대한 의사와 정부를 향한 거센 저항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은 제약업계가 통상적으로 제기해왔다는 점에서 특별할 것도 없지만 문제는 포지티브 도입과 약국의 불법 임의조제를 억지 연결했다는 점이다.

강 이사는 포지티브가 도입될 경우 비노출 소득을 노린 약국의 급여목록 외 품목에 대한 임의조제가 기승을 부릴 것이며 이에 대비해 불법 임의조제 약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OTC의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목록 외 처방이 이루어질 경우 본인부담금 상승으로 환자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란 주장은 의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텐데, 약사들이 비노출 소득을 노려 목록 외 품목에 대한 임의조제를 감행할 것이란 '상상'은 도대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했는지 의아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막기위해 OTC의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두번째 문제점으로 지적한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권 역시 의도적으로 왜곡한 흔적을 지울 수 없다.

강 이사의 말대로 "칼자루를 쥔" 공단에 비해 "칼날을 잡고" 있는 업계의 위치가 왜소해 보인다는 지적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신약 가격 결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 없이 쑥스러운 일이다.

포지티브를 시행하는 대신 약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중저가약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강 이사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사들이 주축이 된 생동성 시험 시행"을 외친 것과 다를 바 없다.

"의사들이 믿고 쓸 수 있는" 품목을 선별하기 위해 의사가 주축이 된 생동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 그동안 의사들이 처방한 중저가의 국산 제네릭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품목들을 처방해댄 의사들의 책임은 '나몰라라'인 셈이다.

끝으로 내세운 'OEM 품목은 급여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OEM 품목으로 인해 국내 제약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강 이사의 주장은 업계에 대한 인식자체가 전무하다는 점을 대변한다.

OEM 품목이 제약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지탄을 받을 정당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급여를 인정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생산과 유통을 이원화할 수도 있다는 산업논리에 대한 이해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꼴이다.

어쨌든 포지티브 도입을 반대한다고 '뒤늦게' 나선 의협의 주장치고는 옹색하기 그지없다. 포지티브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임의조제나 OTC 슈퍼판매를 기어코 끌어다 붙이는 강박관념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들다.

"약제비가 늘어나면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줄어들게 된다" 강연 중 문득 튀어나온 강 이사의 이같은 발언이야말로 의협 주장의 숨은 논리다.

포지티브를 반대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옳다. 엉성한 의협의 논리로는 포지티브 도입을 막으려는 제약업계에 어떤 힘도 실어주지 못한다. 연단에 오른 강 이사는 눈치챌 수 없었겠지만 청중들이 보인 조소와 비아냥의 속뜻 만큼은 하루빨리 알아챌 필요가 있다.

"의약품과 관련한 모든 행정절차에 의사들의 주도권을 인정하라"고 털어놓고 요구했다면 오히려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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