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개정 배경을 묻는다
- 데일리팜
- 2005-08-08 06: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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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지난달 전격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세 가지 면에서 시시비비를 엄정히 가려볼 사안이다. 개정안 발의 배경이 첫째는 국민의 이익을 근저에 깔고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특정 이해단체의 이익을 위한 대변용인지 하는 것이며, 셋째는 국회의원실이 실제 의협 상주직원의 로비창구였느냐 하는데 있다.
첫 번째 시비사항을 논해보자.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는 신성한 국민주권의 장이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은 더불어 국민주권의 신성한 대변자이다. 그렇기에 국회의원이 무엇보다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한 입법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 명제이자 의무다.
그런데 약대 6년제를 봉쇄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가. 대변하고 있다는 있다면 그것은 곧 약대 6년제가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리와 맞아야 한다. 약대 6년제가 국민들에게 이롭지 않기에 반대하고 그런 법을 상정했다는 것과 같다.
우리 헌법은 제31조에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약대 교육연한 문제는 교육의 범주이기에 학생들은 연한에 구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헌법상 부여받았다고 봐야 한다. 교육적 차원에서 수업연한을 늘리는 것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비전을 논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또 헌법 제66조에서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고 행정부의 수반으로 그에 따른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교육연한을 행정권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수호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잘못됐다고 한다면 고등교육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십 개 대학의 수업연한을 헌법에 일일이 규정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수업연한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악법이 될 수 없으며, 대통령이 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역시 위헌적 시비거리가 아니다. 전문 행정기관인 교육부가 판단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수업연한은 국민주권의 실현이자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헌법 유지행위다. 약대 6년제가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두 번째로 논해야 할 사안은 약대 6년제가 국민의 이익(교육)을 침해하지 않는 사안이라면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상정된 또 다른 이유다. 약대 6년제가 교육적 사안이 아닌 직능적 사안으로 볼 경우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누가 봐도 의사협회의 입장을 반영했고 그래서 상정됐다는 것은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다.
의협은 실제 약대 6년제가 약사의 불법진료와 임의조제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공청회까지 물리력으로 봉쇄하며 반대해 왔다. 입법발의 대표 의원이 이해단체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기 어려운 결정적 부분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특정 이해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렇다면 약사라는 직능적 차원에서도 국민의 이익에 침해되느냐 아니냐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6년제 약사들이 졸업 후 불법진료와 임의조제를 다반사로 한다는 것이 확정적 사실이라고 전제해야만 이해단체를 위한 입법발의가 아니라는 항변이 가능하다.
그러나 6년제로 인해 불벌진료와 임의조제가 더 성행해진다고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고 실제 그럴 가능성도 적다. 더욱이 불법진료와 임의조제 문제는 교육부가 아닌 복지부 차원에서 관련 법률로 다스릴 사안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결국 국민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추론으로 이해단체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교육이 직능의 이익 보다 우선이고 그 교육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안 의원의 개정안은 되레 악법이 될 수 있음이다. 국회의원이 이해단체의 입장에 선다고 해서 나무랄 수 없지만 악법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입법발의는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자격의 문제다.
세 번째 화두로 꺼내야 할 사안은 로비의 문제다. 특정단체의 직원이 의원실에 상주하면서 대국회 로비활동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아무리 순수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순수한 취지를 인정받지 못한다.
안 의원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이른바 약대 6년제 봉쇄법안으로 지칭되고 있는데 는 이 같은 사건과 무관치 않다. 의협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이 국회의원 특보명함을 갖고 다니며 의원회관의 정보와 첩보를 수집·전달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믿기지도 않거니와 실로 충격적이다. 국회의 입법기능이 제대로 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국회는 기실 온갖 이해단체의 로비창구다. 법률의 제·개정은 이들 이해단체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국회의원은 로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의원이 법률 제·개정 과정에서 로비를 받고 영향을 받는 것은 일면 이해된다.
그러나 외곽단체의 직원이 의원회관 그것도 특정 의원의 특보인 것처럼 상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일반적 그리고 관행적 로비를 넘어선 문제다. 해당의원이 발의한 법률 제·개정안은 당연히 국민의 이익 보다는 이해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것이 물론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지금 그렇게 비쳐지고 있다.
이상의 세 가지 논점을 종합하면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절차에서 허점을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명분에서도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다. 교육을 직능의 문제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교육의 문제는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도 그 명제다. 약대 6년제가 의약분업과 관련해 의사, 약사간 직능간의 대립각 한 가운데 서게 된 것 차제가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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